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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Sep 13. 2018

14화: 한경음악회에 초대된 갤러리트럭

문화예술창고 몬딱


#1. 폐선 한 척을 기증받다


“형님, 지금 비가 너무 오는데 배를 가지고 올 수 있을까요?”

“가야지! 오늘 하기로 여러 사람과 약속해 놨으니 비가 와도 출발하자.”


새벽 4시 30분에 일근에게서 걸려 온 전화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에 작은 배 한 척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다. 사연인즉, 제주도 태생 안정래 님이 예전에 폐선 하나를 해안에서 주워 자신의 창고에 보관 중인데 그것을 ‘문화예술창고 몬딱’에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몬딱’에 제주의 명물인 ‘경운기 트럭’ 하나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 배도 나란히 전시해 놓으면 좋겠다 하여 고맙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문제는 그 배를 옮기는 일이었다. 작은 배지만 성인 6명은 있어야 들 수 있고, 적어도 2.5t 트럭은 되어야 실어 나를 수가 있다. 게다가 배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가 제주시 봉개동인데, 서귀포시 ‘문화예술창고 몬딱’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차로 한 시간쯤이나 달려야 하는 곳이다.


한 며칠 궁리 끝에 친히 지내는 동생 몇몇과 함께 운반 작업을 벌이기로 하였다. 성하가 출근 전에 잠깐 쓰기로 하고 회사의 2.5t 트럭을 빌려 오기로 하였다. 애월에 사는 상현은 봉개동으로 홀로 오기로 하고, 나는 일근과 승환, 안정래 님을 차에 태우고 봉개동으로 가기로 했다. 안정래 님과 남자 5명, 하여 총 6명이 아침 6시에 봉개동에 모여 배를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 새벽부터 비가 많이 온다. 그러잖아도 오늘은 일정이 바쁘다. 승환의 두 번째 개인전이 하루 앞이라 오후에는 제주시에 있는 행사장으로 작품들을 옮기고 전시 준비를 해야 하는 데에다, ‘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이 한경면 음악회에도 참여하기로 되어 있다. 비가 오전 내내 계속된다면 난감한 일이다.


“형님, 어디세요? 빨리 좀 오세요!”


성하가 트럭을 가지고 일찍 도착하여 빨리 오라고 성화다. 나는 빗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봉개동에 도착했다. 성하는 배를 들기 편하도록 벌써 주변 정리를 해 놓았다. 우리 6명은 양쪽에 3명씩 자리 잡고 온 힘을 다해 배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힘을 모으니 배가 들린다. 배를 창고에서 힘겹게 꺼내어 트럭에 올려 싣고, 한 시간을 달려, 드디어 ‘문화예술창고 몬딱’에 들여놓았다. 경운기트럭 옆에 함께 둔 낡은 배는 몬딱의 또 다른 이색 전시물이 되어졌다.



힘이 되어 준 제주 동생들이 참 고맙다. 다행히도 비가 그칠 듯하다. 이제 오후 행사 준비를 해야 한다. 승환은 자신의 개인전 준비를, 나는 갤러리트럭 전시 준비를 시작했다.


#2. 제주시 한경면 ‘한경음악회’에 초대된 갤러리트럭 


갤러리트럭이 한경음악회에 초대받은 것은 내가 제주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사진 강좌를 맡은 일과 한경면 조수리 마을에서 ‘찾아가는 갤러리’를 진행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다행히 비는 오후 들어 소강상태이다. 우천 시에도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휴대전화 문자가 관계자한테서 온다.


승환의 전시 작품 중 100호짜리 캔버스는 승용차에 실을 수 없는 크기라 갤러리트럭에 실어 제주시의 개인전 행사장(연 갤러리)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침부터 배 운반하랴 작품 이송하랴 승환과 나는 오늘 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나는 갤러리트럭을 가지고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행사장으로 다니다 보니 오늘 운전만 4시간을 하였다.


음악회 행사장은 한경면 조수1리의 한 폐교 운동장이다. 다행히 비는 잦아들었다. 많은 이들이 행사용 천막 설치와 공연 무대 준비로 여념이 없다. ‘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은 늘어선 행사 천막들 앞쪽에 자리가 지정되어 있다. ‘플리마켓’ 용 천막이 즐비하다.


오늘은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승환이 함께 오지 못하고 나 혼자이다. 나는 서둘러 갤러리트럭을 열고 전시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플리마켓도 한다고 하니, 내 작품으로 만든 캔버스 가방도 한쪽에 전시했다. 마을 주민들이 속속 모여든다. 알고 보니 벌써 여덟 번째로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관하는 큰 행사이다.



6시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행사장에서 마련해 준 전기선을 연결하여 트럭에 조명을 켜니 갤러리가 훤하다.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한참을 갤러리트럭 앞에 머물다 간다. 스마트폰 사진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이지만, 인화지로 크게 출력해 놓으면 새롭고 놀랍다.


“아저씨, 사진이 예술이네요!

 저번에 고산 차귀도에 오시지 않았어요?”


여자아이가 말을 건넨다. 지난번에 차귀도 앞 자구네 포구에서 이 트럭을 보았단다. 눈썰미 좋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어 보라고 하였다. 오늘 행사의 후원회 회장도 한참을 머물렀는데, 함께 온 한 분은 갤러리트럭 한구석에 비치해 둔 책을 한 권 사겠다고 한다.



절판된 책이라 판매를 안 하는데, 스마트폰 사진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요긴할 것 같아서 하나를 팔았다. 오락가락하는 빗속에도 제8회 한경음악회는 풍성하게 막이 내렸다.


승환에게서 문자 한 통이 온다. “형님, 전시 준비 잘하고 갑니다!” 승환도 혼자서 디스플레이를 잘 마쳤다고 한다.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여럿이 함께한 정(情) 많은 하루였다.


다음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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