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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Oct 04. 2018

16화. ‘감산리 한가위 어울림 마당’과 함께하다

문화예술창고 몬딱

#1. 부침개 100인분


감산마을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12개 마을 중 하나이다. 북쪽 일주도로 가까이에 천연기념물로 관리되고 있는 안덕계곡이 있고, 남쪽 바닷가 쪽으로 올레길 9코스가 지나는데 남동쪽에 ‘박수기정’이라 불리는 크고 멋진 절벽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원래 감귤 선과장으로 사용하던 마을창고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 가며 마을과 더불어 사는 제주살이를 하고 있다. 나의 모습을 낯설게 여기던 마을 사람들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이제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추석을 10여 일 앞두고 마을 부녀회장이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해마다 추석에 마을 행사를 연다고 한다. 음식도 만들어 먹고 노래자랑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감산리 한가위 어울림마당’을 연다는 것이다.


“그 행사에 제가 몬딱나누미 봉사단과 함께 참여해 도와 드릴까요?”

“추석날 고향에 안 가세요?”


부녀회장은 ‘문화예술창고 몬딱’에서 도와주면 참 좋겠다고 하면서도 명절날의 행사라서 내게 미안한 기색을 내비친다. 나는 얼마 전 아버지 기일에 한 며칠 고향에 다녀온 터라 이번 추석은 제주도에 있기로 했던 참이다. 말은 꺼냈으나, 다른 사람들 사정은 어떨지 몰라 자신이 없다.


‘몬딱나누미 재능나눔 봉사단’은 ‘문화예술창고 몬딱’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나눔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봉사단체이다. 할 수만 있다면, 추석날 봉사단이 감산마을을 위해 봉사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서둘러 계획을 세워 여기저기 연락해 보니 가능할 듯도 하다.    


공연 봉사반 반장 배장이 작곡가, 요리 봉사반 반장 박일근, 그리고 미술 봉사반 장지영이 참여할 수 있겠다 한다. 승환은 개인전 전시가 끝나 고향을 다녀온다고 한다. 일단 나를 포함해 최소 4명은 행사 인원으로 확보되었다. 나는 마을 부녀회장과 다시 만났다.    


“공연은 ‘마을 노래자랑’ 하기 전에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음식은 부침개를 100인분만 해 주시면 어떨까요?”        


부녀회장이 우리의 참여를 기뻐하며 내게 부탁한 두 가지이다. 공연은 별문제가 없겠으나, 부침개 100인분은 제법 큰일이다. 반죽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고, 행사 당일 마을 운동장에서 어찌 다 부쳐 낼까? 4명의 힘으로 해낼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지만, 나는 그리 하겠노라 답했다.



요리 봉사가 제일 걱정이다. 갤러리트럭 전시는 나 혼자 하면 되고, 공연은 1인 밴드 배장이님이 하면 된다. 하지만 요리 봉사는 여럿이 해야 하는데, 다들 마음은 있어도 명절이라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일근! 부침개 100인분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운동장에서 어떻게 다 부쳐 내지?”

“아, 다 할 수 있어요!”


요리사인 일근은 자신 있게 말한다. 일당백이라, 그래, 한번 해 보자!    


#2. 마을 한가위 마당의 몬딱나누미 재능나눔 봉사  


추석 당일 오후 6시부터 행사가 시작된다. 요리사 일근의 부침개 레시피가 부녀회에 미리 전달되어 재료는 준비되어 있다. 오후 3시경 일근과 지영은 마을회관으로 가서 부녀회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녀회에서는 쌀쌀한 가을 저녁에 어울릴 따뜻한 어묵국 100인분 준비가 한창이고, 우리의 일근은 부침개 100인분 반죽을 혼자서 척척 해 나간다. 오후 4시경 마을 체육공원 운동장에 음향 시스템이 설치되고, 배장이 작곡가는 미리 와서 홀로 공연 준비에 열중이다. 나도 운동장 한편에 갤러리트럭을 세우고 전시를 준비한다.



때마침 지난번 색달해변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이미라 님이 찾아와 부침개 일에 손을 보탠다. 고맙게도 늘 불쑥 나타나 큰 도움을 준다. 감산마을 주민이자 음식점 ‘우리가든’ 고형일 대표도 몬딱나누미 봉사반의 공연 봉사자로 나서서 색소폰 연주를 하기로 하였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얼마 전 제주 MBC 방송 프로그램 '속암수다‘에 감산마을 사람들과 함께 출연하기도 해서 일근과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 드디어 장지영, 이미라 님과 함께 요리사 박일근이 트럭 위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4대를 가지고 부침개를 부쳐 내기 시작하고, 나는 갤러리트럭 전시를 진행한다. 마을 노래자랑이 시작되기 전, 배장이 작곡가의 1인 밴드 공연과 고형일 님의 색소폰 연주가 ’감산리 한가위 어울림마당‘의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나는 강아지 4마리를 마을 사람들에게 분양하려고 행사장에 데리고 나갔다. 올해 초복 날 ‘문화예술창고 몬딱’에서 태어난 예쁜 강아지들인데, 덕분에 갤러리트럭은 더욱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비록 강아지 분양에는 실패했지만, 강아지들로서는 첫 나들이로 콧바람을 낸 날이다.



해가 지고 마을 운동장 위로 한가위 보름달이 크게 떠올랐다. 마을 댄스동아리가 무대에 올라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이어서 노래자랑이 계속되고, 마을 사람들은 운동장 잔디밭에 둘러앉아 부침개와 막걸리를 먹고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가위 어울림마당’이라는 이름 그대로 모두들 하나로 어우러져 가는 속에, 한가위 보름달이 탐스럽게도 익어 간다.     


다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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