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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Oct 22. 2018

18화. 국민 오름이 된 새별오름

문화예술창고 몬딱

#1. 새별오름을 찾아간 갤러리트럭


제주에도 가을이 훌쩍 찾아왔다. 10월에 접어드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돌고 억새가 은빛 금빛으로 익어간다. 육지와 달리 황금 들판은 찾아볼 수 없지만, 곳곳에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밭이 제주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노란 감귤밭 뒤로 여기저기 봉긋봉긋 솟아오른 오름의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정감이 간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새별오름’도 그중 하나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주도로인 평화로상에서 아주 가까워 접근성도 좋은데, 여행객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이 새별오름에서 매년 ‘제주들불축제’가 열린다.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목초지에 불을 놓아 해충을 없애고 질 좋은 새 풀이 돋아나도록 ‘불 놓기(방애)’를 했던 제주 선인들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축제이다.


매년 경칩 무렵에 개최하는 이 축제는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자리 잡아 해마다 행사 기간에 수십만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까맣게 불탄 새별오름은 그 자리에 다시 억새를 키워 내어, 이맘때면 은빛 금빛 장관을 선사한다. 


스마트폰 사진 / 김민수

 나는 새별오름을 포함한 주변의 넓은 공유지와 주차장이 들불축제가 끝나면 방치되는 것이 안타까워 제주도청에 제안을 한 일이 있다.


오름과 주변 넓은 공유지에 유채꽃, 해바라기, 코스모스, 핑크뮬리 등 꽃씨를 심어 철 따라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고, 주차장에는 야시장과 플리마켓 단지를 만들어 여행객의 발길이 연중 이어지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제주도청으로부터 아직 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새별오름은 이미 많은 여행객이 찾고 있는 제주의 명소이다. ‘국민 오름’이라고 할까? 10월. 특히 주말에는 수백 명이 오름에 올라 정상에서 저물녘 아름다운 노을을 즐긴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억새 숲에 어우러지는 해넘이를 바라보면 절로 탄성이 터진다.    


이번 주 금요일, 승환과 나는 오랜만에 갤러리트럭으로 새별오름에 가기로 했다.    


“아, 배터리 방전이네!”


트럭에 시동을 거니 배터리 방전이다. 이제는 놀라지도 않는다. 접속 불량으로 가끔 정지등이 절로 켜지고는 하는데 지난번 주차 후 확인을 깜박했다.    


#2. 저물녘이 더 아름다운 새별오름


보험회사의 긴급출동 차량이 금방 달려와 배터리를 충전하고 시동을 걸어준다. 배터리가 오래되어 갈 때가 되었다고 한다. 겉모습은 멀쩡해도 연식이 꽤 된 차라 잔고장이 많다. 쾌청한 날씨 속에 평화로를 달리다 멀리 새별오름을 바라보니 깨알 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올라가고 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갤러리트럭은 오름 입구 쪽보다는 내려오는 출구 쪽 공간을 택했다.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편하게 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주차장에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목적이 다른, 사진 관련 차량이 2대가 더 있다. 한 곳은 여행객에게 스냅사진을, 다른 한 곳은 드론으로 항공사진을 찍어 현장에서 바로 출력해 준다.     


“사진 판매하나요?”

“아니요. 이 차량은 전시용 차량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제주 풍경사진 전시입니다!”    


오늘도 관람객이 묻는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돈 버는 재주는 없는 것 같다. 그저 사람들이 다가와 내 작품을 즐기고, 좋아하고, 자신들도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가면 그것으로 좋겠다.



새별오름을 찾은 많은 여행객이 ‘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의 관람객이 된다. 뜻하지 않게 친구도 만나고, 서귀포 이숙경 님께서 음식을 싸와 요기를 하라며 주고 가기도 한다. 반갑고 감사하다.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나는 관람객에게 며칠 전 이곳 답삿길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주며, 새별오름은 해가 질 무렵에 올라가야 더욱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많은 이들이 억새를 담은 노을 사진을 보고는 오름에 일찍 다녀온 것을 아쉬워한다.


“시간 되면 여기도 가 보세요!” 

“요즘 제주도 메밀밭 풍경도 아주 좋습니다!”    


스마트폰 사진/ 김민수 


나는 얼마 전에 찍은 메밀밭 풍경 사진을 보여주고, 내비게이션 주소도 알려 주었다. 다들 고마워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길을 재촉한다.


볼거리가 많은 제주에서 모두 좋은 여행을 하길 바란다. 해가 지는 오름을 뒤로하고 우리는 갤러리트럭 전시를 접었다. 12월에 있는 회화 개인전을 앞두고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는 나, 오늘은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로 심신을 재충전한다.    



다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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