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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n 16. 2024

이게 무슨 일?

나를 거부하나 봐

"언니. 나랑 제주도 갈래?"


동생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망설임 없이 그러자고 대답했다.


딸만 다섯을 둔 부모덕에 자라는 내내 우리 다섯 자매들은 지독하게 싸우면서도 친구처럼 늘 붙어 지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밥 먹다 울고 놀다가 싸우더니 여행 가서는 박장대소로 깔깔대는 자매들이었다. 만날 때마다 희희낙락거리기도 삐지기도 잘하는 개성 만땅의 딸들. 그중에 한 살 터울인 둘째는 나와는 많이 다른 성격의 동생으로 둘만의 여행을 처음가게 된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동생과 나는 오랜만의 여행계획에 설레며 그날을 기다렸다.


여행날 아침 내가 사는 도시의 공항에 서둘러 나왔고 그곳은 제주도로 떠나는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간단한 티켓 확인 후 여행 가방을 부치고 탑승장으로 들어와 앉아 있을 때였다.


"탑승객 ㅇㅇㅇ님은 1층 공항 보안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ㅇㅇㅇ님은 ᆢ"


귀를 쫑긋하며 들은 공항 내 방송에서 호명한 사람은 분명 내 이름이었다.


'오마 이게 일이래'생각하며 죄지은 사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 괜히 숨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 애써 태연한 척 안내직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제 이름을 부르는 방송을 들었는데 무슨 일인가요"


" 아 네, 다시 나가셔서 1층 수속장 옆 직원실에 가서 벨을 누르면 누군가 안내할 겁니다. 티켓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뭐가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에 온갖 상상 떠올랐.


'짐가방 안에 반입 불가 물건이  뭐라도 들어있었나? 라이터! 배터리! 아닌데 그런 물건이 있을 리가 없는데'


혼자 생각하들어왔던 탑승장을 빠져나가 안내해 준 곳의 벨을 누르자 직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이름을 확인하며 들어오라고 했다. 그곳 카운터에는 내 여행가방이 놓여있었고 직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저희가 수화물검사를 하던 중 외관상 유사한 물건이 있어 확인을 하려고 합니다. 혹시 홈케어 마사지기계가 들어있나요?"


친절히 묻는 공항직원의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라고 대답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게 왜요~~??"


"아 네 보안상 필요한 절차이니 꺼내서 확인 가능할까요?"


가방을 열고 주섬주섬 짐 속에 들어있던 문제의 주인공인 기계를 확인해 주었고 직원의 "됐습니다"라는 대답을 뒤로 사무실을 나왔다. 


나이 드는 외모를 좀이라도 늦추고 싶어 거금을 투자해 구입한 홈케어 마사지 기계가 이 난데없는 상황의 주범이었다니! 온갖 상상뒤 끝난 사태가 맥없어 어이가 없었지만 떡하리 보안상 절차라 하지 않나.


'그 기계의 모양뭔 신무기의 외형유사한가' 


혼자 중얼거리는 내가 웃겨 킥킥대다가 '시간 여유 있게 공항오길 잘했다'위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다시 똑같은 절차로 탑승 수속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에 차례를 기다리다 고 있던 가방과 겉옷을 바구니에 넣고 보안검색대 안을 들어섰을 때였다. 이번엔 갑자기 보안벨이 '띠옹띠옹' 요란하게 울리는 것이 아닌가.


'아오, 오늘 진짜 뭔 일이야!!'


무슨 공항 프닝 이종세트도 아니고 연달아 벌어지는 이 돌발 사태가 믿기지 않았다.

그때 기다란 검색 기계를 들고 체크하는 여직원이 내게 오며 말했다.


 "무작위로 울리는 보안 벨 작동이니 이해 바랍니다. 몸수색이 있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제주도야, 나를 거부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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