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저녁은 노래로 힐링하는 시간이다.
여고 동문들이 만나 합창단을 만들고 노래연습을 한지 벌써 8년이 되었다.
그 세월 동안 창단공연과 여러 번의 합창무대를 경험하며 노래는 내 삶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향기가 퍼져나간다는 의미의 '향파합창단'에는 30대부터 80 나이까지의 자칭 젊은 언니들이 모여있다. 여자는 나이 50이 되고 70을 넘어 80이 되어도 결국 여자라고 한다. 들어가는 나이지만 여성의 정체성은 언제까지나 살아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막바지 연습즈음 무대 대열을 짤 때마다 앞줄서기 눈치경쟁은 공연 전 푸닥거리 같은 연례행사가 되어왔다. 나이 많은 선배도 키가 큰 후배도 무대 맨 앞 줄에 서고 싶다는 속마음을 숨김없이 고백하며 센터 본능과 관종심리를 한 번씩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꽃으로 여기는 여성성의 본능이 분명하다. 선후배의 중간 나이쯤 되는 내 눈에 그들의 열정이 귀엽기도 하다.
어디에 서든 별관심 없는 나는 얼마 전 연습 때부터 전에 없던 감정이입이 선을 넘어 죽을 맛이다. 여성성보다 감수성이 앞선 건지 노래마다 가슴을 치는 가사와 멜로디에 찔끔거리는 눈물을 참아내느라 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친한 후배에게 이런 속마음을 전하자 그녀는 해맑은 모습으로 대답한다.
"선배님, 아직 갱년기인가 보다"
'애고 이 나이에 갱년기라니 말도 안 되지' 하면서도 제2의 사춘기라는 갱년기가 다시 시작되었나 싶은 가당치 않은 생각에 빠진다. 할머니가 되는 나이에도 여전히 여자이고 싶다는 누군가의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임에 틀림없다.
성큼 여름이 시작된 6월 우리는 새로운 공연을 앞두고 있다. [행복을 그리다]란 주제로 미술과 음악을 연결한 무대의 기획공연이다. 온통 여자뿐인 합창단의 유일한 청일점 지휘자가 이번에도 멋진 무대로 우리들의 소녀감성과 음악을 엮어 감동의 공연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잔잔한 화음의 합창곡부터 모두가 잘 아는 팝음악에 감성 찐한 가요까지 모두의 취향저격 레퍼토리로 즐거운 연습이 한창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무대는 앞뒷줄 구분이 거의 없다 하니 앞줄 경쟁이 예전만큼은 아닐 것 같다.
제2의 갱년기라 믿고 싶은 젊은 언니가 되어 열심히 연습하면서도 엉뚱한 걱정은 이어진다. 공연이 무르익을 순간 혹시 모를 눈물바람에 동네 창피 떨까 하는 마음이다. 무대 후미진 구석 뒷자리면 괜찮을까 노심초사하는 내가 참 난데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