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기온 27도 최고기온 33도.
무더운 여름날 외출은 날씨가 중요한 변수다. 메이크업과 머리손질이 끝난 후 오늘의 의상 결정에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햇빛 쨍쨍 여름의 베스트 패션은 시원한 차림이 기본이지만 에어컨 빵빵 실내를 고려해 카디건과 심플한 폴로 스타일 티셔츠에 크림색 바지를 매치한다. 마지막 완성인 가방 선택으로 나의 외출 준비는 끝!
내게 가방은 패션을 결정하는 포인트다. 패셔너블한 여성들의 가방부심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옷차림에 따라 톤앤톤 또는 전혀 다른 보색대비의 가방 연출로 그날 패션의 화룡점정을 완성할 테니 말이다. 패션성향에 따라 눈에 띄는 로고가 자리 잡은 브랜드가방이 스타일을 결정하는 확인증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나도 한때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 자격증 같은 물건이 버거워졌다. 가죽의 무게로 빠질 듯 한 어깨와 가방에 집중되는 시선이 어느 날부터 불편해 내려놓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무거움을 견디는 수고로움이 패션의 완성이고 그 노력이 멋의 기준이라도 이젠 편안함이 1순위가 된 것이다.
60세 생일선물로 받은 유명 브랜드 가방이
"무겁기만 한 짐가방 같다"는 엄마에게
"멋을 포기하면 늙은 거야"라며 한 소리하던 딸이었다.
그런 내가 엄마의 모습이 되어 감을 숨길 수 없다. 가볍고 무난한 에코백이 패션의 완성이 되어 내 손 안의 명품으로 자리 잡으니 말이다.
"이모, 가방 멋지다! 어디 브랜드야"
" 이거? 구시장표 브랜드지"
"정말? 완전 멋있는데!!"
재래시장에서 눈에 띄어 구입한 가볍고 산뜻한 손가방을 들고 있던 내게 보인 20대 조카의 놀란 표정이 재미있다.
나와는 다른 세대들이 갖는 가방의 또 다른 부심도 있다.
명품 백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하고 성공과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여기는 MZ세대 여성들이다. 브랜드는 물론이고 디자인과 퀄리티에도 높은 기준을 두는 그녀들, 소유한 명품 백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패션 커뮤니티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일상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이니 그들의 사고를 이해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과 자아표현을 위한 로망의 주인공을 데이트하는 남자 어깨 위에 양보하는 이유는 뭘까. 어떤 세대보다 당당하게 스스로를 표현하는 젊은 여성들의 이런 패션센스가 문화인지 유행인지 알 수 없다. 공들여 완성한 스타일이 배려란 이유로 남자 친구 어깨에서 강조되는 민망한 상황이 어이없어 보이는 내가 이상한 걸까.
이해 안 되는 내 센스는 세대 차이, 패션 감각의 차이, 아님 꼰대세대 엄마의 ㅇㅇ?
그나저나 가방을 둘러싼 나라 안의 소란과 뉴스는 언제쯤 조용해질는지. 여자에게 가방은 참 사연 많은 물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