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인 듯 딱 붙어 앉아 두 손 꼭 잡고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평생 해본 적없던나는 중매로 만난 남편과 결혼한 무덤덤한 부부다.
남편을 처음 만나 손을 잡고 팔짱을 낄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든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결혼 후 30여 년이 지났건만 나는 남편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행동이 여전히 뻘쭘하고 부자연스럽다.
'애교 많고삭삭하니 연한 배 같은 각시를 싫어할 남자는 세상에 없다'던 엄마는 실상 무뚝뚝의 표본 같은 아내였다. 그래서였을까. 다섯 자매인 우리들은 엄마를 빼닮아 애교 빵점에 자기주장 강하고독특한개성의기 쎈 딸들이었다. 집안의 유일한 남자인 아빠는 언제나 다섯 딸들인 우리의 의견을 존중했고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무조건 아빠 담당이었다. 아들 없는 딸부잣집 큰딸인 나는 아빠에게 평생 공주였고 주인공이었다. 결혼 후 두 아들을 낳은 후에도 아빠에게 1순위는 항상 큰 딸인 나였다.
세상의 주인공이라 여기며 자란 내가 결혼 후 왕비가 아닌 무수리 대접에 애교가 생길 리 만무했다. 더구나'연한 배 같은 아내'는 상상도 안될 말이었다. 그럼에도 울 엄마는 내게 꿈같은 기대를 했으니 처음 맞는 사위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던 것 같다. 평생을 큰사위노래를 부르며 당신 딸이 그에게 사랑받는아내이길 바라셨으니 말이다.
왕비를 꿈꾸는 여자와 왕대접을 기대하는 남자의 조합은 상상이상 삐걱거리며 어찌어찌 서로의 자리를 지켜왔다. 흐르는 세월에도 여전히 맹숭맹숭한 우리는 금슬 좋은정답의부부는 아니다. 그저 다름을 인정하는차선의부부로살고 있다.
어느 날 아들이 물었다.
"아빠, 미래 제 여자친구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면 어떡하실 거예요?"
" 딱 네 엄마 같은 사람만 데려오면 무사통과니까 명심해라. 나는 네 엄마가 반대하면 절대 허락할 수 없다"
"뭐라고라고!!
평~생소닭 보듯 재미없게 살며 남의 편이라 생각하던 남편에게내가인생최고의 아내라고?"
믿거나 말거나 말이 안 되고 이해 안 되는 남편 대답에 놀란 아들과 나의 표정이 압권이던 그날.
혼자 앉아 킥킥대며 중얼거렸다.
'그럼 나 같은 여자를 어디서 또 만나겠어, 당근 최고지! 결국 마누라가 옳았다는 인정을 이렇게 하다니 얄미운데 고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