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히 Jul 20. 2024

그리움이 글이 되는 이유

엄마가 꿈에 보였다.

지난가을 내 곁을 떠나신 후 처음이었다


머리는 하얗게  모습에 얼굴은 야윈 듯했지만 표정은 맑아 보였다. 내 옆에서 말없이 바라보던 엄마는 꿈에서도 가슴을 절절하 다.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어느새 사라진 엄마를 찾아 헤매다 그만 꿈에서 깨었다. 그토록 허망하게 우리들 곁을 떠나시더니 꿈에서도 홀연히 가버린 엄마를 생각하다 눈물바람의 아침을 맞았다.


떠난 엄마가 꿈에조차 단 한 번도 안 보여 서운한 마음이었다. 잘못한 딸이 섭섭하신가 하는 생각에 누워계신 공원에도 가보았다. 보고 싶은 엄마를 찾을 길 없어 그저 말없이 돌아오기를 여러 번.

추적추적 비 내리는 이 아침 꿈 따라 내게 오신 우리 엄마  '좀 더 오래오래 계시지 왜 그리도 잠깐이었을까' 아쉬운 마음에 재생 버튼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넋두리만 되뇐 하루였다.


수십 년 넘게 고된 시집살이로 어지간히 며느리 마음을 괴롭히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느 날 꿈에 보였다. 그때 모습이 괴이하게 생시 같아 심난했던 십수 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꿈에서도 얼마나 힘들게 할까 조마조마했던 내 맘과 다르게 꿈속의 시 어머니는 생전과는 달랐다. 큰 형님과 손 아랫 동서를 괴롭히면서도 내겐 따뜻한 모습을 보이던 참 이상한 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후로 시어머니가 좋아하던 음식만 봐도 생각나고 명절만 되면 호령하던 그분 모습이 신기할 만큼 애잔하게 떠오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모진 사이였던 시어머니의 빈자리도 한참을 공허하게 남았었는데 낳아주신 엄마의 자리는 말해 무엇할까. 하루를 마치고 몸을 눕힌 밤이면 떠난 엄마생각에 추스리기 힘든 여름밤이 길기만 다. 김치를 먹어도 엄마 생각, 손때 묻은 여름 이불을 꺼내면서도 엄마얼굴, 엄마 목소리가 내게 .


갈피 못 잡고 눈물바람하는 딸의 마음이 심란 한 날, 나는 글 속에서 울 엄마를 만난다. 비 오는 날 칼국수에 곁들인 생김치를 보며 엄마김치가 글이 된다. 이 여름 지천으로 보이는 수국 꽃송이가 엄마 얼굴이 되어 형형색색 내 글의 주인공이 다. 못다 한 자식 사랑과 한평생 놓지 못한 남편을 향한 엄마의 그리움은 애끓는 딸의 글을 따라 기억 저편 모서리를 채운다.  


그립고 그리운 날  마음속 슬픔과 후회가 보고 싶은 이야기되어 엄마 가슴에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하나에서 둘, 셋 그리고 다시 둘이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