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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Aug 24. 2024

8월의 극한체험 앞에서

극기의 계절


2024년 대한민국의 8월은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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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에 참가한 후보의 이즈가 아닌 오늘 날씨다. 최고 최저기온에 습도지수까지 확인하게 되는 날씨예보에서 역대급 빌런은 바로 숫자들다.


최고기온 36도 최저기온 26도 습도 95%, 사우나 실내습도와 같은 정도란다. 며칠 전 습도 100%인 날도 있었으니 미친 날씨다.


종일 에어컨을 틀어대는 사무실을 나와 차를 타면 다시 에어컨 바람으로 몸 온도가 맞추어진다. 시원한 차속 온도에서 20여 분쯤 지나 아파트에 도착해 내린 순간 95%의 습도와 현재기온 33도가 나를 맞는다. 이제부터 극기훈련 시작이다.


나는 집에선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무더운 여름 더위가 계속되는 올 해도 마찬가지다. 한 여름 찜통더위가 열대야와 열대저녁 열대 낮시간을 만들 때면 내 옆엔 작은 선풍기가 유일한 절친이다.

아날로그 주인공 선풍기는 날카롭게 차가운 에어컨 냉기대신 중간의 바람으로 내 옆을 지킨다. 한 낮이 아니어도 선풍기 속 바람은 후덥지근한 습도와 맘먹는 미지근한 열기로 내 몸과 얼굴에 불어대지만 그것 또한 견딜만하다.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는 주말 기온 35도에도 선풍기와 하나 되어 독서와 TV삼매경으로 견디어본다. 세숫대야에 얼음 띄워 발 담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쯤이야 생각한다.


떠올린 김에 작은 통에 물을 받아 냉동실에 모셔놓 아이스팩 몇 개를 넣어 발을 담그니 얼음물에 시린 발이 등골까지 오싹해진다. 곁에 앉은 선풍기와 짝을 맞추니 구천동 계곡이 따로 없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때 샤워 한 번으로 몸의 온도를 맞추고 핸드폰 집중모드로 열기를 내리는 나름의 피서법에 익숙해진지 한참이다. 이때 변수는 안방과 부엌사이의 우리 집 바람골 작동여부다. 길게 난 복도에 부는 바람이 강원도 계곡인 듯 불어대는 희한한 명당임을 살면서 알았기 때문이다. 맞바람이 부는 양쪽에 통창과 베란다가 이어진 구조로 집 전체의 순환이 막힘이 없어 그런가 싶다. 아파트 주변이  트여 가로막는 건물들이 없다는 이유도 답일 것이다. 열대야가 시작되는 한여름이 되면 나는 바람골 복도에 자리 깔고 열대야 걱정 없이 편한 잠을 잔다.


어쨌든 나는 이 천혜의 바람골이 주는 자연바람으로 삼복더위를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 견뎌내고 있다. 온 집안의 창문들을 열어 젖 흰 오늘도 새소리와 여치의 여름 나는 기상신호에 눈을 뜨며 아침을 맞는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부터 아침저녁 바람이 뭔가 다른 절기의 오묘함도 느낀다.


여름마다 뉴스에 오르는 전기사용량 걱정에 애국한다 싶은 위안도 즐거움이다. 우리 집 주변 새로 짓는 아파트가 올라갈 때마다 바람골이 막히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내년여름이 걱정이긴 하다.


현재기온 32도 바람골 우리 집 복도에도 바람 한점 없지만 얼음팩 띄운 냉물에 발 담그니 등골이 시원해진 주말이다. 내 옆에서 연신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도 제 몫을 하는 한 주 남은 8월,

여름아 게 물렀거라!!


새콤달콤 비빔국수로 맛있는 점심 차려 발 담근 거실계곡서 남은 8월 맛있게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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