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이를 위한 마음글 - ‘길 없는 길’
누구나 자신의 뜻대로 주변의 일들이 돌아가지 않을 때, 처음에는
‘당황’을 하고 그것이 더해지면 ‘방황’을 하게 됩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
그런데 그 방황을 넘어 서면 이제는 나가는 길마저도 찾기 힘든 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때는 그 길이 어디인지 참 많이 찾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나마 책을 읽으며 그 길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당시 저는 여러의 책 중에서 법정 스님의 책을 참 좋아해 탐독했습니다.
법정스님의 글은 불교 서적이라기보다 철학 서적에 가까웠습니다.
주로 형식이 없는 수필이 많았으며 스님의 법문을 글로 옮긴 책들도 역시나 우리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해석하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밤에 암자 옆에서 나무가 우는 소리를 스님은 불교의 깊은 철학을 배경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책은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지로 절판되었는데, 이사 다니면서, 주변에 선물하며 수중에 몇 권만 이 남았습니다.( 따로 소개드릴만한 좋은 책은 남았습니다 ㅎ )
비록 저는 불교도는 아니었지만 당시는 철학적으로는 제 상황과 맞물려 심취했었습니다.
헌데 오늘 법정스님 이야기와 함께 소개드리고 싶은 책은 역시 고인이 되신 최 인호 작가님의 ‘길 없는 길’입니다, 방황의 끝을 벗어나려는 저에게 길 없는 길이란 게 무슨 의미 인지 몰랐지만
독실한 기독교인 이신 작가분께서 불교의 구도 소설을 쓰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저는 책을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불교에 대해 아는바도 매우 적거니와 외우는 불경 하나 없는 저이지만 그때의 소설에서 건진 것이 딱 하나 있어 친구분들께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당시 저에게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필사도 해보곤 했습니다.
지금 저는 무교입니다. 묘하게, 장모님은 불교신자이시며, 어머니는 권사이십니다.
보왕 삼매론
1.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를 약으로 삼으라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움이 넘치게 되나니,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4, 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으로 삼으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여러 겁을 통해서 일을 성취하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순결로서 사귐을 깊게 하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자니
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로 원림을 삼으라.
8. 공덕을 베풀되 대가를 바라지 말라.
대가를 바라면 내가 의도하는 바가 있게 되나니,
덕 베푼 것을 헌 신처럼 버리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수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돼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예전에 중국의 어느 유명한 선사께서 지으셨다는 보왕삼매론은 경전이기보다 저에게는 삶의 철학 같은 의미였습니다.
제가 실패했던 이유는,
일을 쉽게 이루려 했고, 교만했고, 남이 내 뜻대로 다 움직여 주길 바랐고, 분에 넘치는 이익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억울함을 풀자고 원망하는 마음을 쌓았습니다.
마음글 전해 봅니다. 오늘도 복된 하루 되세요 !
wak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