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선택을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남들은 저녁식사 메뉴에도 선택장애가 온다고 할 때, 나는 자신있게!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큰 선택을 해야할 일이 왔다. 장교의 특성상 보직(자리)를 바꿔야 하는 시기가 오는데, 언제, 어디로 갈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 고민에는 다양한 생각과 결정들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장기 복무 지원은 할 것인가?, 나는 군인이 진짜 하고 싶은가?, 그럼 지금 가는 시기가 적절한가?, 장기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이동을 할 것인가?, 현재 내 자리에서 같은 집단군(같이 평가를 받는 대상이 묶이는 그룹)을 구성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그 사람보다 잘하나?, 지금 나의 장기가 선발될 수 있는 준비상태는 어느 수준인가? 등등. 고민을 쓰다보니 끝도 없다. 이 고민에 대한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다보니 막히는 순간이 와서, 고민을 미루고, 선택을 멈췄다. 평소에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라 여겨왔던 나는 이런 모습이 편안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작은 선택은 잘하지만, 큰 선택은 미루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신이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라 착각하고 있는 내가 곰곰히 생각해본 특징을 정리해보려 한다. 그리고 나만의 해결책도 적어두었으니 혹시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뤄두었던 결정을 지금 해보기 바란다.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안걸릴거다.
첫번째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는 것이 두렵고 무서워서이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러니 그 책임은 내가 진다.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고, 왜 그렇게 결정하게 뒀냐고 질책할 수도 없다. 온전히 결정은 내가 했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서워서.. 선택을 미루게 된다.
하지만 해결책은. 그런 나 자신을 인정하면서 좀 더 나에게 집중하자. 남들 선택장애 올 때, 내 혀끝에서 원하는 음식이 무엇이니 이것을 먹자. 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나 이니까. 그리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 선택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 하나만. 그 이유에만 집중해서 선택을 해보자.
두번째는. 선택에 대한 결정이 두려워서 남들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길어서다. 첫번째와 같은 맥락으로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나혼자 지는 것이 무서워서 남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러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다른 사람 의견 구하기 모음집처럼. 성격에 따라서 여러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가장 좋은 선택을 결정한다.
솔직히 여기서 함정을 알려줄까?? 결국은 니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 편을 들어서 결심을 할 거다.
세번째는. 고민하고 찾는 시간이 귀찮아서다.
해결책은 귀찮으면, 왜 밥먹고 왜 사니? 그럼 살지마~~
마지막은 진짜 모두를 관통하는 것 하나. 결국은 너무 잘하고 싶어서다. 최선은 없다. 모든게 다 좋을 순 없다. 차선도 결국은 결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