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오후 4시만 되면 퇴근 전에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오늘 해야할 일은 다 했을까? 육군수첩을 보면, 아니다!! 아직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효율적으로 일을 했을까? 분명!! 화장실도 참아가면서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 일을 했는데 왜 남는 일은 없을까? 일과시간이 끝날때가 되면 남는 일은 없을까? 나에게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 한 번도 "그래! 해야할 것을 알차게 잘 했어." 라고 스스로를 토닥여줄 수 있는 날이 없다. 그래서 화가난 기분으로 퇴근 하기 싫어서 5시 30분에 초과근무를 켜고, 야근을 시작한다.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 "화"로만 가득차게 되어서, 오늘은 그 "화"를 조금 다스리기 위해서 저녁을 먹으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오늘 하루종일 뭘 하면 보냈을까?
아침에는 기상도 확인하고 상급부대 시간계획도 확인하며 알차게 보내는 듯 싶더니, 오전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눈치만 보느라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최근에 오신 과장님의 PC 비밀번호가 잠겨버려서 과장님께서 난처해하신 것. 하지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괜히 몇 마디 말씀을 여쭤보시고, 불편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 과장님인데.. 도와드려야지 싶은 생각에 기웃거렸지만, 이쪽에 대해서는 무뇌한인 내가 뭘 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점심시간 직전에 30분 집중하자고 일을 했던 것이 내가 오늘 일과 중에 가장 집중을 잘 했던 시간. 오후에는 오전에 벌여놓은 일을 한 개 정도 처리하고 나니 하루가 끝나버렸다.
진짜 "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은 결국 해내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오늘도 자괴감에 빠졌다.
일을 정리도 못하고, 내가 해야하는 업무의 순소도 모르고 두서없이 하는 내 모습. MBTI의 성격에서 J(계획형 인간)이 되고 싶은 걱정많은 P(즉흥적 인간)란 나란 인간. 육군 수첩에 해야할 일 목록은 잔뜩 써져있지만, 목록 쓰는 것에만 끝나버리는. 하루종일 목록만 쓰다가 끝나 버렸다. 그러니 하나에 집중을 할 수가 있나?
그리고 내가 일하는 공간도 불편한 곳이다. 부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에서, 문 앞에 자리가 있다보니 오며가며 모든 사람들이 말을 거는 장소이다. 처음에는 장소 탓을 했지만, 장교로서 살아가는 내 삶에서. 장소 탓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내가 이겨내는 방법은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다. 공부도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도 엉덩이로 하는 거다. 엉덩이가 들썩들썩이면, 하루가 그냥 끝나버린다. 한 번 앉으면 진득하게 집중하는 힘을 기르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계획을 철저히 하는 것도 좋은데!!
한 번 앉아서 일을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면,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 집중하자. 한 번 앉으면 적어도 30분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습관화 해보자.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버리자. 그리고 한 번 할 때는 한 개에만 몰두해서 일을 하자. 그러다가 생각나는 일들은 수첩옆에 작은 메모 공간을 만들어서 써두고 일의 공백을 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