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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은섭 Oct 15. 2022

[수학을 디자인하다] 불친절한 '초등수학' 교과서

머리 싸매는 초등 1학년, "2중 뛰기가 뭐예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어른의 관점에서 초등 수학은 무척 쉽습니다. 누구나 가르칠 수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어른들은 '수포자'와 같은 단어들을 써가면서 삭막하고 차가운 수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물론이고 자존감마저 떨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수학을 싫어하게 됩니다.



아이들 관점에서 초등수학은 매우 어렵답니다.



고등학생이 미적분을 배울 때처럼 말이지요.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일상 언어가 아닌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수학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선진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과정 중 덧셈이나 뺄셈에 대한 내용이 아주 천천히 도입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실생활의 다양한 예를 통해 수에 대한 감각을 먼저 기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준 다음 연산을 학습하도록 아이들을 배려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초등수학을 공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학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어렵게' 가자는 초등학교 수학교과서 저자들이 아이들의 학습 과정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충' 책을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를 유심히 살펴보면 문제들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 서술형 문제의 이상한 문장 표현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 p.11]




이 문제를 읽다 보면 '2중 뛰기'에서 잠깐 멈추게 됩니다. 교과서 저자들은 꼭 '2중 뛰기'라는 단어를 썼어야 했을까요? 문제를 푸는 아이들은 '2중 뛰기' 때문에 2를 더 곱해야 하는지 불필요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냥 '줄넘기'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아니면 2를 숫자로 쓰지 말고 '이중 뛰기'라고 표현했으면 오해의 소지가 줄어들었겠지요. 생각해보니 요즘에는 '이중 뛰기'보다 '이단 뛰기'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조금 더 배려하는 표현이 필요합니다.


알고 계시나요? 초등 1학년 과정에서는 두 자리 자연수까지만 배웁니다. 그런데 수학책 하단에는 100이 넘는 숫자들이 쪽수로 적혀 있습니다. 아이들이 궁금해할지도 모르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교과서 저자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문제 구성(형식)의 모호함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수학익힘책 p.10]



위의 문제를 풀어보시겠어요? 이 문제의 오른쪽 끝에 있는 네모에 어떤 수를 써넣어야 할까요? 4739과 8526이 바로 이어지게 됩니다.


1000이 4개에 1000이 8개면 1만2000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아래의 숫자들은 또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요? 공간을 조금만 더 추가해 8526을 묻는 문제는 따로 분리해 제시할 수 없었을까요?



- @매일경제_ 유튜브 '수학디자이너 반쌤' 운영자, 수학교육학 박사 반은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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