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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걸 Jan 19. 2024

마흔이면 애정이 사라질까


“나 폐경왔어.”

남편의 친구 부부동반 모임에 나갔다가 40대 중후반언니의 폐경소식을 듣게되었다. 갱년기도 오려고 하는지 몸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30대 후반이었던 나는 나에게도 곧 닥칠 몸의 변화에 고민하나가 더 생겼었다.

 누구와 내 몸에 대해서 온전히 이야기를 주고 받는게 어색한 나였다. 특히, 부부사이의 성관계에 대한 궁금함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

요즘 MZ세대들은 생리에 대한 이야기도 개방적으로 잘 얘기한다.

‘나 오늘 생리한다. 생리대 있는 사람~’

중학교에 다니는 딸의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아주 오래전 90년대 대구의 여중, 여고를 다녔다. 소심한 성격의 나는  생리대 빌리기가 제일 부끄러웠다.  요즘 중,고등학교는 라떼와는 다르게 남녀공학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라떼는 생각도 못할 일인 남학생들이 옆에 있어도 생리 이야기를 한다. 이런 시대변화에도 나는 아직도 몸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게 어색하다. 말뿐만 아니라 몸에도 소심했었던 내가 마흔이 다 되어 찾아온 작은 기쁨이  있다.

 남편과 함께하는 잠자리가 우리 사이에  얼마나 소중하고 앳듯한지 알게 된 것이다.

 20대 초에 결혼해서 남편이 나를 와락 안고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지는 걸 나는 부부사이의 관계로 그냥 받아들였다. 밤에 찾아오는 남편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남편의 몸이 들어올 때 찾아오는 고통은 참아야하는 의무 같았고 즐겁지가 않았다.

괜히 더 피곤하고 아픈 걸 왜 해야하는지 남편이 미울 때도 있었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성적욕구가 부족한 편이며 그 중 평균 여성들보다 어쩜 난 성욕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매체를 통해 남자만큼 여자들도 성욕이 있고 그걸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걸 30대후반이 다 되어서 알게 되었다.

  ‘내 몸을 잘 모르는 게 아닐까?’ 고민하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잠자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과형인 나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남편과 하는 잠자리가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누군가와 상의했다면 더 빨리 좋아질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마흔이라는 나이에 찾아온 큰 행복에 우리 부부는 결혼 초 보다도 더 연애하는 기분이다.   

결혼한지 오래되면 애정과 사랑이 변한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부사이의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들 한다. 난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서 더 깊어진 사랑은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

주말부부를 시작한지 이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경기도와 포항을 주말마다 오가는 남편을 5년동안 지켜보고 있다. 금요일이 되면 밤에 집으로 올 남편을 생각하면 기다려지고 주말은 더할나위없이 기쁜날이다.


지금 막 결혼한 20대 신혼부부들은 40대부부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부사이의 권태기에 빠져  불륜을 일삼는 드라마의 부부들처럼 생각할까 걱정이 된다. 아니면 일상의 고단함에 지친 40대부부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젊은이 들이 얘기하는 노잼세대로 넘어가는 중일지도.

 40대의 부부는 서로 한창 왕성히 사회활동을 할때이다. 어쩜 20.30대처럼 앞만 보며 살아가던 시간을 지나고 이젠 뒤도 돌아보고 가족들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자신을 많이 그리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젊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리지도 않다. 부부관계도 그렇다. 서로 없으면 안될만큼 사랑도 해봤고 돌아보지도 않고 헤어질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싸워본적도 있다. 그런 파도같은 시간들을 거치며 우린 여기에 와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잘 알기에 말도 아낄줄 알게 되었고 기분 좋은 날은 좋아하는 반찬을 넌지시 앞에 놓기도 하는 우정이 돈독한 관계이다. 풍파가 불어올 때면 혼자였다면 쓰러져 좌절했겠지만 맨 먼저 애들 아빠를 먼저 안아주고 토닥여주며 가정을 지키려 애쓴다. 따뜻하며 가정적인 남편도 나를 먼저 챙긴다. 그래서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조용한 물결처럼 재미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의 깊은 애정이 20년 고은 곰국처럼 진해다.

큰 이벤트도 없고 함께 낭만적인 여행을 가는 일도 없다. 그냥 일상을 함께하는 40대부부는 순간순간이 재미있고 즐겁다. 함께 좋아하는 산을 오르고 집에 와서는 서로 다리도 주물러주며 우리 늙었다며 한바탕 웃는다.  잠을 자려고 누워서는  남편에게 이번주 있었던 일들을 시시콜콜 얘기한다. 남편은 경상도 남자답게 잘 들어주기만 할 뿐 별 답은 없다. 그래도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답하며 난 연시 행복하다.. 남편 팔배게를 하고 누워 꼭 껴앉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남편이 오십견이 와서 어깨가 아픈날은 팔배게를 못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바라보며 찬찬히 머릿속에 이 순간을 기억한다. 옆머리에 흰머리가 많이난걸 바라보며 함께한 세월을 기억하고 다 자란 아이들을 보며 우리에게도 이젠 둘만의 시간이 넘쳐날걸 기다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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