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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이 Aug 19. 2023

[드라마 분석] 나를 죽인 살인자는 나의 팔로워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연출 김철규 극본 김이영 



이 드라마를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오? 선점했네?'였다. 물론, 웹툰 <팔이피플>처럼 현실적으로 인플루언서를 묘사하고 풍자하는 작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드라마 소재로 보면 인플루언서라는 소재를 가장 빠르게 선점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인플루언서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오면 <셀러브리티>를 안 떠올릴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기획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이다. 오프닝을 캐릭터 설명이 아니라 ‘죽은 서아리의 인터넷 방송’이라는 사건에 초점을 맞춰 시작하는데... 시청자가 ‘죽은 사람이 어떻게 방송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 뒤로도 이 작품은 매회 엔딩점을 사건의 암시로 끝낸다. 

'얘네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서아리가 어떻게 위기를 해결할까?' 이런 식으로 다음 화를 볼 수밖에 없도록 사건을 배치했다. 정주행 할 때 재미가 배가 되는 구성이라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 특성과도 잘 잘 맞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주행을 유도하는 느낌?) 


사건 중심인 드라마라 그런지  복잡한 캐릭터도 없다. 입체적인 캐릭터가 없어서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인물보다 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  밸런스를 잘 맞췄고 본다. 사건을 따라가야 하는데, 개개인의 내면 딜레마와 서사로 비중을 크게 가져가면 극 자체가 어려워졌을 것 같다.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밋밋하다는 건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되어 유명해지겠다는 아리와 민혜를 필두로 한 가빈회의 모든 조연은 전부 욕망이 투명하다. 갈등이 분명하고 선악관계가 뚜렷하다 보니 아리가 가빈회를 짓밟고 올라가는 과정도 손쉽다. 비밀을 틀어쥐고, 폭로를 빌미로 협박을 한다. 이들이 가진 이들이 가진 허영심과 욕망은 인간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감정이다. 시청자가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러브라인이 가장 아쉬웠다.  민혁-아리 로맨스 서사가 극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민혁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인 왕자님이었다.  캐릭터를 단순한 게 만들고자 했어도, 민혁을 요즘 시대 여성이 원하는 멋있는 캐릭터로 만들었어야 했다. 멋이 하나도 없다... 남주가 노매력이니까 당연히 민혁-아리 케미도 안 살아난다. 민혁을 왕자님으로 그리려고 아리를 신데렐라로 만드는 중후반부부터 아리 캐릭터까지 흔들린다. 초반부타 쌓아놓은 주도적이고 자립심 강한 아리가 신데렐라가 되니까 여주와 남주 둘 다 매력이 떨어진다. 


대사도 너무 아쉬웠다. 영상미와 트렌디한 콘셉트를 가져가는 작품과 달리 대사가 너무 직설적이고 투박했다. 돈이 많아서 딸을 공주처럼 키웠고, 그래서 서민은 아니라는 대사가 1회에 나오는데 10년 전에 나왔던 드라마 ‘상속자들’이 생각났다. 심지어 상속자들은 꽂히는 대사라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대사를 들었을 때 민망했던 감정만 기억날 뿐 또렷하게 외워지는 대사가 없다는 점에서 잘 쓴 대사라고 보기 어렵다. 드라마의 화제성에 비해 명대사나, 최애캐라며 인기 있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게 그 반증이다. 


그런데도 이거 봐? 말아?라고 묻는다면 나는 보라고 답하겠다. 시간이 아까운 드라마는 아니었다. 정주행 할만한 드라마 어디 없나~~ 찾고 있다면?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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