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가는 행위의 의미
그냥 주절거리는 이야기
영화관을 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되어가고 있는가.
그리 길지 않은 과거에 추석 특선 영화라는 개념이 있었고, 연휴에 관객을 붙잡을 가족 영화가 많았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가족 영화는 꾸준히 개봉되고는 있지만 현재 시점의 관객들은 그 영화가 영화관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부터 확인하는 경향이 생겼다. 물론 이전에도 평점을 찾아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 단어가 이전처럼 영화를 보고자 하면 영화관부터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굳이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지 찾아본다는 것이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OTT가 성행하다보니 새로이 생겨난 기준인 영화관까지 가서 볼 가치가 있는지 등이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방식이 영화관 독점이었을 시절과는 달리, 컨텐츠 보급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으니 굳이의 영역인 영화관을 방문해서 이 영화관을 온 사람들의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해야만이 영화관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물론 누가 영화관에 오는 일을 쓸모없게 만들고 싶겠냐마는 관객이 영화관을 오기까지 결정하고 실행하는데에 이 영화가 확실하게 구미가 당기고 돈을 쓰기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할 이전보다 확실한 보증수표가 필요한 것이다.
흥행을 그나마 보증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캐스팅인가? 배우의 존재 또한 중요하지만 예전만큼 꼭 이 배우가 나와서 이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인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영화관까지 오는 이 귀찮은 일을 하는데 대배우 캐스팅 여부는 아주 약간의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흥행에 큰 지표가 되진 않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점은 오락 액션 장르는 여전히 성행하는 점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성공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잔잔한 장르와 수입영화 장르는 이후에 OTT로 볼 수 있으니 영화관을 가는 것이 이득인지 아닌지를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영화를 보는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뭔가 영화관을 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단순해졌다. 영화관에서 생생한 음향과 큰 화면으로 보아야만 하는 영화만이 살아남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관을 가는 데에 이토록 계산적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아까도 언급했지만 OTT에 다양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즐비하지만 그것보다도 영화관의 가격 인상도 한 몫 한 것 같다. 15000원이 넘는 돈을 주고 영화를 보았을 때 내가 돈이 아까운가를 고민하게 되는,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예술을 소비하는 데에 돈을 아까워하면 되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관객은 내가 돈을 쓴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컨텐츠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미술 전시의 경우, SNS에서 공유되기 좋은 사진 스팟, 인스타핫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예전의 고루한 이미지에서 벗어났다고 한다면, 영화 산업은 형식에서 벗어나기 힘든 문화 장르이다.
요새 잘되는 영화들을 보면, 대체로 애니메이션의 급부상이 있다. 요새 기준으로 '인사이드 아웃'이 반응이 좋던데, 애니메이션 산업에는 굿즈 산업이 꽤나 잘 자리잡고 있지 않나. 다른 장르의 영화들은 굿즈 산업이 성행할 수는 없을까.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닌, 배우의 연기로 끌고 가야 하는 드라마 장르, 로맨스 장르 등 소소한 서사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이 아이돌 팬덤만큼의 팬덤이 있어서 굿즈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올해 '챌린저스'를 잘 본 영화 중 하나로 꼽는데, '범죄도시'의 흥행으로 생각보다 빨리 영화관에서 내려간 것으로 안다. 하지만 관객으로서의 나는 그 지점이 조금 아쉬웠고 원체 포스터를 모으지 않고 기타 굿즈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뭔가 기억할만한 물건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고 싶었다. 일례로, 이전에 '슬픔의 삼각형'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영화사 측에서 레몬 사탕과 프레즐 쿠키를 증정해준 적이 있었다. 무료이긴 했지만 그 때 그걸 받으면서 뭔가 영화를 보고 영화 속 특징적 사물을 극대화해 굿즈로 승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려면 굿즈를 만들고 하는 마케팅 비용이 결국 관건이라 현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