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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ica n Aug 02. 2021

[영화] 아워 미드나잇 -현실과 꿈 사이에서 나누는 대

<아워 미드나잇 : Our Midnight>은 꿈일까, 현실일까



제가 올해 2020 BIFF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 이자 유일하게 본 부산국제영화제 본 상영작...이며 영화의 전당에서 봤던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아워 미드나잇>(Our Midnight)입니다.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아워 미드나잇> 도입부 줄거리

 가난한 배우 '지훈'은 옥탑방에 살며 졸업한 학교 연습실을 전전하며 데뷔를 꿈꾼다. 그런 그에게 오랫동안 사귀어온 여자친구는 결혼 소식을 알리며 이별을 선언한다.

 배우 꿈을 포기한 전여자친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된 선배로부터 비밀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 '지훈', 그는 이 일을 계기로 한강 다리에서 '은영'을 만나게 된다.

 '은영'은 안타까운 사건을 겪었지만 회사에서는 오히려 흉흉한 억측과 소문의 당사자가 된다. 복잡한 마음으로 한강 다리를 지나던 은영은 지훈과 다시 우연히 만나 대화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울의 밤거리를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품의 제목에 드러난 것과 같이, 이 영화는 두 주인공 '은영'과 '지훈'이 밤과 밤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작품입니다.  각자 복잡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고, 점차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극에서 묘사하는 두 삶의 무게는 참 무겁고 현실적이지만, 두 사람의 대화와 걸음걸이는 상쾌하고 밝습니다. 그리고 그건 현실을 도피하는 행동도 아니고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에 가까워서, 보는 사람에게도 전하는 울림이 있었어요.



 특히 영화의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마저 좋아진다고 할까요.   그런 작품을 보기도 쉽지 않고, 최근에 잘 만나기도 힘들었던 터라 작품의 힘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아워 미드나잇> 러닝타임 77분은, 길 것 같은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때문인지를 딱 한 가지로 짚어서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일단, 영화 속 모든 순간들이 재기 발랄하고 핑크빛이라든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단 이 영화는 그런 깨 볶는 이야기도 아니고,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77분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전반부는 앞서 삶의 무게에 짓눌릴 것처럼 답답하고, 안타깝고, 우울합니다.



 그래서 침울한 기분을 안고 극장에 입장했던 저 역시 참 곤혹스러울 정도였어요.  <레버넌트>나 <달콤한 인생>처럼 다소 극단적인 주인공 죽이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서 더욱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많은 고민을 안고 극장에 들어갔던 터라, 주인공의 이야기가 더욱 잘 와닿았기에 그랬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워 미드나잇> 스틸컷



 <Our Midnight> 작품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편집 역시,  스펙터클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심지어 대부분의 장면이 흑백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이 흑백 화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내내 풍기는 현실적인 삶의 고민은 물론, 중반부 이후 두 사람의 대화에도 잘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무래도 흑백 화면을 볼 일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어서 그랬을까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정은 감독은 작품을 구상하던 중에 협의를 통해 흑백으로 작업하기로 정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성격(이야기, 전개 등)이 흑백톤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거든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워 미드나잇> 첫 상영을 마치고 열린 GV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오갔는데요.   임정은 감독, 이승훈 배우(지훈 역), 박서은 배우(은영 역)에게 역시나 화면의 흑백톤, 비율,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이 질문으로 나왔습니다.




두 배우와 감독 모두, 이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판타지를 만들고자 했던 건 아니라고 밝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럼에도 삶을 씩씩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놓고 보니, 말로는 참 이렇게 밖에 쓸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네요.


임정은 감독이 밝힌 것처럼, 영화 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두 주인공은 오히려 삶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갑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랬고, 영화의 러닝타임 이후로도 그럴 것이고, 현실의 두 배우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이 삶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 화두는 그런 것이었어요.



영화를 보고 난 후,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이 생각나, 책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사랑에 빠지는 원인은 세 가지다.

보는 것, 듣는 것, 연인의 후한 마음.

사람의 관계는 낯선 사람에게 눈길을 건네는 사소한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과 정성을 후하게 쏟으며 그 사람은 사랑의 주체가 된다.

 사랑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쉽고,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
 그러니 사랑을 얼마나 해보았느냐는 질문은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당신은 다른 존재가 되어 보았느냐.

왜 사랑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비활성화된 자아의 활성화가 암울한 현실에 숨구멍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존재의 등이 켜지는 순간 사랑은 속삭인다.

삶을 붙들고 최선을 다해요.


<다가오는 말들> - 유 저





+ 이렇게 글을 적어가다 문득 검색을 해보니 오늘자 <씨네21>에 작품과 감독 인터뷰가 게시되었습니다. 작품을 보신 분들,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해당 기사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저도 마무리하고 기사를 읽으며 다시 한번 작품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아워 미드나잇 '현실의 삶에서 출발하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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