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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치료사 숲 Apr 08. 2021

집이 주는 느낌

집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나에게 집은 정의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집의 느낌은 어떨까. 편안한 공간이어야 할 집이 내게는 단 한 번도 편안한 느낌을 준 적은 없었던 거 같다. 그렇다고 매일 매 순간 이슈와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음에도 내게 집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편안함’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내가 집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된 건 결혼 이후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니까 말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11살 차이 나는 여동생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아야 했고, 계속 가게일을 하셨던 엄마를 대신해 동생의 곁에 있었다. 당시에는 특별히 불만도 없었지만 친구들에게 “네가 엄마야?”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었다.


 형편이 좋진 않았지만 무언가를 물질적으로 감당해왔던 적은 크게 없었다.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했기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것 조차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게 천만다행이기도 했지만, 먼저 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엄마는 평생을 빚 갚는데 지금까지도 생활과 시간을 다 하고 있다. 다만 내 이름으로 빚을 내 준 것 뿐..  


 음악치료 일을 시작하면서 10만 원짜리 내 차가 생겼는데(지금은 다 갚았다.) 그 차로 인해 정말 많은 일들을 했고, 사람들을 만났다. 차가 생기기 전 여러 해 동안 다이어리에 “차가 생기게 해 주세요. 그 차로 많은 일들을 하게 해 주세요.”라고 적어왔었는데 나의 차는 그러한 일도 감당했지만, 나의 편안한 공간이 되어주었다.


 더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일이 끝나고 나면 일부러라도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진 않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들 까지도 약속을 만들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올라가지 않고 차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고, 또 반응해 주는 것이 어려웠다. 반응해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상황과 공간을 피했다. 그래서 가족들이 자고 있는 시간, 가장 늦은 시간에 많이 들어갔다.


 차는 내게 이동수단이었고, 편안한 공간인 집을 대신해 주었다. 집이 편안하지 않은 공간이었다는 걸 동생들은 알고 있지만 차가 나에게 그러한 공간이었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후, 나는 내가 앞으로 꾸려나갈 나의 집이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쉴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 아이에게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이길. 그렇게 꾸려나가고 있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불편한 곳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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