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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Feb 26. 2024

맨발걷기의 효과(10) 풍부한 감각회복

맨발의사가 알려주는 맨발걷기의 모든 것(14)

맨발걷기의 효과, 열 번째 


10. 맨발로 풍부한 감각을 회복하다!



인간의 신경계는 크게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으로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앞 장 에서 맨발걷기가 어떻게 운동신경계에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 말씀드렸다면 이번에는 감각신경에 대해 알아봅시다.


감각신경은 뇌가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이해하게 하는 기억의 재료가 됩니다. 컴퓨터로 말하면 입력장치 같은 것이죠. 입력에서 문제가 있다면 뇌는 이 세상이 살기 힘든 곳이라는 기억을 갖게 됩니다.



흔히 감각이라고 하면 오감을 떠올리실 겁니다. 눈, 귀, 코, 혀, 피부 이 다섯가지가 모두 감각기관이죠.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피부에 무언가 닿거나 눌리는 등의 자극을 받아들여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은 자신을 둘러 싼 세계가 안전한지 위험한지 판단합니다. 사실, 귀는 하나의 감각기관이자만 투잡을 뛰고 있습니다. 듣는 기능 뿐 아니라 평형감각도 담당하고 있죠.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오감이 아니라 육감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 여섯 가지 감각 중 하나라도 없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면 인간의 생존은 훨씬 더 위험해집니다. 물론, 현대 사회는 이런 감각기관의 이상이 있을 때도 안경이나 보청기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보조합니다.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이런 분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는 여섯 가지 감각에 이상이 있다면 굉장히 힘겨운 삶을 살게 됩됩니다. 이러한 여섯가지 감각에 이상이 있다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차립니다. 


반면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금방 알아채기 어려운 감각이 두 가지 있습니다. .



1. 맨발걷기로 균형감각이 좋아진다.


첫 번째가 고유수용성 감각입니다. 



말이 좀 낯설게 느껴지시죠? 고유수용성 감각을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의 위치 감각입니다. 우리 몸이 바닥에 닿을 때 그 바닥이 울퉁불퉁한지, 매끄러운지, 푹신푹신한지 등을 다른 그 어떤 신경보다도 빠른 속도로 뇌에 전달합니다. 통증신호보다 거의 100배 가까이 빠르게 신호를 전달합니다. 뇌에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발에 얼마나 힘을 주어야 할지 다음 발걸음은 어떻게 해야할지를 순간적으로 정하고 발걸음을 조절합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날 뿐 아니라 내가 의식적으로 알아채기도 전에 계산되고 처리됩니다. 남미의 축구 선수들은 달리다가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슛을 날리곤 하는데 이런 고유수용성 감각이 발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유수용성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다발은 속도도 빠르지만 양도 많습니다. 우리 몸에서 숫자로도 가장 많이 발달한 감각신경계가 바로 고유수용성 감각입니다. 그만큼 의식적으로는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우리 몸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감각이라는 뜻입니다. 이 감각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면 불안해서 걷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발에 얼만큼 힘을 주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어서 쉽게  넘어지고 말테니까요.



맨발걷기를 하면 이렇게도 중요한 고유수용성 감각이 좋아집니다. 쉽게 말하면 맨발로 걸으면 밸런스가 좋아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특히 노인분들은 맨발로 많이 걸으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 주름이 지듯 신경의 퇴행도 자연스럽게 뒤따르는데 바로 이 때 고유수용성 감각도 함께 떨어집니다. 고유수용성 감각이 떨어지면 균형을 잃고 쉽게 넘어집니다. 고유수용성 감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맨발로 걷는 겁니다. 맨발로 다양한 바닥면과 접촉하면 감각이 풍부하게 몸 안으로 들어옵니다. 감지하는 감각의 양과 질 면에서 신발을 신는 것과 맨발로 걷는 것은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발바닥이 그동안 무시되었던 고유수용성 감각을 깨우면 밸런스가 좋아지고 노인분들의 낙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노인들이 자꾸 넘어진다고 가만히 앉혀놓으면 근력이 떨어지는 것 뿐 아니라 치매가 빨리 옵니다. 옆에서 누가 도와서라도 맨발로 땅을 디디고 걷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마저도 위험하다면 처음에는 맨발로 서 있는 정도만이라도 하시길 바랍니다. 맨발로 서 있기가 좀 적응이 되신다면 그 후에는 워커 같은 보조기를 이용해서라도 꾸준하게 맨발로 걸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미국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 일부는 이렇게 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손까지 사용합니다. 네 발로 잔디밭 위를 걷습니다. 무릎까지 사용해서 최대한 지구와 접지하는 면적을 늘리는 셈입니다. 바닥의 감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넘어지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네 발로 몸을 지탱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걷는 것보다 한 단계 더 낮추어서 네발기기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한전하게 접지효과를 누릴 수 있고 다양한 감각을 통해 심신의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2. 맨발걷기로 속이 편해진다.


두 번째 애매한 감각은 내수용 감각입니다.



내수용 감각이라는 말은 아래와 같이 한마디로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내수용 감각


심장, 폐, 위, 소장, 대장과 같은 다양한 장기가 어떻게 기능을 하고 있는지, 혈관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줄어들었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 내수용 감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그 정체성의 재료가 되는 것이 경험입니다. 그 경험의 바탕이 되는 것이 감각입니다. 감각은 자신이 어떤 섹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입니다. 눈으로 어떤 것을 보고, 귀로 어떤 것을 듣고 또 균형을 잡고, 코로 어떤 냄새를 맡고, 입으로 어떤 맛을 보고, 손으로 어떤 촉감을 느꼈는지.. 이런 감각이 다 우리 기억의 재료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 말씀 드린 여섯 가지의 감각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 바로 이 내수용 감각입니다. 


다양한 감각 외에도 이런 감각을 알아차리는 센터가 있습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뇌라고 여기서 얘기해 두겠습니다. (물론 개인의 뇌의 범위를 넘어서는 또 다른 인식이 있지만 그것 까지 말하는 것은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감각을 처리하여 자신의 삶이 안전한지 위험한지 판단하는 센터에 해당하는 뇌에 대해 간단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것만 해도 책 한 권을 따로 써야 할 정도라서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알아보겠습니다. 가급적 쉽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은 뇌로 모이는데 그 중에서 필요한 것들은 더 가중치를 두어 꼭꼭 저장해 놓습니다. 반면 자신을 위협하지 않거나 큰 기쁨도 주지 않는 필요 없는 정보들은 저장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정보라도 내 삶의 목표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달라집니다. 


20대 청춘 남녀가 화창한 날씨에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며 걸어갑니다. 그런데 꽤나 큰 소리를 내며 납작하게 생긴 금빛 오픈카가 지나갑니다. 남자는 오픈카의 날렵한 모양과 색깔, 스피드 등 자동차의 모든 속성을 생생하게 느끼고 그 정보가 뇌의 깊숙한 부위에 마치 조각칼로 목판을을 파내듯 각인됩니다. 반면 여성은 자동차의 속성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글라스를 쓰고 조수석에 앉은 여성이 가지고 있던 큼지막한 명품백이 각인됩니다. 같은 자극에 노출되어도 각자의 삶의 기준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목표에 맞추어서 감각정보를 일부만 받아들이고 등록합니다. 그러니 같은 곳에서 같은 장면을 보았더라도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감각은 세상의 실상을 그대로 다 반영하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기억과 생각, 그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감정 상태에 따라 일부만 받아들이거나 전혀 다르게 왜곡해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 때 우리는 한 가지 의문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3. 바깥 세상의 정보를 얼만큼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


그러면 어떻게 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정답은 우리의 내수용감각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합니다.


심장, 폐, 위, 장, 방광 이런 장기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모든 감정상태는 요동칩니다. 물론 미세한 변동은 우리가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일정 수준을 벗어나면 몹시 불안해집니다. 심할 때는 뇌의 전두엽이 거의 작동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됩니다.


2년 전이었습니다. 잠자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깼습니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다가 느려지기를 불규칙적으로 반복합니다. 그러면 평소에는 심장 뛰는 것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온통 신경이 심장으로 쏠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다시 잠을 청하기가 어렵고 온갖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에서 날아 다닙니다. 굉장히 불안하죠. 이 상태에서는 다른 생각은 하기 어렵습니다.


외국 여행을 갔다가 신기하게 생긴데다 낯선 냄새의 음식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매큼한 끝맛 때문에 현지 언어로 쓰여져 브랜드 명을 읽을 수 조차 없는 병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아랫배에서 신호가 옵니다.  창자가 마치 마른 논에 물을 대는 양수기의 모터 돌아가듯 소리를 내며 빨리 움직입니다. 속이 뒤틀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됩니다. 두리번 거리며 화장실을 급하게 찾는데 화장실이 표지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나의 뇌는 올스톱 상태였습니다. 그 불안감은 말로 하기 어렵습니다.


내수용감각은 평소에 자율신경계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잘 조절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신경 안 쓰고 살고 있습니다. 신경을 안쓰니까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수용감각의 정보를 자율신경계가 적절히 무시할 것은 무시하고 의미있는 정보라면 나의 의식으로 정보를 보내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조절합니다. 이런 자체 조절 시스템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기초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인체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데 쓰는 에너지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자율신경에게 배정합니다. 자율신경이 내수용감각과 조화를 이루어 내부장기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도록 하는 데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한 집안의 생활목표를 알기 위해서는 가계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돈을 어디에 가장 많이 쓰는가 살펴보면 그 집안의 가풍을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할부금과 자동차 연료비, 유지비에 가장 큰 돈이 들어가는 집안이라면 자동차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집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면 교육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집안입니다.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비용이 가장 큰 지출이라면 주거에 큰 관심을 두는 집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자율신경과 내수용감각을 안정시키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내수용감각이 얼마나 중요한 감각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수용감각에 이상이 깊어지면 굉장히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속이 불편해!


이렇게 속이 불편하다고 할 때 이 속이라는 것이 위장을 얘기하는 것인지, 심장을 얘기하는 것인지, 창자를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내부장기 여러 개를 포함하는 표현인지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해당하는 내부 장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뇌가 다른 정보를 처리하느라고 과부하가 걸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제 저는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먹질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 2~3일간 단식을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소화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것도 있지만 혹여나 문제에 집중하다가 그 스트레스로 내수용감각에 이상이 오면 시험을 망치거나 제대로 된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속이 불편하다고 할 때는 이처럼 소화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내부 장기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내수용감각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내수용감각이 안정되지 않고 자율신경마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면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맨발걷기를 하면 내수용감각과 자율신경의 안정을 함께 되찾게 됩니다. 그 결과 속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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