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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6) 내비게이션과 인공위성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by 김정훈

"몸이 아프면 살고 싶고, 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3장 (6) 내비게이션과 인공위성


길 잃은 당신에게,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터널을 홀로 운전하고 있다고 느껴본 적 있나요?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는 나아가지 않고, 브레이크는 멋대로 걸리며, 경고등은 쉬지 않고 깜빡입니다. 당신은 그저 이 길을 벗어나고 싶을 뿐인데, 차(몸)는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눈앞의 교통상황(스트레스와 통증)은 위협적이기만 합니다. 만성통증과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많은 분들이 바로 이런 ‘길 잃은 운전자’의 심정을 느낍니다.



이 글은 당신이 서툰 운전자가 아니며, 당신의 차가 폐차 직전의 고장난 상태가 아님을 알려드리기 위해 쓰였습니다. 문제는 단 하나, 당신의 내비게이션이 인공위성과의 연결이 끊어진 채, 눈앞의 상황만으로 위태로운 곡예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하늘의 신호를 받아 내비게이션을 재설정할 시간입니다.







내 머릿속의 내비게이션, 시상하부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는 ‘시상하부’라는 작은 지휘관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이는 실시간으로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과 같습니다.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시스템을 총괄하며 체온, 수면, 허기, 갈증 등 생명의 기본값을 조절합니다. 마치 내비게이션이 현재 속도와 교통량에 맞춰 “500미터 앞에서 우회전하세요”라고 알려주듯, 시상하부는 우리 몸에 “이제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해”, “체온이 떨어졌으니 근육을 떨어 열을 내” 와 같은 지령을 쉴 새 없이 내립니다.




하지만 만약 내비게이션이 고장 난다면 어떨까요? 목적지는 서울인데 부산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멈추라고 소리칩니다. 시상하부가 스트레스와 틀어진 자세,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교란될 때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몸은 쉬어야 할 밤에 각성하고(불면증), 에너지가 필요할 때 소화 기능을 멈추며(소화불량),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벨을 울립니다(공황, 불안). 당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이 자꾸 엉뚱한 길로 가는 이유는, 당신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의 내비게이션이 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보는 눈, 당신의 인공위성을 깨워라



내비게이션은 편리하지만, 눈앞의 길만 볼뿐 전체적인 그림은 보지 못합니다.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파악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고를 피해 가장 평화로운 길을 찾으려면, 우리는 하늘 높이 떠 있는 ‘인공위성’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인공위성은 바로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세 번째 마음’입니다. 이 마음은 고통과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걸음 물러나, 모든 상황을 고요히 관망하는 또 다른 당신입니다. 운전석에 앉아 눈앞의 차에만 집중하는 마음이 ‘첫 번째 마음’, 빨리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힌 것이 '두 번째 마음'이라면, 인공위성은 하늘에서 모든 것을 조망하며 길 전체를 이해하는 ‘세 번째 마음’입니다. 이 인공위성은 문화, 종교, 철학과 심리학에서 온갖 다양한 언어들로 이름을 붙여 두었습니다. '참 나', '깨달음', '알아차림', '내려놓음', '하나님 마음', '불성', '천명', '영성', '배경자아', '심층의식'... 그러나 도덕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름을 붙여 놓으면 이름에 매이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차라리 이름이 없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글을 써야 하고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상 '세 번째 마음'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성통증과 자율신경실조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공위성과의 연결이 끊긴 채, 운전자의 두 번째 마음에 갇혀 있습니다. 눈앞의 통증, 눈앞의 불안이라는 도로 위 상황에만 급급하게 반응하죠. 하지만 뇌는 단순히 몸을 조종하는 컨트롤 타워만은 아닙니다. 더 높은 차원의 지혜, 즉 인공위성의 신호를 수신하는 강력한 ‘안테나’이기도 합니다.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지 못하는 운전자는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르거나, 같은 자리를 맴돌다 연료를 모두 소진하게 될 것입니다. 먼 여정을 평화롭게 마치기 위해, 우리에겐 반드시 인공위성의 안내가 필요합니다.




내비게이션과 인공위성, 둘을 연결하는 법



그렇다면 어떻게 이 끊어진 연결을 다시 복구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질주를 멈추고, 잠시 엔진을 끄고, 하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당신의 뇌라는 안테나가 인공위성의 신호를 잘 수신하도록 돕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호흡을 통해 현재 위치를 전송하세요. 차를 갓길에 세우고 창문을 열듯, 편안히 앉아 눈을 감고 당신의 숨결에 집중해 보세요. 코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감각, 배가 부풀었다 꺼지는 움직임을 조용히 느껴보는 겁니다. 이는 마치 GPS가 인공위성에 ‘나 여기 있어요’라고 현재 위치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고요한 신호는 당신의 뇌를 안정시키고, 더 넓은 관점의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시킵니다.





둘째, 감각을 통해 주변 지도를 업데이트하세요.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 바람 소리, 당신의 심장 소리까지. 판단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저 소리의 파동으로 느껴보는 것입니다. 이는 인공위성이 주변 지형과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여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런 ‘멈춤’과 ‘바라봄’의 시간을 통해 당신의 뇌(안테나)는 인공위성(통찰, 세 번째 마음)의 신호를 수신하기 시작합니다. ‘이 통증은 위험 신호가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감각일 뿐이야’, ‘이 불안은 과거의 기억이 만든 가짜 경고등일 수 있어’와 같은 더 높은 차원의 정보가 당신의 시상하부(내비게이션)에 입력됩니다. 그러면 내비게이션은 더 이상 눈앞의 작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전체적인 여정을 고려한 현명한 길을 안내하기 시작합니다.




여정의 끝이 아닌, 평화로운 여정을 위하여




당신이 겪는 고통의 여정은 ‘빨리 끝내야 할’ 숙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평화롭게 지나가는 법’을 배우는 순례길에 가깝습니다. 당신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잠시 인공위성의 신호를 놓쳤을 뿐입니다. 당신 안에는 언제나 가장 지혜로운 길을 아는 인공위성이 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바로 당신의 세 번째 마음입니다. 숨 가쁜 일상에서 이 마음과 접속하세요. 멈춤과 호흡, 그리고 고요한 바라봄을 통해 당신의 내비게이션을 인공위성과 다시 연결하세요. 첫 번째 마음과 두 번째 마음은 '운전자'처럼 당신의 몸을 움직여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그러나 낯선 길을 만났을 때 이 세 번째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성능이 좋은 차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 세 번째 마음과 '운전자'가 연결되어 있다면 당신의 몸은 더 이상 통제 불능의 고장 난 차가 아닌, 평화로운 길을 향해 순항하는 편안한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1부는 몸과 마음의 관계, 우리 안에 혼재된 세 가지 마음, 자율주행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자율신경계의 고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2부 고통의 진짜 이유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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