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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연 Nov 26. 2020

발칙한 신석기의 시작 Göbekli Tepe

12,000년전부터 이어진 간절한 소원


요상한 이름, 괴베클리 테페

터키의 동남쪽 샨르우르파에 위치한 괴베클리 테페 고고학 유적

  괴베클리 테페는 12,000년 전에 만들어진 사원 유적이다. 괴베클리 (Göbekli)는 터키어로 배가 볼록 튀어나온, 부푼 배를 뜻하고 테페(Tepe)는 언덕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동네 사람들은 괴베클리 테페를 “지라예트(Zirayet)”라고 불렀는데 지라예트의 의미는 터키어로 방문이라는 의미이다. 또 하나의 이름으로는 쿠르드어로 “기레 므라자(Gire Mıraza)”이다. 모든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 언덕을 의미한다.

  괴베클리 테페가 발굴되기 훨씬 전부터 동네 사람들은 돌로 둘러싸인 2개의 오래된 무덤 옆에 있는 나무에 모여서 기도하고 제물을 바쳤다. 이 곳에 와서 농사가 잘되도록,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아이가 생기도록 등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믿었다. 사원은 사라졌지만 긴 시간동안 이어진 소원은 깊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오늘까지 이어졌다.     





샨르우르파 박물관과 시장에서 파는 말린 향신료들 그리고 햇살 쨍한 샨르우르파 중심가 :)


괴베클리 테페가 선택한 고고학자


  유적이 세상에 데뷔하는 이야기는 참 다양한데, 괴베클리 테페는 유난히 재미나다. 1963년 이스탄불 대학교와 시카고 대학이 “아나톨리아 남동부 선사시대 연구”프로젝트 일환으로 괴베클리 테페 지역을 조사했다. 괴베클리 테페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계기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건 그때까지만해도 그저 그런 정착지 유적중 하나라고 추정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유적인줄은 몰랐다. 말그대로 ‘나 여기 있어요!’라고만 알린 격이다.

  그리고 1983년, 농사꾼 일드즈 아저씨가 등장한다. 괴베클리 테페 인근은 동네 사람들의 농경지이기도 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밭을 갈고 있던 일드즈 농부아저씨가 밭을 갈다 땅 밑에 새겨진 돌을 발견했다. 샨르우르파 박물관(Şanlıurfa Museum)에 가져다 주었고, 다시 살짝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1994년 드디어 괴베클리 테페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 마치 괴베클리 테페가 여러번의 심사를 거쳐 슈미트 교수를 선택한 것처럼 독일인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 (Claus Schmidt)가 괴베클리 테페를 알아봤다. 알아봐줌에 감사함을 표하듯 온 세상을 놀라게 하는 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2011년 유네스코 후보에 2018년에는 정식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었다. 슈미트 교수가 죽기 전인 2014년까지 발굴되었고 그 뒤로 여러 가지 문제로 발굴이 시작되었다, 중단되었다 반복됐다.       


의문의 T자 모양의 돌기둥


  괴베클리 테페에 가면 북쪽으로 500m 떨어진 채석장의 석회암으로 만든 T자 모양의 돌기둥들이 겹겹이 원을 이루는 형태로 세워져있다. T자 모양인것도 신기하지만 무려 높이가 4-6m이고 무게는 10-14톤이라는거다. 돌기둥에는 사자, 황소, 여우, 학, 뱀 및 인간 형태의 조각이 새겨져있다. 10,000여년 전의 사람들은 숲의 도토리나 먹었을거라고 생각했던게 괴베클리 테페의 존재로 완전히 뒤집혔다. 숭배, 종교적 의식에 사용되었을거라고 많은 추측이 있지만 아직 왜, 어떻게, 누가 만들었는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괴페클리 테페는 또 다른 고고학자 슈미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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