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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흰둥 Jul 26. 2019

#06.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

가봉 스냅 D-day

이번에는
장시간 떠나는 공주놀이다.
바로 가봉 스냅 촬영 날!


스튜디오 촬영 대신, 나는 가봉 스냅을 선택했다. 가봉 스냅이랑 말 그대로 내가 선택한 드레스샵에서 약 4벌의 드레스를 입고 진행하는 촬영이다.


하루 혹은 반나절이 걸리는 스튜디오 촬영 보단 두 시간 남짓 진행되는 가봉 스냅이 좀 더 합리적 이어 보였다. 특히 체력적인 면에서!



또 결혼 선배들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말. “스튜디오 촬영? 그거 다 필요 없어. 힘들기만 해.” 그 말에 힘입어 과감히 (내 눈에는) 천편일률적 느낌의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하기로 했다.


사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좀 더 로맨틱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여행 스냅을 원했다.

낭만 가득한 여행지에서 그와 나의 자연스러운 데이트 모습을 담는 것. 결혼 준비하다 보니 생긴 없던 로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현실과 타협했다. 시간적, 경제적, 체력적 모든 면에서 이건 그냥 꿈으로만 남겨져야 했다. 사진 찍다 결혼을 놓칠 순 없으니까(?)


물론 과감히 포기한 건 아니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동안 키보드에 ‘겨울 제주도 스냅’을 수없이 두들겨 보기도 했지만 결국 중요한 일 앞두고 무리하지 말자로 결론지었다.



그와 나는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오늘 처음 만난 포토그래퍼와 영혼의 단짝 같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좋아요” 찰칵.
“이번엔 살짝 미소만! 네 좋아요. 이번에는 치아 보이게 활짝. 네 신부님 지금 매우 예뻐요”
찰칵. 찰칵.


나를 위한 플래시 세례와 칭찬이 촬영 내내 끊임없이 쏟아졌다. 평소라면 오글거려질 많은 멘트들도 이날만큼은 뭔가 담백하게 들렸다.


빛의 속도로 눌러지는 셔터만큼 나의 입꼬리도 쉴 새 없이 떨렸지만 ‘생각보단’ 쓰러질 거 같이 힘들진 않았다.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나도 몰랐던 ‘나의 끼’가 드레스를 만나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촬영에는 나 혼자가 아닌 그도 함께였지만 사실상 이날의 모든 초점은 신부인 나에게 맞춰졌다. 그는 잠시 신랑의 직함을 내려놓고 공주의 호위무사(?)가 된 셈이었다.


신랑의 단독샷은 오로지 신부가 의상을 갈아입는 그 자투리 시간에만 가능했다. 극한직업=예비신랑?



어쨌든 이날 나는 공주놀이 호사를 제대로 누렸다. 지난번 드레스 투어가 애피타이저였다면 이번은 흡사 메인디쉬였다.


이르디 이른 아침부터 마법의 메이크업을 받고 난생처음 마주한(?) 거울 속 내 모습에 놀랐다. 메이크업이 정말 위대한 예술임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또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헬퍼 이모님의 섬세한 케어를 받았다. 그녀는 나의 머리카락 한 가닥도 흐트러지지 않게 하겠다는 매의 눈으로 ‘공주 미모’ 유통기한을 연장시켜줬다.


인생에서 한 번쯤 이런 공주 대접도 받아보면 좋은 듯하다. 앞서 말했지만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는가. 모두가 나만 보고, 마법 같은 메이크업에 세상에서 제일 눈부신 드레스를 입고, 끊임없는 칭찬 세례를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인 듯 내가 아닌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 이 순간을.


촬영이 끝나갈 무렵...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두 시간+@ 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네 벌의 드레스밖에 입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고, 더 하고 싶은 컨셉이 남았는데 공주놀이가 종료된다는 사실이 특히나 아쉬웠다.


이제금 이 놀이에 익숙해 지려 하는데 다시 정신없는(?) 결혼 준비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마치 열두 시가 되면 마법이 풀려 버리는 신데렐라처럼 난 어느새 새하얀 드레스와 구두로부터 멀어지고 두툼한 패딩 차림이 되었다.


참, 그래도 마법이 풀리니 내 옆엔 호위무사가 아닌  사랑 가득한 신랑이 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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