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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흰둥 Dec 30. 2019

#09. 웨딩케어, 어디까지 해봤니?

머나먼 예신의 세계

예신의 세계는 멀고도 험하다.


미모의 정점을 찍고 싶은 그 순간을 위해 세상의 많은 예비 신부들이 극진한 노력을 기울인다.


나 역시 그러한 신부 중 하나였다.


첫 번째 살과의 전쟁!


한평생 다이어트 결심을 안 해본 적이 없지만(?) 이번만큼은 작심삼일이 통하지 않는 때.


먹는 만큼 살로 가는 아주 정직한 몸을 만나 결혼을 앞두고 이번 생에 한 오십 번쯤 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드레스가 내 몸에 맞춰지는 것이 아닌, 내 몸이 드레스에 맞춰지기 위해 체중 감량의 길에 돈을 쏟았다. 한마디로 ‘유료 다이어트’랄까. 지방 분해와 탄력의 효과를 준다고 외치는 주사를 맞았다.


돈을 들여야 강제 식욕 부진이 따라올 것만 같아서도 있지만, 내가 예뻐지기 위해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는 기묘한 희열감도 지불 비용에 포함돼 있었다.


식단 조절, 족욕, 주사, 운동 등 내가 할 수 있는 체중 감량 방법을 총동원했다.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마지막에는 핼쑥해 보이는 착시 효과까지 일어나(예민 모드 장착)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염려의 말을 들었을 정도니 그야말로 ‘대 성공적’이라고 본다.


다이어트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신부가 식 당일날 쓰러졌다는 우스개 소리가 진지하게 들리기도 했다.


지금도 입버릇처럼 외친다. 다음 생에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그런 초능력을 갖고 싶다고.


두 번째 피부 관리


‘신부’ ‘웨딩’이라는 두 글자만 붙으면 비용이 널뛰기한다. 청첩장을 보여주면 할인해주는 에스테틱/병원들도 많았지만 이미 내 선택과 상관없이 짜인 관리 코스들의 비용은 한두 푼이 아니다.


이들은 온갖 감언이설로 예비신부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인생에서 가장 빛날 그 날을 위해 모두들 이 정도 투자는 다 한다며 현혹한다. 나도 마치 당연히 해야 할 것처럼.


홀린 듯이 끈은 10회의 경락 마사지와 홈케어로 만족하려 했던 나도 임박할수록 마음이 초조해졌다. 무언가 좀 더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이 날따라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에는 왜 그렇게 뾰루지와 잡티가 도드라져 보였는지... 얼룩진 거울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결국 식 하루를 앞두고 신부 관리로 유명한 인트라**** 를 받았다. 관리실 침대에 누웠을 때는 마음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웨딩케어의 시너지 효과인 걸까?
웨딩케어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물론 세상의 모든 신부들이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예뻐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내려놓으면 오히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 기간을 더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혼식 당일날, 내 인생의 리즈를 찍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했지만, 몸과 얼굴을 가꾸지 않는다고 ‘예쁜 신부’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랑받고 있는 예비 신부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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