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 떠나는 이번 세계여행의 테마
세계여행이라고 하면 가장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배낭이 아닐까 하는데요. 배낭 하나만 딱 매고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이 아마 대부분이 생각하는 세계여행의 이미지 일 듯합니다. 저도 배낭 하나 매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요, 작년 방콕 여행 때였습니다. 처음 사는 배낭이라서 며칠을 검색해가면서 알아보다, '킬리'라는 브랜드의 배낭을 샀었어요. 처음에 배낭여행이라고 했을 때는, 무거운 캐리어로부터 해방된다는 사실에 막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그럴 줄 알았죠. 짐을 쌀 때는 배낭에 생각보다 짐이 많이 들어간다고 좋다고 짐을 욱여넣고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배낭여행의 낭만은 첫날부터 깨져버렸습니다. 배낭은 캐리어를 끌지 않는 나의 양손(ONLY 양손!)에 자유를 줄 뿐이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배낭을 멘다는 것은 캐리어를 등에 짊어지고 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거예요. 저는 그냥 캐리어를 끌면서 바퀴를 발명한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요. 물론 유럽여행의 돌 길을 걸을 때 캐리어가 굉장히 짐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배낭은 돌 길이든 꽃 길이든 무거운 짐이었어요.
가뜩이나 방콕 여행할 때는 군인이었던 시절이라 휴가도 짧아서 굉장히 일정이 타이트했었습니다. 일정도 짧은 데다가 여행을 갔으면 뽕을 뽑아야 한다는 저의 고집 콜라보레이션으로 2일마다 다른 숙소를 예약을 했었죠. 결국 마지막 숙소로 갈 때는 짐만 미리 다음 호텔로 옮겨주는 동키 서비스 이용했습니다. (결국 그 배낭은 방콕 여행 이후 평화로운 중고나라에 처분되었다고 합니다.)
한 달 살기라는 테마를 정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그건 작년에 왔던 발리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입니다. 작년에도 지금 있는 이 곳, 바로 발리에 왔었는데요. 그때는 저 혼자 여행이었어요. 저보다 한 달 먼저 저의 아내가 혼자 다녀왔고, 너무너무 좋다고 극찬을 했었어요. 그래서 저도 갑작스럽게 계획에 없던 발리 나 홀로 여행을 떠났었죠. 급하게 온 거라 여행 계획은 세울 시간도 없었거니와, 자기가 계획을 다 알려줄 테니까 그대로 하라는 아내의 말 때문에 정말 아~무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그냥 여행했어요. 숙소나 액티비티 같은 건 다 아내가 했던 그대로 똑~같이 했었어요.
근데 그때의 여행은 저의 많은 것을 바꾸었습니다. 여행이 원래 이렇게 좋은 거였나 싶더라고요.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여행의 이유'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자신이 처음 등단해서 받은 상금으로 부모님께 유럽여행을 보내드렸는데, 아버지가 거기서 가이드가 했던 모든 문장들을 빼곡히 적어오셨다는 이야기. 여행에서는 꼭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그 여행이 비싼 유럽여행이라면 더더욱 많은 것을 배워야 좋은 여행이라는 압박.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여행을 가면 그 여행에 든 경비 이상의 경험과 감각을 느껴야만 했어요.(무적권!) 하지만 작년 발리 여행에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 없이 여행하니 오히려 내 안에 새로운 감각들이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그때는 서핑 3일 차에 몸살이 걸려서 하루 종일 집 밖에도 못 나오고 침대 위에서만 보냈었지만, 그래도 좋았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아픈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그 몸살까지도 온전히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방콕 배낭여행과 무계획 발리 여행의 콜라보로 탄생한 '한 달 살기' 세계여행
한 달을 한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그 도시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더 깊게 소통하게 해 줍니다. 짧은 여행이었으면 어떻게 해서든 맛집을 찾아 나서려 했겠지만, 한 달이라는 짧은 듯 긴 시간은 지나가다 아무 식당이나 들러도 괜찮을 여유를 선물해 줍니다. 심지어 그 식당이 맛이 없다 해도 다음에 안 오면 그뿐입니다. 그리고 도시를 이동한다거나 숙소를 옮기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죠. 무거운 배낭이나 캐리어를 들 일이 한 달에 한 번뿐이라는 뜻입니다. (배낭여행은 20살 때, 적어도 20대 초반에 끝내는 게 신체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배낭여행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 거지 같은 체력이 문제죠)
이번 6개월 간의 세계여행은,
우리가 사랑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한 달을 시작으로
한 달 살기의 성지 같은 곳,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 달
스페인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로 한 달
예술을 사랑하는 힙한 도시 베를린에서 한 달
그리고 미지의 땅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한 달
입니다.
아마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틈틈이 스탑오버를 통해서, 혹은 갑작스러운 변심으로 다른 여러 나라들도 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