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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킴 Nov 21. 2019

시대에 등 떠밀려 도전하는 융복합 인재

난 그냥 잘 살고 싶을 뿐인데,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20대의 마지막.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나온 카카오톡이 어떻게 대학교의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바꾸는지 보면서, 시대가 급변한다는 게 무엇인지 몸소 겪었습니다. 학생 때는 경제를 좋아하는 문과생으로, 졸업 후 군대라는 거대 관료제 조직의 장교로, 전역 후 자유를 꿈꾸며 카페를 오픈해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늘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불안함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초등학교의 코딩 교육이 의무화로 전환된 올해,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코딩을 모르는 유일한 세대로 남을지도 모르는 91년생 문과생. 가끔 10년 20년 후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시대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저 깊은 심해에 갇힐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기기도 합니다. 



분명 10년 전에는 카카오톡이 없었는데, 카카오톡이 없는 시대가 상상이 안된다.
10년 전에는 어떻게 살았더라...


    융복합 인재라는 말은 사실 꽤 많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졸업한 포항 변두리에 있는 작은 대학교에서도 융합인재양성을 목표로 전교생이 복수전공을 이수했고, (그때도 저는 경제와 경영을 복수로 전공했죠. 그때 컴공을 전공했어야 했는데...) 장교로 근무할 때조차 창조경제를 위해 협업의 가치가 필요하다는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융복합 인재라는 말은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저는 과학에는 왜인지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고 해야 할까요. 과학책을 보는 것보단 철학이나 종교책이 저에겐 더 재미있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유시민이 했던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과학자는 21세기의 제사장이다.' 권력의 중심이 시대가 흐르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초예측'에서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대다수의 인간은 정치, 경제적 가치를 잃은 '무용 계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요. 그 외에도 최근에 본 '노동의 미래'라는 책이나 미래의 삶을 다룬 다른 책들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과학이 (특히 인공지능)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당장 제 주변 문과생 친구들만 보더라도 이과생 친구들과는 온도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등 떠밀려 무엇을 한다는 것은, 사실 내가 꼭 이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타의로 한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21세기의 제사장이 된 과학자들과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인 이 시대는 본의 아니게 저를 융복합 인재의 길로 등 떠밀었고, 저는 그 시대에 등 떠밀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융복합 인재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멋있어 보이려고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요, 큰돈을 벌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가슴속에서 점점 커지는 이 불안한 마음을 지금 잡지 못하면 어쩌면 나중에는 정말로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래도 만약 제가 했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융복합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긴 합니다. 이 알쏭달쏭한 아이러니 속에서, 시대에 등 떠밀려 도전하는 융복합 인재의 이야기를 한번 담아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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