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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규범 Nov 14. 2018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로 산다는 것.

MBC 시사교양,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4월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두달 후 정규편성으로 찾아온 MBC 시사교양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고부갈등을 주제로 한국의 여성들이 결혼생활에서 겪는 고충을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방송의 주제가 주제다보니 매 화 (안 좋은 쪽으로) 화제를 낳는 것은 당연지사일 듯 한데, 역시나 한 회차가 끝나고 나면 SNS 광장에 끌려가는 것은 다름아닌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들이다.  

지인들 앞에서 며느리를 들러리 취급하는 시어머니, 만삭의 몸에 둘째 아들을 요구하는 시아버지, 또 그걸 편들고만 있는 눈치없는 남편. 제 3자의 입장에서, 남성으로서, 또 아직은 학생 신분인 나로서는 정말 결혼하면 저래? 혹여나 연출이 덧씌워진 과장 아닐까? 라는 일말의 의심마저 들게 하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며느리와 대치하는 상황인 시댁 식구들의 저의엔 전혀 악의적인 생각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 그들에겐 며느리를 대하는 사회적 관습에서 나온 언행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러한 시사점을 잘 짚어내었다고 생각한다. 자막이나 패널조차 '흔히 마주치는, 이상한 일'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충분히 당황스러울 만 한 상황인데, 이상한 나라에선 그저 '아무 일' 도 아니라는 역설, 시청자 스스로가 우리 시대의 며느리가 겪는 부조리함을 통해 공분의 목소리를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일러스트는 이상한 나라의 갈림길에 놓인 앨리스를 담아보았다. 과연 이곳에서의 결혼이 축복으로 일단락 될 수 있는 경사인지, 혹은 정말 이상한 나라로 몰아칠 수 있는 태풍의 눈인지. 오직 여성들만이 놓일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처지에 대해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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