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 갓 메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줄리아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하고 물으면
대체로 <유브 갓 메일>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런데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은 무슨 영화인지 잘 모르더라.
그래 찾아보니 내가 태어났을 때 개봉한 영화였다.
중학생 때부터 엄마와 함께 EBS 일요시네마를 보며
고전 명작들을 접하게 되었고 점차 내 취향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로맨틱 코미디 !
누군 유치하게 그런 걸 왜 봐 ~ 영화로 로맨스 배우냐 ~ 며 무시한다.
상관없다. 내가 행복하면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최애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열심히 찾아보다 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바로 감독님이었다.
노라 에프론 감독님이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과 맞아떨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세 작품을 통해 그녀의 시선을 함께 보자.
사랑으로 가득 찬 Nora Ephron의 세계
노라 에프론은 영화 각본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우리가 잘 아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가로 유명하다. 주로 남녀의 '진솔한 티키타카 대화'를 잘 써내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이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줄리&줄리아> 등의 영화감독을 맡으며 우리에게 달콤한 세상을 맛보게 해 주었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대체로 사랑스러운 여자 주인공이 머릿속에 남는데, 감독님의 사진을 찾아보다 보니
노라 에프론 그녀 본인 또한 참으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감독님의 따뜻한 감성이 참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유브 갓 메일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죠(톰 행크스)와 캐슬린(멕 라이언). NY152와 SHOPGIRL이라는 아이디로 두 사람은 문학과 뉴욕에 대해서 채팅을 하며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까이에 살고 있다. 실제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사이버 공간에서만 만나다 보니,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캐슬린은 동네의 작은 아동 전문서점 주인이고, 죠는 맨하튼의 대형 체인서점 '폭스 북스'의 사장이다. 그는 새 채인점을 캐슬린의 서점 근처에다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폭스 북스는 박리다매와 질높은 서비스로 캐슬린의 서점을 압박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서로 앙숙이 된다. 결국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서점이 문 닫을 지경에 이르자 캐슬린은 이메일로 죠에게 도움을 청한다. (출처 : 다음 영화 줄거리)
원래는 노라 에프론이 연출한 순서대로 글을 써볼까 했지만 애정도 순서대로 쓸 수밖에 없겠다.
이 영화는 거짓말 안 하고 열 번은 돌려봤다.
뉴욕의 모든 계절이 담겨있어서 그런가,
왠지 쌀쌀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도 따뜻해지는 봄에도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다.
멕 라이언이 운영하는 모퉁이 서점의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특별한 명절 때마다 바뀌는데
특히 할로윈과 크리스마스가 기억에 남는다. 뉴욕의 골목 상점에 대한 환상이 커졌달까?
나도 상점을 하나 꾸려 내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도 심어줬었다.
사실 주인공 둘의 관계는 어마어마한 갈등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이다.
대형 체인 서점 vs 골목길 모퉁이 서점 (흔히 혐관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느낌)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실제로 모른다. 그저 닉네임만 아는, 대화가 잘 되는 메일링 상대이다.
그 시절, 두꺼운 브라운관이 달린 데스크톱과 올록볼록 튀어나온 키보드를 보다 보면
난 겪어보지도 않았는데 향수가 느껴진다.
요즘의 익명 채팅은 선정적으로 항상 변질되고는 하는데,
순수하게 문학과 본인들이 사는 그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나도 열심히 답장을 보냈을 것 같다.
사실 이 소재는 한국 영화 <접속>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한다.
얼굴을 모르는 상대와의 대화,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 비슷한 시기를 그려내서 그런가 가슴이 몽글거렸다.
영화를 볼 때마다 자꾸 90년대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 속이지만 지금 보다는 더욱 편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건 그저 느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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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POINT. 뉴욕의 아름다운 로케이션, 멕 라이언의 사랑스러운 미소, 모퉁이 서점 인테리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진 ’샘’은 아들 ‘조나’와 함께 시애틀로 이사 한다. 한편, 완벽한 남친 ‘월터’와의 결혼을 앞둔 '애니'는 가족들에게 그를 소개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깜찍한 라디오 사연을 보낸 '조나'와 아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샘'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방송 이후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잠 못 이루는 시애틀씨'라는 애칭을 얻게 된 '샘'. 그의 진심 어린 사연에 푹 빠진 '애니'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짝이라는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결국 '샘'과 '조나'를 만나기 위해 시애틀로 향하는데...(출처 : 다음 영화 줄거리)
난 사실 멕 라이언의 팬인 것 같다. 아니 팬이다.
그리고 뒤늦게 알았지만 노라 에프론 감독님의 팬이 된 것 같다.
유브 갓 메일을 인상 깊게 보고 멕 라이언의 필모가 궁금해졌고
그 유명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또 톰 행크스랑 연기를 했다는 것을 알고 보기 전부터, 평점 만점을 예상했다.
시기로 보면 이 영화가 유브 갓 메일보다 먼저 나왔는데(1993)
확실히 전화/라디오로 소통하는 걸 보면 더 오래된 영화라는 게 실감 난다.
전혀 모르는 사이 → 운명적 계기 → LOVE 로 맺어지는 이 단계는
참 뻔하지만 노라 에프론 감독과 배우들은, 이를 왠지 믿게 해 준다.
어쩌다 듣게 된 라디오 사연의 그 남자가 나의 운명 같다니
사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 사연 하나에 정반대 쪽에 있는 시애틀로 향하는 그녀의 결단은 놀랍기만 했다.
다른 사람이 연기했다면 아 이게 뭐야 했겠지만
멕 라이언이 하니, 그냥 이해하게 되었다.
그전에 충분히 스토리를 깔아 뒀기 때문에 '나라도 저랬을 거야' 하며 받아들여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멕 라이언이 집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이토록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니, 본인도 모르게 울게 되는 그런 순간이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두 번째는, 둘이 처음 만났던 그 장면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안타깝게 엇갈리는 그 순간.
멕 라이언은 입 모양으로 'Hello'를 그려낸다.
하늘색의 정장을 입고 눈을 반짝이며 인사를 하는데 누가 안 반할까?
+ 참고로 내 이메일 주소도 이 영화와 관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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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POINT. 톰행크스와 멕라이언의 만남, 크리스마스의 단체 식사 장면, 라디오만이 주는 감성
줄리&줄리아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요리사!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 (메릴 스트립)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줄리아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생활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요리 만들기에 도전, 마침내 모두를 감동시킨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되는데...
맛깔난 나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뉴욕의 요리 블러거 ‘줄리’ (에이미 아담스)
한창 잘 나가는 친구들과 잔소리뿐인 엄마 사이에서 기분전환으로 시작한 요리 블로그. 유일한 지원군은 남편뿐이지만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보면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그녀의 프로젝트는 점차 네티즌의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되는 데는 성공하지만... (출처 : 다음 영화 줄거리)
모든 스틸 컷이 사랑스러운 미소로 가득한 영화 줄리 & 줄리아
이미지를 찾으면서도 행복함이 모니터 너머로 확산되는 기분이었다.
에이미 아담스의 이미지도 빠트릴 수 없으니 하나 추가해보았다.
이 영화에는 두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려지며
그들의 남편도 등장하는데 우리가 흔히 보던 인물들과는 좀 다르다.
그들은 부인의 도전을 앞뒤 안재고 도와주는 동반자로서 기능한다.
줄리와 줄리아 둘 다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순간을 맞이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데, 함께 사는 그들의 단단한 지지는 그녀들이 한 발 나아가게 만들어준다.
나 또한 왠지 두 부부의 삶을 보며 응원받은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터무니없다며 손가락질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그 순간들에 보면 딱 좋을 영화다.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이고 덤으로 맛난 음식까지 보는 재미도 참으로 풍성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2009년쯤 개봉했는데, 줄리가 사용하는 블로그를 보면 아마 다들 추억에 젖을 것이다.
90년대와는 또 다른 2010년대 이전의 사이트 스타일, 뭔가 투박하면서도 귀엽다.
가끔은 너무 정돈되고 세련된 20년대가 어색하다.
줄리처럼 내가 좋아하고,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에
이 영화가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사실 그 레시피를 다 해보겠다!
마음을 먹었어도 여러 가지 일에 치이다 보면 포기할 법도 한데,
결국엔 해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꼭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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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POINT. 줄리아의 프렌치 패션, 줄리와 줄리아 부부의 다정한 대화, 요리와 단체 식사 장면
잘 들여다보면 세 영화 모두 다정함과 애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아마 노라 에프론 감독은 항상 애정 담뿍 담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것 같다.
남녀의 진솔한 대화와 결단력 있는 여성 주인공 그리고 따뜻한 풍경 연출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세 영화 중 하나라도 본인 맘에 쏙 들어왔다면
나머지 두 영화도 보기를 바란다. 분명 맘에 들 것이다.
노라 에프론 감독님의 작품을 더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평생토록 아껴볼 수 있는 작품을 남겨주신 것에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예고 : 다음 기획전은 내가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하이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