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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GO Jul 23. 2018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산다는 것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아르헨티나에서 산 세월이 더 길어졌다.

나를 짧게 설명하자면 나는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때 아르헨티나로 간 이십 대 후반 여자이다.

이젠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아르헨티나에서 산 세월이 더 길다. 뭐랄까 나는 한국인도 아르헨티나 현지인도 아닌 어중간한 교포 1.5세이다. (1도 아니고 2도 아닌 1.5세라니! 정말 어중간하다. 나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주는 숫자인 거 같지만.) 



메시와 마라도나


한국에선 아직까지 아르헨티나라는 나라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탱고와 축구 그러니깐 마라도나나 메시 말고는 아르헨티나에 대한 정보가 사실 널리 알려져 있진 않을 것이다.

요 몇 년 남미 여행이 유행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조금 생기기야 했겠지만 주위에 여기까지 여행 온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했을 때 아직도 아르헨티나는 미지의 세계이겠지.



사실 불과 1년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한국에 사는 지인들에게 아르헨티나는 꽤나 살기 좋은 나라라고 칭찬을 하며 한국에서 할게 없어지거든 아르헨티나로 꼭 오라고 하곤 했다. 강도와 도둑이 많고 창문엔 감 목처럼 철장이 있을 정도로 치안이 위험한 나라지만..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참 맘에 드는 곳이니깐.

물론 이곳까지 한국에서의 모든 삶을 내려놓고 올 각오를 다지고 오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너무 힘들고 숨 막히게 살아가는 모습에 나마저 답답했기에.





내가 아르헨티나의 삶을 강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 번째로 아르헨티나는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는 나라이다. 느긋하게 충분한 본인의 삶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맥주를 일이 끝난 후 흔하게 길거리에서 마시는 사람들이다. 주말엔 피자와 아사도 (숯불 고기)를 시켜 삼삼오오 친구들과 가족들끼리 모여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다.

Quilmes Cerveza 이 맥주는 1888년 독일 이민자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지 맥주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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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언제든지 열려있고 돈을 벌고 쓰는 삶이 그리 치열하지 않으며 물가가 비교적 싼 나라였기 때문이다. (소고기와 과일이 매우 싸며 흔하다.) 지금은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였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여전히 나는 질좋은 아사도를 흔하게 먹을수 있다.

통으로 구워져 오는 질좋은 소고기! 특별한 양념없이도 살살 녹는다 ㅜㅜ
집엔 하나씩 있는 그릴. 



수입절차가 꽤나 까다로워 외국회사가 아르헨티나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여기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긍무진한 나라도 없을 거 같다. 특히나 수출은 많은 혜택이 있다!


심지어 보통 근무시간은 평일 아침 8시, 9시부터 오후 5시, 6시에 퇴근하는 야근 없는 삶에, 토요일엔 거의 대부분 일하지 않다던가 혹은 하루 반나절, 그러니까 오후 1시 2시 정도면 문을 닫는 회사들이 대다수다. (요식업자들을 제외한)


또한 한 달에 한 번꼴로 휴일은 꼬박꼬박 있고 심지어 날짜 이동이 불가능한  feriados inamovibles (이동 불가능한 휴일)을 제외한 휴일들은 주말에 껴서 갈 수 있게 이동까지 하는 나라이다. 예를 들어 만일 휴일이 화요일 떨어졌으면 월요일로 이동이 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싫겠지만 직장인으로선 꿀ㅎㅎㅎㅎㅎ


2018년 휴일 빨간날은 이동 불가능한 휴일 / 초록색은 이동 가능한 휴일 (노는날이 참~~많다)


바캉스도 일 년에 2주 (1월부터 2월 사이) 눈치 없이 갈 수 있으며 심지어 많은 아르헨티나 인들은 1년에 한 번 있을 휴가를 위해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다. 빨리빨리가 당연한 한국사람으로서 어쩌면 조금 한심하고 모자란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자유로움이 아르헨티나의 매력이기도 하니깐! 사실 그 여유로움 덕에 일 처리는 고구마 백개 먹은 것처럼 엄~~~~ 청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지금은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IMF에 돈을 빌리고 최근 두 달 사이 화폐가치가 두배 이상 떨어지는 등 여러모로 많이 불안정해 이제는 나 조차도 앞으로의 내 미래가 걱정이 많이 되지만...

나의 십 대와 이십 대를 함께한 아르헨티나! 

한국과 정반대 쪽에 위치한 나라! 조금은 지루하지만 나른한 토요일 오후 햇살을 맞으며 잘 수 있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조금 끄적여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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