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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GO Aug 06. 2020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행복

내 남편 자랑

부부, 그게 뭐 별거던가






내 남자 친구가 나의 남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정말 우습게도 나는 결혼을 원하지 않았었고, 남편이 사귀자고 하였을 때 무려 두 번을 튕기다 마음이 바뀌어서 사귀기로 했으며, 애초에 진지한 만남은 원하지만 결혼은 원치 않다고 못 박아 두었다.








내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이자 좋은 점은, 설득을 잘한다는 것이고 그걸 말로만 설득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강요하거나 보채지 않는다. 다만 자연스레 설득할 뿐이다.



연애를 할 적에 내가 왜 결혼하고 싶은지 않은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으로서, 나의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게 예의라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을 가진 나와 만나며 비전 있는 사람에게 시간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내 단순한 흥미와 유흥으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을 만큼 좋은 사람이다.




내 남편은,  내가 그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면서도 실망한다거나 좌절한다거나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행동으로 감싸주고 시간을 들여 나의 불신을 확신으로 바꿔놓을 뿐이었다. (무서운 사람..!)


예를 들어.. 시댁에 대해, 고부갈등에 대해 내가 걱정하는 부분들에 대해 말하자 내 남편은 나에게 무조건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기보다는 자기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가족 분위기, 부모님이 께서 어떻게 자신을 어렸을 적 유학 보내셨는지, 저녁에 다 같이 밥을 먹고 꼭 다과를 하며 하루 일과를 나눴던 이야기, 한국에 갈 때마다 어머니 퇴근 시간에 맞춰 두어 시간의 수다타임을 가지고 집에 들어가던 이야기. 아버님이 첫째 아들이지만 명절에 친척들끼리 모여서 전 부치기보다는 밖에서 외식을 한다는 이야기. 항상 아들 좋다는 사람이 최고라고 말해주신다는 부모님. 부모님께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자신을 훈계하고 강요하기보다는 의견을 묻고 존중해 주는 이야기. (그건 어렸을 적부터 그러셨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외국에 살 것이니 크고 작게 부딪힐 일이 없을 거라 하였다. (제일 중요)











사랑이 불꽃 피는 기간이나, 불안정한 위태로움. 

사랑하는 사람이라지만 내 모든 것을 100% 들어내기 못하는 나의 이중적인 면들.

억압당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집착하게 되는 불편함.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는 사실 내 남편의 인품 하나로 해결이 되었다.

일단 사람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기에.



마음이 온화하고 너그러우면서 또 소극적이지 않고 진보적인 남자이다.

자기 자신의 일과에서 철저히 계획을 세우면서 나에게 강요하거나 원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지만 나랑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거짓말을 못해서 사소한 것 하나 숨기 지를 못하니 신뢰가 간다.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모르지만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 항상 어느 순간에서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해준다.

나는 스킨십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러한 면에서는 나와 같다.

내가 화가 날 때 같이 화 내기보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사과한다. 그리고서는 뽀뽀를 해달라고, 안아달라고 한다. 

모아둔 돈은 없을지언정 비전이 있는 사람이다. (나도 모아둔 게 없는데 뭐)

자존감이 낮은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데 항상 긍정적으로 표현해주고 아껴준다. 내가 아름답다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해주는 사람이다.

나를 존중해주고 내가 존경할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하소연할 때 끝까지 들어준다. 나는 하나하나 사소한 부분들까지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게 해야 풀리는데 그 지겨운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섣부른 잔소리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내가 잘한 것일까?라고 물어야 그제야 본인 생각을 제삼자 입장에서 알려준다.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가리지 않는다. 처음 해서 못하는 요리도 맛있다고 먹어준다. 가족들에게 자랑한다.

청소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깔끔하다. 내가 청소한 부분들에 관해서도 잔소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티셔츠는 다섯 개지만 속옷은 열다섯 개다. 팬티에 더러운 것이 묻은 적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생겼다. 너무 동안이라 여전히 맥주 사러 갈 때면 나 말고 남편한테 신분증을 요구하지만.

사실 나는 외모는 안 보는 편인데 왜 다들 기왕 사는 거 잘 생긴 사람 만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게 화가 나다가도 얼굴 보면 풀린다. (웃음) 




장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마음이 따습고 온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먼 훗날 뜨거운 사랑이 사라져도 따뜻한 사람과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어차피 그 누구를 만나던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보며 현재를 살고 있기에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데 그 현재에 신뢰가 가는 사람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내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혼은 반대한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놓칠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남편은 나에게 있어 그런 사람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차서, 주위 시선 때문에, 외로워서, 안정을 찾고 싶어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너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기에 남들도 이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라는 행위가 행복한 것이 아닌, 내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조건보다 사람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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