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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GO May 21. 2019

결혼을 준비하며 1

사실 나는 결혼이 하기 싫은 게 아니고 무서운 게 아닐까?

현재 나는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 만으로는 26살, 한국 나이론 28.

아, 생일이 지났으니 만으론 27살이다.

나는 독신을 외치고 다녔지만 사실 진실한 독신녀는 아니었나 보다.

사실 나는 독신주의(?)를 소신 있게 외치고 다녔지만 

나의 작은 외침은 엄마에게 선포한 지 고작 6개월 만에 깨졌다.

지금의 남편, 그러니깐 나의 남자 친구가 생긴 후로 결혼이란 것이 하고 싶어 진 것이다.

나의 결심은 고작 그렇게 한순간에 깨져버릴 것이었다.

독신분들을 겨냥한 말이 아니다. 나의 결심이 고작 그런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결혼이 하기 싫었던 것이 아니고 하기 무서웠던 게 아닐까 싶다.

결혼이란 것 자체가 나란 사람에게 너무나 손해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기 때문 일 것이다.

내 나이쯤 된다면 많은 직장 상사, 선배, 언니, 친구... 

주위를 둘러보면 결혼을 하면 안 될 이유! 증거들이 숨 쉬며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결혼생활이 행복할지언정, 주위 사람들이 행복한 이야기들을 하는 거 나는 한 번도 못 봤다.

매일 만날 때마다 듣는 하소연들.

사랑과 헌신의 유통기한은 2년이다, 남편이 아니고 원수다, 시댁 험담, 육아 스트레스, 나를 위한 시간은 없는 삶들..


실제로 비혼을 선호하는 이유들 대부분이 나랑 일치했다.


무엇보다 내가 결혼하기 싫었던 이유들은 이런 것들이다.

1. 우리 가족한테도 살가운 문자 한번 안 하는데 남편 가족한테 매일, 매주, 매월 문자 전화하기 싫다.

2. 우리 가족한테도 내 물건 건드린다고, 내 방 들어온다고 지랄 지랄 고래고래 소래 지르기 일쑤였는데 (사랑하지만) 남이랑 몸 부대끼며 하루 종일 물건 공유하라고...? 난 그럴 수 없다.

3. 가족 행사만 해도 엄마 생신, 아빠 생신, 내 생일, 언니 생일, 동생 생일, 새해, 크리스마스, 어머니날, 아버지 날(여기서는 어버이 날이 없다) 거기에 이젠 조카 둘 생일 까지.. 거의 매월 잔치가 있는데 거기에 시댁 행사 까지..? (절레절레) 난 못해 못해

4. 나의 가족도 소중한데 한국 문화상 자연스레 시댁이 먼저가 되는 그런 환경 자체도 싫다. 

대리 효도는 더 싫어!

5. 내가 버는 월급으로 내 생활이 충분히 되고도 취미생활 및 저금까지도 모두 할 수 있는데 이젠 나를 위하기보단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게 싫다. 나 보다 새로 생길 내 가족이 우선이 돼야 하고, 내 자식이 우선이 되는 삶이 싫다.

6. 결혼하면 자연스레 아기를 가져야 할 텐데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과 조카 둘을 키워본 경험과 유치원에서 일해본 경험으로 조금이나마 육아 고통을 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를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서도 나는 육아를 할 만한 인품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상당히 다혈질 적이며 엄하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칭얼대는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줄 그릇이 아니다.

7. 독박 육아에 내 체형 변화.

아이를 가지고 낳으면 어쩔 수 없이 변하는 나의 몸. 지금도 예쁜 몸매다 할 수 없는 몸이지만 불어있는 내 몸을 볼 자신이 없었다. 내 몸매 관리를 하기 위해 아기를 잠시 창고에 집어넣을 수도 없는 현실에 또 지금은 딱히 음식관리를 안 해도 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왜 그런 고생을 해야 해?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임신-> 불어난 몸-> 우울-> 남편의 무시라는 절차가 당연하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결혼이 가장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살기 싫어서.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이유들을 댈 수 있지만, 이 많고 많은 변명의 끝은 난 이기적! 혼자가 좋아! 희생정신 따위 휴지통에 던져버려! 이런 마인드란 것이다. 

엄마 아빠는 내가 짜증 내도 화내도 여전히 사랑해 주시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감당 못해. 

나의 못됨을 받아줄 사람은 사실 없어. 내가 홀로 사는 것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도 맞다 생각했다. 

또한 나는 사랑으로 나를 희생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뼛속부터 이기적인걸..? 

집에 있었다면 엄마가 해주는 요리 먹으며 지낼 텐데 편하지도 않은 시댁 가서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하며 종일 전 부치고 설거지할 자신이 없었다. 

결혼하기 싫은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 상황 가운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변화시켜줄 사람을 만났다. 지금의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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