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MBC 뉴스데스크 앵커와의 대화
MBC 뉴스가 다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손을 흔든다
MBC 뉴스데스크의 새로운 얼굴이 된 왕종명 앵커와 이재은 아나운서. 새로운 미디어 형태와 소비환경에 맞춰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흔드는 MBC 뉴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M씽크 8월 테마활동 ‘뉴스를 말씀드립니다’에서 만난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와 이재은 아나운서 인터뷰입니다. (왕 : 왕종명 앵커, 이 : 이재은 아나운서, 시 : M씽크 시청자위원회)
Q. 앵커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왕 : 오전 10시에 출근을 한다. 출근하자마자 오전 편집회의를 하고 편집회의 종료 후 점심식사 및 자유시간을 갖는다. 14시 30분 오후 편집회의 시작된다. 오전에 보고한 내용에 기사 추가 및 삭제와 발제를 한다. 이때 기사의 경중에 따라 분량을 정하고 타임라인을 구성한다. 오후 편집회의가 끝나면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하고 앵커들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오후 4시경 기사 리딩과 앵커 멘트를 작성하기 시작하고 취재 기자들과 미팅을 진행한다. 뉴스에 임박한 시각. 헤드라인 트레일러 촬영을 진행하고 오후 8시가 되면 뉴스데스크에 들어간다.
Q. 보도 시 기사의 순서나 타임라인은 어떻게 정하는가?
왕 : 보도국 소속의 편집부에서 이를 정한다. 하루에 수백까지 기사가 쏟아진다. 그것들 중에 어떤 것을 톱에 올릴지를 정하는 것은 오롯이 편집부의 일이다. 타임라인과 레이아웃 등의 구성을 정하고 뉴스의 가치와 임팩트에 따라 분량과 순서를 정한다.
Q. 뉴스를 보다 보면 너무나 비슷한 내용 때문에 혹 타 언론사와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왕 : 공유하는 건 절대 아니다. 뉴스에 관해 일절의 커뮤니케이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단, 보는 눈이 비슷할 뿐이다. 모든 뉴스는 상식 수준에서 판단되기 때문이다.
Q. 왕종명 앵커는 신문기자에서 앵커까지 언론사에서의 많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각 분야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다.
왕 : 신문기자와 방송기자를 비교해서 우위를 가르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확실히 방송기자는 할 것이 많다. 리딩과 오디오, 촬영부터 편집까지 많은 일을 한다. 뉴스에서 보는 자막 역시 방송기자가 쓰는 것이다. 신문기자 역시 취재부터 기사 작성까지 많은 일을 하지만 각자의 워라밸을 본인이 정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익일 보도될 기사를 투고하고 나면 취재를 해도 되고 쉬어도 된다. 전화 인터뷰로 기사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기자는 그 화면을 촬영해 와야 된다. 기사의 내용이 어떻든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하는데 품이 많이 든다.
Q. 그렇다면 앵커는?
왕 : 앵커 역시 방송기자의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보도국의 많은 기자들이 취재한 세상의 이야기들을 시청자들에게 세일즈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MBC의 전성기 시절. MBC가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촌철살인 같은 앵커 멘트라고 본다. 점점 이러한 것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 이전과 같은 앵커 멘트가 쌓이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소셜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왕 : 굉장히 아프고 좋은 질문이다. 신경민 선배가 클로징 멘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외압으로 이를 날렸다. 신경민 선배는 해임되고 기자들끼리 파업을 진행했다. 이를 풀기 위해 당시 보도국장이 사임했다. 그리고 민심수습용으로 주중, 주말 앵커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2009년, 어린 연차에 내가 주말 앵커가 됐다. 그런 일이 있고 주중 앵커는 클로징 멘트를 하지 않았다. 나는 반항심으로 클로징 멘트를 했다.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속된 말로 ‘저 어린 X이 뭘 안다고 어른 흉내를 내냐’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나의 행동은 객기였고 흉내 내기였다. 나는 어설펐다. 30대의 일이다. 촌철살인은 신경민만의 내공, 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Q. 그렇다면 지금은?
왕 : 그 당시 언론은 지상파 3사가 독과점하고 있었다. 그때의 지상파 언론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고, 클로징 멘트 하나가 세 상을 흔들 수 있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009년과 2018년 나도 변했지만, 세상도 변했다. 많은 미디어가 각자의 뉴스를 전하고 개개인이 삶 속에서 그리고 SNS를 통해서 스스로가 세상에 대한 클로징 멘트를 날린다. 세상을 향한 촌철살인 같은 클로징 멘트들이 각자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 그런 매체들도 많고, 거기에 내가 어설픈 클로징을 던진다는 것은 정말 어설픈 거다. 그런 점들을 다 평정하고 이거는 내가 해야겠다 하는 자신감도 없다.
Q. 새로운 MBC의 클로징 멘트가 궁금하다.
왕 : 나와 이재은 아나운서는 소통의 방식을 택했다. 현재 MBC 뉴스데스크는 전날 나갔던 MBC의 임팩트 있는 뉴스에 대한 시청자 피드백을 가져와 클로징을 한다. 그곳에는 우리가 전혀 몰랐던 가치 있고 유의미한 댓글들이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짚어주는 시청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역시 우리가 여기 있고 듣고 있다고 손을 흔드는 방식이다.
Q. 어떻게 앵커와 아나운서를 꿈꾸게 되었는지?
왕 : 앵커는 시키니까 된 거다. (웃음) 군대를 전역하고 막막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자기 탐색을 했고, 통계학 전공이지만 전공과 통계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전공과 다른 길을 택했다. (웃음) 기사 한 줄로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하는 큰 포부는 없었다. 나는 기자를 생계형으로 시작했다. 기자로서 일을 하다 보니 나름의 사명감이 생겼다.
이 : 어릴 때부터 스포츠 중계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언론인을 준비하게 되었고 전공을 이쪽으로 선택했다. 입사 후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뉴스는 아나운서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 앵커로서의 사명감이다. 아직 부족하고 배워가는 중이다. 앵커를 하면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뉴스 하면서 기억나는 실수담이 있는가?
왕 : 실수는 매일 한다. 머릿속으로 그려놨던 앵커 멘트가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쉽다.
이 : 나 역시 실수를 매일 하는 듯. 앵커가 처음이라 당연히 완벽하지 않다. 기자 선배들이 써준 멘트를 완벽히 소화하지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앵커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소화하는데 드는 시간이 는다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4시간 정도이다. 부족하다면 부족한 시간이지만 최대한 친절한 멘트를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늘 고민한다.
이 : 질문을 해도 되는지? 새로워진 MBC뉴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시청자 입장에서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뉴스 보셨죠?
시 : 헤드라인 트레일러에서 스크립트를 보는 점이 아쉬웠다. 아이컨택과 교감이 안된다고 느껴진다.
이 : 갈수록 안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달라진 모습을 봤을 것이다.
왕 : 내 외부적으로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안 보고 있다. 보고 읽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기사라는 것이 단어 하나와 어미 하나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기사라서 그런 것이다. 당연, 제일 좋은 것은 토시 하나하나 모두 외우는 것이다. 스크립트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암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핑계이다. 못 외워서 다른 기사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읽고 정확한 기사를 전달하는 것을 선택했었다. 양해를 구하는 바이며, 지적이 있은 후로는 완벽히 외워서 정확한 기사를 전달하는 백 점짜리 헤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Q. MBC 뉴스가 위기를 겪은 후, 새로움을 탐험하겠다는 MBC.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방향성은?
왕 : 앵커와의 대화가 아니라 보도국장과의 대화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웃음) 어떤 뉴스를 하겠다는 것을 텍스트 화해서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MBC에는 헌법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방송 뉴스 가이드라인이 있다. 마치 최고의 언론사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만 하면 최고의 뉴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텍스트화 된 다짐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MBC는 MBC 보도국만의 DNA가 있다. MBC 뉴스가 명성을 부가했던 시절, MBC의 아이덴티티는 삐딱함이었다. 속칭 조지는(?) 뉴스를 좋아했다. 우리는 왠지 높은 사람들한테 반감이 있었다. 그 사람들을 비판하고 꼬집는 것이 MBC의 DNA이다. 이는 낮은 곳에서 체험적으로 경험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시대의 DNA로 아이템이 발제되고, 주요 소재들이 MBC 뉴스를 통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매일 이런 뉴스를 내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방향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약자를 대변하고 강자를 감시하고, 삐딱하게 틀어보고, 무식해 보일 수 있지만 비틀어보는 것이다. ‘바로 간다’라는 코너를 봤는가? 그 코너가 우리의 DNA를 대변한다. 일단 가본다는 것. 반복적으로 이어지다 보면 조금 더 대중들이 봐주기 시작할 것이고 MBC 뉴스는 견고해질 것이다.
Q. 다소 민간함 질문일 수 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순 시청환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지? 또 MBC는 이에 대해 얼마나 대응하고 있는지?
왕 : 뉴스데스크의 열세가 진행형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MBC 뉴스는 이미 바닥을 찍었다. MBC 뉴스가 어떻게 바닥을 찍었고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는 다들 알고 있을 듯하다. 소비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면 MBC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MBC는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시청자가 떠난 것이다. MBC가 한창 신뢰를 잃어가던 시기에는 일부러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면, 지금은 굳이 MBC를 볼 이유를 찾지 못해서 안 보는 것이다. 12월 26일 이후로 MBC 뉴스는 정상화되었고 우리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비약하고 있다. 시간을 가질 뿐 당장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Q. MBC 뉴스의 현재 위치는? 그리고 앞으로는?
왕 : 시청률이라는 지표는 충분히 참고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복기하는 중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14F, 엠빅뉴스 등 다양한 방면으로 새로운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통한 소비환경에 맞춘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이는 MBC가 다시 한번 좋은 친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손을 흔드는 또 다른 방식이다. 우리는 이미 바닥을 쳤고, 잃을 것이 없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