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품격
“그 분, 아주 훌륭해요. 좋은 대학 나온 엘리트이고…”
네. 저는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성격도 안좋아요. 과장인 내 앞에서 다른 과장 칭찬이라니… 나더러 본받으라는 것인가…혼자 열등감에 쩔어있다. ㅎㅎㅎ
좋은 대학 나와서 훌륭한 것일까, 워낙 인품이 좋은데 좋은 대학도 나왔다는 것일까. 직원들이 칭찬하던 그 분과 일해보니, 직원들에게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일을 안하면 안하는대로 일을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본인 스스로 나름의 기준과 평가가 있지만 평소에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 모든 직원들에게 좋은 얼굴로 대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이 오면 직원에 대한 평가가 제법 날카롭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서 볼 때 일에 충실하지 않는 사람은 영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윗 사람이 권유하여도 단숨에 거절한다.
평소에 성격이 좋다고 소문난 B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웃는 얼굴로 대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B를 상사로 모시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조직에서 성격이 좋은 것이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하다. 승진을 염두에 둔 직원은 까다롭더라도 추진력 있는 상사와 함께 하길 원하고 무엇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 상사가 직원들 챙기는 것은 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라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충심을 다하여 그 상사를 모시고야 만다.
어떤 상사가 좋은지는 함께 일을 해 보아야 안다. 경험하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또는 친분만으로 일을 함께 하다가 사람에게 실망만 한 채 갈라서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들과 대화하다가 보면 착한 사람, 부드러운 사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 에 대한 칭찬이 만발하다가도 승진과 연결되면 역시 나를 밀어줄 사람, 내가 성과를 내도록 도와줄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임을 알게 된다.
성격이 좋고 성과도 잘 내며 나를 밀어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천운이다.
공무원 조직이나 민간 조직이나 승진은 모든 것 즉 연봉, 지위 등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승진은 목표이자 과제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어떻게 승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직원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그렇기에 상사를 잘 만나는 것은 자신의 천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상사 역시 직원을 잘 만나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직원은 크게 3그룹으로 구분된다. 첫째, 목표만 정해주면 알아서 방향도 정하고 계획도 수립하고 추진력도 있는 직원, 둘째, 목표와 방향성을 정해주고 중간 중간 체크만 하면 과제를 큰 무리없이 수행하는 직원, 셋째, 하나에서 열까지 제대로 짚어주지 않으면 일 하지 않는 직원이다. 물론 네번째도 있기는 한데 아예 일 자체를 안하는 방법을 터득한 달인이기 때문에 그룹에서 제외하였다.
1그룹은 내가 만나기 어려운 직원이었다. 그들은 기획조정실에 있었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우리 부서에 온다고 해도 힘 있는 부서에서 채갔다. 2그룹은 부서로 섭외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섭외만 하면 그 해는 농사를 다 지었다고 할 수 있다. 1그룹과 2그룹은 자신을 어느정도 인생의 리더로 생각하고 있다. 3그룹은 상사가 시간이 있으면 아니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도제식 교육을 한다면 좋은 직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직원 중 일부는 한 때 열심히 일하였으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잘 케어만 한다면 언젠가는 2그룹으로 갈 수도 있다. 못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기대를 해보자는 이야기이다.
일을 어떻게 하면 안하고 승진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달인도 가끔 조직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내가 일을 안하면.. 이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신규직원이 오거나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 오면 그 직원에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일을 찬찬히 가르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예제로 떠맡긴다. 배우는 직원은 어느새 업무의 달인이 된다. 달인과 새로운 직원은 성과를 잘 만들어내기도 한다.
직원은 리더가 어떻게 리드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러한 예를 보고나서 조직에 멘토와 멘티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사실 자신의 업무가 바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업무를 가르칠 여력이 없다. 바쁜 와중에 옆 직원에게 일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업무가 2배라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내용은 윗 분들(의사결정자)은 잘 모른다. 무조건 잘 가르치라는 말만 있다. 그런데 내가 일을 하기 싫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내 일을 대신 해야 한다면? (이 때의 전제조건은 일을 하기 싫어서 업무를 조금만 갖고 있는 직원인 경우이다.) 옆 직원을 잘 가르쳐서 업무의 달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가르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을 안하고 네트워크만 중요하게 여기는(저녁에 술먹는 일) 업무안하기 달인은 멀리서도 조언을 들으러 직원들이 찾아와 문전성시를 이루는 놀라운 상황을 보여준다.
리더의 품격은 다른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을 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경청만 잘해도 리더로서 훌륭하다.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면 더 훌륭하다. 그래서 승진에 도움을 주었다면 더더욱 훌륭하다. 만약 승진이 목표라면 그러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아무 것도 내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단지 사람이 좋다고 해서 리더의 품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