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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Dec 23. 2022

길 위의 오월_3

업무의 모든 것을 길 위에서 

대학 때 학교정문 앞에 있던 천막에서 점을 본 적이 있다. 역마살이 있다고 했다. 토정비결을 봐 준 어느 어른이 말했다. 역마살이 있다. 현대적 의미로는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장을 밥먹듯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해본다. 점을 딱히 믿지는 않지만...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 출장을 다니는 것이 더 좋기는 하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사무실을 얻었다. 공유사무실이었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이어서 내 자리는 독서실과 같이 책상 하나였다.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전화부스로 가야 했는데,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회의실과 커피는 무료여서 좋았다. 사무실 얻은 초기에는 회의가 많아서 공유사무실 얻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달 정도는 그랬다. 코로나로 인하여 화상회의가 많아질 무렵부터는 지방으로 강의를 다니게 되어서 사무실에 가는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무실에 갈 때는 노트북을 사용했는데, 집에 데스크탑에 모니터가 2개 있어서 집에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회의 말고는 사무실 이용률이 떨어졌다. 그나마 회의도 화상으로 하게 되니 더욱 사무실은 가지 않게 되었다. 사무실부터 덜컥 얻지 말라는 많은 조언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갖고 싶었던 나는 타협점을 공유사무실로 잡았던 것이다. 주위의 조언은 새겨들어야 한다. 


공유오피스, 나의 책상

지방 곳곳으로 특강을 다닌다. 처음에는 운전을 해서 갔는데, 전화도 자주 오고 운전하고 갔다오면 다음 날 힘들기도 해서 가능한 한 기차를 탄다. 고속버스도 타긴 하는데 가능한 한 기차를 탄다. 기차 안에서는 문서작업도 가능하고 통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통화할 때는 통로에 나가서 해야 하지만, 자동차에서는 통화를 하기 어렵고, 버스 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차를 선호한다. 강의를 요청한 기관에서 기차역에서 매우 가까워요. 라고 할 때도 있다. 거리가 멀면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나는 일정만 겹치지 않으면 어디든 간다. 나는 늘 길 위에 있다. 


기차 안에서


때로는 중간에 시간이 빌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카페에 있거나 스터디카페를 찾는다. 잠깐의 시간이면 카페가 좋다. 시간이 많이 비면 스터디카페가 적당하다.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카페존을 선택했다. 가격도 저렴하다. 1시간에 1500원-2000원 정도 한다. 간식도 있어서 커피나 사탕, 약간의 비스켓을 먹을 수도 있다. 의자도 푹신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매우 조용하다. 공부를 위한 목적이라 그런지 방해될 만한 소음은 없다. 나 역시 움직임에 조심하게 된다. 


스터디카페

누군가 만나러 온다고 할 때에는 회의실을 예약한다. 요즘은 '회의실 임대'로 검색하면 수많은 회의실이 지도에 표시된다. 그 중에 적당한 곳을 고르면 된다. 언제 사무실에 간다고 그 때 보자고 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일정 잡고 장소를 고르면 된다. 한 번은 누군가 자문 건으로 만나자길래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에 기차역 가까운 곳으로 회의실을 잡았다. 요금은 공간 크기에 따라 다른데, 4인 기준으로 할 때 2만원 내외이다. 


기차역 근처 회의실 검색 결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무실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고정적으로 한 곳에서 일해야 한다면 사무실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함께 연구과제를 할 때가 있지만 그 외에는 나는 혼자이고 주로 길 위에 있다. 유목민의 삶이다. 지금이 나쁘지 않다. 역동적이기까지 한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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