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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르쮸 Mar 18. 2023

5. 남편, 너와 나는 달라.

다름을 인정하자

남편과는 나의 퇴사 이야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자주 한다.


주된 고민거리는 '주거지 결정, 경제적 부분,

임신 및 출산 계획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댁 식구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불거지게 되었다.




남편은 교육의 성지라 하는

대치동에서 주된 생활을 했고

머리도 좋아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좋은 대학에 가게 된 것은

부모님의 '굉장한 교육 열성'이

뒷받침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면 내신 관리는 물론 중요한 시험이 있거나,

대학 수능 시험을 준비했을 때

어머님께서는 함께 밤을 새우며 같이 공부를 하시고

옆에서 그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셨다고 한다.


또한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아버님께서 하나하나 이력서 지원할 곳을 찾아서 가져다주셨남편은 부모님 앞에서 앞으로 취업 계획에 대한 PT를 준비하여 계획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부모님의 관심과 열성으로

학창 시절과 취준생활을 보내왔던 남편이

결혼한 아내가 퇴사를 해

본인 가족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하루는 원주로 내려오는 길 차 안에서

같은 고민으로 이야기하던 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00아, 너도 우리 부모님 앞에서 PT 해.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시댁 부모님은 내가 갑작스럽게 퇴사한 것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시는 부분들이 있고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설명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고 했다.


그래, 부모님들께서 이해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아쉬워하시는 부분들이야

너무나 이해하지.

그렇다고 내 인생 계획을 '굳이' 시댁에 가서

이야기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잠깐이지만 화가 났었다.


00아, 너랑 나는 살아온 삶과 환경이 달라.
너의 삶의 방식에 날 맞추려고 하지 마.


나는 너랑 결혼한 거고 앞으로 우리 인생은
우리가 정해서 가는 거야.
너랑 내가 결정해서 퇴사를 한 거니까
'앞으로 이렇다 저렇다'를 부모님들께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본인이 살아온 삶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했던 것이 화가 났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것을 알지 못하고

말하는 것은 서운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운동을 했던 친오빠의 뒷바라지로

항상 바빴던 부모님을 바라보며,

혼자 알아서 해야 할 것들을 찾아 나섰다.

또한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한 번도

'공부해라'라고 강요하신 적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고3 때 친구랑 매일같이 놀고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제발 공부해라'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으셨다.

부모님께서는 나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있으셨다.


내가 자라온 환경과 남편이 자라온 환경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며

남편부터 설득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우리는 살아온 환경이 달라.
뭐가 맞고 틀린 건 없어.
그냥 그렇게 자라온 우리가 만나서
이제 서로 이해하면서 잘 지내면 돼.


물론, 남편의 사랑과 배려에는 무한히 감사하고 있다.

본인도 그동안 나 대신 시댁 식구들에게

설명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그런 모습을 보자니 한 때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퇴사 후 어머님께는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어머님, 제가 퇴사를 하겠다고 결정하여

마음이 많이 편치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가 이곳을 다니면서 많이

느꼈던 것들도 있고

앞으로 좀 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젊은 날 후회 없는 삶을 보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하여 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제가 00이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므로

00이 고생시키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

항상 저희를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너무 감사합니다.




진심을 다해 나는 남편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경제적으로 자리 잡아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나의 퇴사 목적이었던 '행복 찾기'는 나만의 것이 아닌

'남편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내가 살아온 인생은 다르고

앞으로도 다른 생각과 사고로 살아가며 부딪히겠지만

서로의 이러한 부분까지도 이해해 주고 포용해 주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사고에 남을 끼워 넣지 말 것'

'다른 사람의 삶도 존중해 줄 것'


퇴사를 하고 또 배운 삶의 지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 이제 뭐 할거니? 계획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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