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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영 Jan 07. 2022

응가하는 개노마

 등을 둥글게 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개노마가 볼 일을 본다. 힘을 주며 끙,하더니 한번에 누런 걸 크게 뽑아낸다. 이윽고 쾌적한 얼굴로 개노마는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다시 등을 둥글게 말아 올리더니 똥꼬에 한껏 힘을 준다. 그 와중에 지나가는 사람을 경계하는 걸 잊지 않는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개노마의 똥꼬는 부산하다.


나는 아까부터 손이 시리다. 한 손에는 개줄을 쥐고 있고 다른 한 손에는 개노마가 크게 뽑아냈던 그것을, 휴지에 돌돌 말아 쥐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얼얼하게 하는데, 휴지 속 그것의 구린내는 얼얼한 코를 꼬챙이처럼 후벼댄다. 가자. 나는 개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본다. 개노마가 움찔, 등을 펴고 걷는다 싶더니 다시 등을 말아 올린다. 변비가 있는 건가. 개노마는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다가, 제자리를 한 바퀴 빙 돌고 다시 똥꼬에 힘을 준다. 그리곤 그대로 얼음이다.

내 시린 손가락은 그만 툭,하고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한쪽 손에 쥐고 있던 휴지 속 그것의 온기가 큰 위안이 된다. 허긴, 똥이 주는 위안이 오직 이것뿐일까. 변비로 고생했던 서너 살 무렵의 아이가 뱃속에서 뽑아낸 똥을 보고 나는 얼마나 큰 환희에 감격했던가. 그러나 이제 그만 움직이고 싶다. 가자! 나는 다시 개줄을 잡아 당겨본다. 그러나 개노마는 똥꼬를 땅으로 내린 채 눈알만 굴린다. 집중에 방해가 되니 그만 닥치란 표정이다. 아이씨, 이 똥개가 징짜! 투덜대다 올려본 하늘에 늙수레한 달이 누렇게 뭉개진 얼굴로 떠있다. 누렇게 뜬 얼굴이 어제 만난 후배를 닮았다. 밥은 잘 안 먹고 커피만 마시며 오랜 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후배다. 뼈만 남은 그녀의 얼굴이 너무도 노오래서 내 눈알마저 노랗게 물드는 착각에 빠졌더랬다.


한 손엔 개노마의 누런 똥을 쥐고서, 누런 달빛이 뭉개져 번지는 밤하늘 밑에서, 누런 구린내가 코를 후비는 밤공기에 싸여, 누렇게 뜬 후배얼굴을 떠올리자니 산다는 게 결국 누런 똥인가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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