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미 Jul 10. 2020

연탄재 같은 내 얼굴

젊고 어리석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늦어도 고등학생 때까진 마무리되는 그것을 나는 대학2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시작했다. 처음엔 모기에게 물린 거라 생각하고 벅벅 긁었다. 그랬더니 자고나면 ×2 ×3 ×4.. 이렇게 얼굴에 새끼를 쳤다. 안티푸라민도 발라보고 바세린도 발라봤지만 갈수록 더했다. 그래서 언니에게 물어봤다.

이게 도대체 뭘까?
모긴 모냐 여드름이지.

그때부터 나는 내 얼굴이 너무 부끄러웠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어떻게든 이놈의 여드름 부터 뿌리 뽑아버리자고 마음 먹었다.

피부과에서 약을 주길래 먹고 발랐더니 모공이 숭숭 넓어져 얼굴에 분화구가 생겼다. 더 빨리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의사에게 조르자 그 시절 나름 신기술이었던 피부박피를 권했다. 피부 표피만 살짝 화상을 입힌다음 그 밑으로 새피부가 돋아나게 하는 시술이라고 했다. 근데 햇빛을 보면 절대 안된다길래 웅녀처럼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손으로 살살 만져보니 피부가 맨들맨들해져서 성공했구나 싶었다.

근데 왠걸. 여드름은 밭을 갈아낸다고 없어지는 돌멩이가 아니라 뽑아도 뽑아도 어디선가 다시 자라나는 끈질긴 잡초 같았다. 갈아낸 피부에서 여드름이 새롭게 돋아나고 있었다. 거기다 피부까지 시뻘개져서 원숭이 똥구녕 같이 돼버렸다.

다급해진 나는 피부관리실을 찾았다.
12회 패키지만 끊으면 책임지고 여드름의 씨를 말려주겠다고 했다. 근데 피부박피로 인한 얼굴 화상이 다 회복되기도 전에 뜨거운 쑥물로 훈증을 해버렸다.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원숭이 똥구녕이던 피부색이 썩은 가지색으로 변했고 여드름은 민들레 꽃씨마냥 부지런히 씨를 퍼트렸다.

나는 방에 쳐박혀 엉엉 울면서 생각했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이 방법 밖엔...
그 당시 유행했던 것 중에 인공썬텐이라는 게 있었다. 형광등 같은 게 위아래로 빼곡히 달린 썬텐기계에 들어가 관뚜껑 같은 걸 덮고 누워있으면 피부가 다갈색으로 태워진다고 했다. 다갈색에서 조금 더 태우면 시커멓게 변하겠지. 그럼 빨간 낯짝도 보기싫은 여드름 자국도 다 가려질거야. 그래 당분간만 흑인이 되어 살아보자.

일주일에 1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으나 나는 일주일에 3번씩 썬텐기계에 들어갔다. 흑인이 되어 흰 눈자위와 하얀 이빨만 보인다해도 이 여드름 자국만 없앨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 되고 싶었다. 조금만 더 태우면 보디가드에 나오는 휘트니 휴스턴처럼 까무잡잡하고 매력적인 피부를 갖게 될거야!!
.
.
.
.
.
나는 휘트니 휴스턴이 아니라
타다 만 연탄재가 되어버렸다.

연탄재가 엄마에게 물었다.

왜 나 안 말렸어. 못하게 좀 말리지. 엉엉~~

엄마가 연탄재에게 말했다.

말려서 니가 말을 들을 거 같으면 말렸지!
.
.
.
그해 여름.

내가 나를 망치는데 걸린 시간 14일.
2주 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얼굴을 망쳐놓았고
결국 학교를 휴학했다.. 여드름 때문에.
......

네 저는 말려도 말을 듣지 않는 녀자입니다.
(고집이 세서 이름도 세번이나 바꿨..)

사실..
제가 쓰고 싶은 건 소설인데 이렇게  옛날 얘기만 올리고 있네요. 그래도 언젠간 쓸 날이 오겠지요 ㅎㅎ~~

오늘은 불금.
하늘도 적당히 흐리고 요 며칠처럼 덥지 않으니 힘내서 일하시고 즐거운 주말 맞으시길 바랍니다.
모두모두 으쌰~~♡♡

작가의 이전글 쑥밭에는 쑥들이 모여 살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