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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Hill Feb 16. 2024

< The Long Journey >

다시 길 위에서... 미국 동부 보딩스쿨을 가다 #8

#Scene 8


그렇게 한참을 추억 놀이에 흠뻑 젖어있었다.

어디선가 키팅 선생이 불쑥 튀어나와 속삭이는 듯했다.

영화 속 학생들이 깊은 밤에 기숙사를 빠져나와 하나 둘 모이던 그 신비한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학교 투어가 끝나고 다시 Admission office로 돌아온

우린 입학 담당자와 인터뷰를 했다. 격식을 내세우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입학은 녹록지 않은 듯했다. 준비를 일찍, 꼼꼼히 해야 한다.


자유로움과 치열함이 수시로 넘나들고 가까운 미래를 위해 오롯이 무언가에 집중하는 청춘, 그 시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그마한 자극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이나마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하늘은 푸르름이 더하고 달콤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곧게 뻗어가는 고속도로는 좀처럼 막히는 법이 없다. 한국에선 2시간 이상 운전하는 게 힘들었다. 쉽게 피곤이 느껴지고 조금이라도 차가 밀리면 졸음이 몰려왔다.

그런데 이곳에선 4-5시간을 쉼 없이 달린다.  아무래도 시차와 환경의 변화로 긴장도가 높아진 탓도 있을 것이다.


델라웨어에서 메릴랜드까지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메릴랜드로 넘어오니 눈에 익숙한 것들이 하나둘 시야에 잡혔다.

방문 약속을 잡은 학교까지는 20-30분을 더 가야 했다. 학교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하고 있었고, 정문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꽤 큰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Admission office 건물에 들어서자, 선한 인상의 이웃집 아저씨가 푸근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학교 이름은 <Saint James School> 규모는 생각보다 아담했고 고즈넉하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지난번 뉴욕주의 <Trinity Pawling>처럼, 재학생 두 명이 캠퍼스 투어 가이드를 해줬다. 졸업을 앞둔 시니어 학생과 브라질에서 온 주니어 학생인데, 고참 선배와 신입생이 각각의 시선과 경험을 적절히 나눠서 정성껏 얘길 해 주었다.  

그러다 어느 클래스룸에 들어서자, 색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그곳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일어나 예를 갖추는 거다.  평소 선배나 교사들을 대하는 학교 규율인 듯한데 미국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요즘 우리나라 학교, 교실에서 예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보니, 그 자체로 신선했다.


그러고 보니, 투어를 하다 본관 건물 정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신입생이 자긴 후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왜 그러나 싶어 물었더니.. 9학년은 본관 정문을 이용할 수 없다며 서둘러 뛰어갔다. 순간 교칙과 규율이 엄격하다고 여기면서도 조금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엉켰다.

몇 군데 돌아보진 않았지만 이 학교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H 스쿨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꽤 있는 학교다.   

 미국의 보딩, 사립학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미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P, C, G, L 등 이른바 탑스쿨과 중간 그룹, 그리고 어중간한 위치의 학교들이 공존한다.  한국 사회는 어느 분야건 서열부터 따진다. 그리고 절대 가치를 부여한다.

미국 보딩스쿨의 서열이 신뢰성을 갖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식적으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국내 유학원들이 제시하는 자료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유학원마다 저마다의 리스트를 갖고 있고, 업무 협약(?)을 맺고 있는 학교들이 있어서 이 학교를 우선적으로 마케팅(?) 하는 경향이 있다. ( 이 부분은 따로 할 얘기가 참 많아서 나중으로 미뤄둘까 한다..)


그 각양각색의 수많은 보딩스쿨 중에 세간의 서열과 평판을 떠나 아이에게 잘 맞는, 그리고 숨어있을지 모를 잠재력을 발견하고 끄집어 내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분명 있을 거라 믿고 있다.  누군가는 현실을 외면한 허망한 기대라고 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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