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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 Hill Feb 02. 2024

The Long Journey

다시 길 위에서…#1


5년 만에 '브런치'를 찾았다.

그때 열심히 써보자고 다짐했었는데., 얼마 못 가 절필했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고 험했다. 계정을 찾는 것도 힘들었다.


와보니 푸근하고 아늑하다, 그때의 소중한 시간들을 마주하니. 새록새록 그때의 감성이 돋아난다.

'화양연화'라고 했던가.. 나름 찬란했던 그 순간들을 다시 꺼내 들고

하나씩 곱씹으며 내 마음 어딘가에 쌓아두려 한다..


2023년, 시련으로 점철된 기억부터 얘기하려고 한다.


4개월 만에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그땐 아이를 데려다주러 갔었고

이번엔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다. 기내에 갇혀있던 14시간, 그 어느 때보다 길고 힘겨웠다.

누가 그랬던가 보통 사람이 이코노미석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30분이라고.. 그런데 그 2배가 넘는 비행이라니...

난생처음 비행기를 탔던 게 1993년, 대학에 다닐 때다. 그 뒤로 많은 여행과 출장으로 장거리 비행을 했는데.. 잘 보고 잘 먹고 잘 자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비행기 타는 게 은근히 즐겁기까지 했다.

그랬던 이번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기내식이 예전만큼 잘 먹히지 않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늘었다. 어딘지 불안한 심리 탓인 듯하다.

그렇게 비행기는 목적지에 닿았다.


입국 심사받으러 가는 길은 여전히 낯설다. 시민권/영주권자와 외국인의 줄이 갈리고 이방인은 모든 불안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간이다.  

과민한 탓인지 모르지만 심사 창구에 앉아있는 이민국 직원의 자리는 다소 높게 위치해 있고, 피심사자를 살짝 내려다보는 구조다.

게다가 대개 무표정한 얼굴의 친절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라 상대가 느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출장을 제외하곤 홀로 외국에 온 것은 처음인 거 같다. 아시아 먼 곳에서 웬 아저씨가 혼자 와서인지,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피곤했다.


짐을 찾고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나왔다. 예상과 달리 아담한 규모에 사람들도 북적이지 않아 되레 낯설게 느껴졌다.

예약해 둔 렌터카를 찾으러 셔틀버스에 올랐다. 10분쯤 뒤 도착한 깔끔한 건물엔 여러 렌터카 회사들이 모여있다. 그동안 주로 <Enterprise>를 애용했는데 마땅한 차량이 없어 <Thrifty>라는 업체를 예약했다.


그런데 유독 <Thrifty> 창구 쪽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직원들의 일처리가 늦나 보다 생각했는데 가용 차량이 부족해 반납 차량들을 기다리느라 대기줄이 길었던 거다. 차를 받으려면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사람들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웅성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드는 생각이 있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다들 투덜거렸지만 다른 대안이 없던 터라 조금이라도 빨리 차가 나오길 기다렸다.  1시간 30분쯤 지나 내 차례가 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차량 상태를 체크할 기운도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가긴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들어 직원에게 차량 업그레이드를 요구했다.


 직원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조금 큰 차를 가리키며 가져가라고 했다. 그렇게 <GMC>라는 차량과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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