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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해빗 Jul 18. 2023

'생각'만으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제로웨이스트의 시작

벌써 쓰레기를 줄이는 사람으로서, 제로웨이스트 실천 3년차가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가장 먼저 기록한 건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 첫 게시물 날짜를 찾아보니 2020년 2월 

나의 제로웨이스의 첫 시작 게시물



인스타에 하나 둘 기록하면서 여러 친환경 관련 커뮤니티, 단체들의 인터뷰 문의가 들어왔다.

그 중 환경보호 단체도 있었고, 환경 개선 주제로 과제를 수행하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평범한 나에게 인터뷰라니 신기하고 재밌었다. 

간혹가다 나의 인터뷰 답변을 매거진이나 해당 채널에 콘텐츠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공통적인 질문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 꼭 물어보는 거에 대해 오늘 이야기해보려 한다. 

인터뷰 내용에 있던 공통적인 질문!


언제부터 쓰레기 줄이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나요?
이렇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일상 속에서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며 어려운 점은 뭔가요?
등등..

결국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된 직접, 간접적인 계기를 묻는 질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난 환경을 생각해 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회사 청소 시간이 되면 점심시간에 직장동료들과 커피 수혈했던 일회용 컵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고 산처럼 쌓여있는 플라스틱들이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봄이면 남자 친구와 벚꽃 만개 시기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피크닉을 즐기고 난 후 공원을 나서는 길이면 출구 쪽에 배치된 쓰레기통에는 배달시켜 먹은 치킨 박스, 치킨에 빠질 수 없는 캔맥주, 도시락을 싸 온 일회용품들까지... 피크닉 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기만 하다가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쓰레기들은 괜스레 죄책감이 들고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들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영 불편했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콘서트를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살면서 처음 가본 가수의 콘서트 평소에도 흥이 많안던 터라 일상에 노래를 늘 곁에 두고 살았는데 지인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가보게 된 싸이 흠뻑쇼. 심장이 쿵쿵 뛰는 음악 소리와 아드레날린을 극함으로 끌어올려주는 강력한 물량 공세까지 인생 첫 콘서트는 정말 강렬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효과와 몇 만 명의 사람들이 합을 맞춰 부르는 떼창과 함성소리. 노래방에서 노는 수준과는 차원이 달랐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내 눈앞에 있다니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함성을 지르며 뛰다가 더워질 때면 하늘에서 시원한 물이 떨어졌고 땀으로 수분이 다 빠져나갈 쯤엔 콘서트 입장할 때 나눠준 얼음 생수병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렇게 광란의 콘서트가 끝나고 아직도 남아있는 콘서트 잔감을 잊지 못해 지인들과 너무 재밌었다며 신나게 떠 드는 중에 내 시야에는 쓰레기가 보였다. 

여전히 콘서트 여운으로 텐션이 높은 사람들 뒤에는 높아진 텐션만큼 쌓인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관객들에게 굿즈라는 명목으로 나눠준 얼음 생수병, 파란 우비, 비닐가방까지 

'아까 나눠준 생수병들이 다 바닥에 버려졌네...'

'아참 아까 콘서트 스태프들이 나눠준 우비도 일회용이었지'

콘서트 후의 남아있는 쓰레기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와 함께했던 나의 지난 날



직장생활을 할 때도 피크닉을 하다가도 콘서트를 보고 나서도 늘 그 끝은 쓰레기에 대한 생각으로 끝이 났다. 

이 세 가지 상황에서 공통된 건 쌓인 쓰레기들을 보고 느낀 이상한 불편함과 죄책감

그리고 달라지지 않은 내 행동이었다. 


지구 환경에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반성하고 신경 쓰이던 건 그때 잠시뿐, 그 이후에도 나는 어김없이 직장동료와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셨고, 캔맥주를 사서 피크닉을 갔고 강렬했던 콘서트를 회상하며 다음 콘서트를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쓰레기가 유독 많이 나오는 모습이나 뉴스에서 지구 환경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눈살을 찌푸리며 '나 정도면 환경을 생각하는 거지!'라고 다독였다. 


이제 와서 보니 그때 나는 그저 환경을 '생각'만 했던 것이다.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환경을 '실천'하지 않고 '생각'에만 그쳤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이게 나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시작이었다.

내가 해오던 건 실천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만 해왔다는 걸 자각하게 된 순간

행동에 나서야겠다고 한 겹의 내적동기가 생기게 된 것이다.


나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미루는 병이 있어 생각만 하고 실천까지 옮기는데 굉장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각하고, 반성했다고 해서 바로 시작하진 못했다.

"나 쓰레기 줄이는 삶을 살거야!" "나 제로웨이스트잖아~" 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로 실천하게 될 때까진

여러 겹의 내적동기가 쌓여갔다. 


단 한 번의 계기가 아니라 여러 겹의 내적동기가 쌓여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것!

오늘은 그 첫 번째 겹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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