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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gamsung May 07. 2024

천에 맞고 떨어지는 공에 대하여

강속구로 던져진 공

실내 테니스장이나, 실내 골프장에 가면

공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스크린이나 천이 달려있다.


우리는 단순히 스윙에 집중하여 연습하지만,

수많은 공이 그 천에 맞고 떨어진다.


어떤 공은 튕겨져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공은 다시 머신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공은 바닥으로 뒹굴뒹굴 구르기도 하고, 어떤 공은 맥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이 갑자기 투영이 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의 속도는 각자 다르다.

한쪽이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고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사실 직진하는 것에 있어서 겁이 없다.

사랑은 모든 걸 뛰어넘어 향하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그 위대함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함께 쌓아가는 장벽이 점점 단단해지면서 장벽 안에 얼마나

예쁜 우리만의 것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잘 안다.

그 단단해지는 관계의 소중함도 잘 알고 그걸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서면 속력을 늦추지 않는다. 망설이는 사이,

그 소중한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별은 아프고 쓰리기에, 시작에 좀 더 신중해지는 건 맞다.


각자의 신중함의 경중이 다르기에, 각자의 속도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거겠지.

그 속도 그래프가 만나는 지점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지점이겠지.

세상을 다 가진 그 기분은 아마 겪어본 사람만 알 테지.


나의 마음의 공은 강속구에 속한다.

스파이크를 때린 배구공이나, 골프로 치면 첫 번째 드라이브샷 같은 느낌이겠다.


어쩌겠는가,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주인을 잘못 만난 내 마음은 그렇게 상대방에 내 던져진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쳐놓은 마음의 천막이나 벽에 부딪혀 튕겨 나오거나 맥없이 떨어졌다.



사랑에 눈이 멀어 나는 그 떨어진 내 마음 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그 맥없이 떨어진 내 마음의 상태를 보지 못했다.

또 그걸 맞아 멍이 든 상대방의 마음을

보지 못했다.. 거절도 힘들었겠지


그러다,

다시 던져야지 하고 내 마음의 공을 주웠을 때

이리 저리나 있는 생체기를 마주하게 됐다.


상대방이 좋아서 던진 것뿐인 나의 마음이,

애잔하게 한 손에 들어오는 작고 소중한 내 마음이

이리저리 던지고 튕겨 나오고 떨어져 상처투성이 인 걸 나는 차마 외면하고 있었었나 보다.


저 멀리 멍든 상대방의 벽도 난 애써 부정하고 있었나 보다.


누구를 위한 마음의 전달인가 싶었다.


둘 다, 상처투성이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당연히 사랑받고 싶고 관심받는 게 더 좋다.

거절당하고 거부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내 마음의 공을 쥐고

상대방과의 벽과

내 마음 공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리 부드러운 천조각에 부딪혔다 가볍게 떨어졌다 한 들, 아픈 건 마찬가지이다.

공이 아무리 물렁하다 한 들 맞으면 아프다.


나는 내 마음이 상처받는 걸 더 이상 허락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멍을 남기는 것도 싫다.


나는 상대방도 너무 좋아하지만,

나는 내 마음도 너무 소중하기에,

이제 그만 상처를 내야 할 것 같다.


상대방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나는 얘를 계속 데리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 또 상대방이 얘 보다 우선순위에 올라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외면할 수가 없다. 애틋하다.

오직 나만이 이 생체기를 끌어안고 연고를 발라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숨을 고르고

내 마음부터 회복시켜야 할 때인 것 같다.


그게 나도, 상대방에게도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모든 것은 나의 욕심인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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