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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gamsung Jun 02. 2024

공은 그냥 스칠 뿐에 대하여

스포츠에 담긴 인생


골프 스윙을 연습했다.


달 만에 치는 거라

나도 내 몸도 잊고 있었다.


번 스윙을 하고 나니

몸에서 슬슬 반응이 왔다.

이제 기억나? 근육들아..?


나의 스승님인 어머니는 계속해서

힘을 빼라 지시를 내린다.


힘을 뺀다라...

이전 글에도 있었지만

스포츠에서 기본 중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시작이다.

(요새 힘을 빼라는 사람이 많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열심히 빼고

골프채의 헤드 무게만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둔탁하게 맞던 공이

톡 하고 가볍게 맞다

저 멀리 날아갔다. 아, 이 느낌이구나?


"그래, 바로 그거야. 공이랑 채를 어찌어찌하려고 하지 마. 그냥 스쳐 지나가는 거야.

어떻게 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고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야. 그러니 힘 빼고 공을 스쳐 지나간다고 생각해."


그래, 역시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최근 이런 면에서 스포츠가 너무 매력적이다.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아침 테니스를 칠 때도 매번 느끼는 거지만...

순하면서도 복잡한 메커니즘 안에 인생이 보인다 라면 너무 허세인가?.. 그래도 대입해서 생각이 난다..


그래 다시 돌아와서,

그냥 공을 스쳐 지나간다라..


내 인생에서 또 그렇게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생각하면 이 가볍지 않던 마음도 감정도 저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멀리 보낼 생각 하면 또 거기서 힘이 들어간다.

 공을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마. 마음을 비우세요 따님"


또다시 기가 막힌 조언이다.

마음을 비워.. 골프를 알려주고 있는데

어머니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 마음을 비우자.

이 마음도 굳이 굳이 멀리멀리 날려 보내려 하지 말자.

그저 은은하게 있다가 사라지는 향처럼

그냥 그저 내 곁에 은근하게 있다가 희미해지길 바라보자.


하지만 가만히 있다가도

마음의 근육통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그만큼 내가 힘을 열심히 썼나 보다.

감기도 걸려버렸다.

마음의 롤러코스터가 멈추니, 긴장이 풀린 건가.

체력을 그래도 많이 끌어올렸다 생각했는데

무리했나 보다. 괜찮다.

다른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공에, 내 몸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릿속은 고요해진다.

내가 바로 이 순간을 갖고 싶었나 보다.

하하. 또다시 감사하게 되네, 이 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계속 얼마나 공이 날아갔는지 확인하느라 몸통과 고개를 돌렸나 보다.


"지금 얼마나 날아갔는지 체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공을 제대로 맞추는 것부터!"


아, 또다시 배운다.

베이비 스텝.


난 울트라 스텝을 해버렸구나.

상대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내 기준에서만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오만.

것도 심지어 내 마음만 밀어붙였구나

이기적이었다.


많이 성숙해졌다 생각했는데,

나도 아직 서투르구나.


익히 각자의 마음의 속도는 다르다는 건

알고는 있었다. 고려하려 노력했다, 자부했다.

하지만 좀 더 상대방의 속도와 감정과 상황 등 모든 것들을 내 것만큼이나 소중히 대했어야 했었다.

나의 인내의 값과 다를 수 있었다.

마음을 더 들여다봤어야 했는데..

내 오만과 조급함의 컬래버레이션이었다.


다음엔 더 많은 여유와 인내를 가지길..

오답노트하듯 그렇게 나를 토닥여본다.


공을 어찌어찌하려고 하면 더 어긋나는 것처럼

마음을 비우자.

힘을 빼고 내가 온전히 처음 가졌던 그 마음만 가져가자.

공은 그저 스칠 뿐이다.



돌아오는 길엔

불안했던 어머님은 운전대를 나 대신 잡으신다.


조수석이 아직까지 익숙한 나는, 노래를 튼다.

"그대로-오웬"


나의 마음가짐을 다시 꺼내어 본다.

많이 웃길.


그렇게 스치고 졌으니,

또다시 다른 무언가 날 기다리고 있겠지.

내 여정은 아직 반도 안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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