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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a gamsung May 01. 2024

불안정한 5도에 대하여

피아노 코드와 미주신경 그리고 관계

음악은 불안정한 5도를 치고 이것을 해소 시켜 주는 것의 연속이다.
라는 피아노 선생님. 

그러면서 불안! 해소! 를 외치며,
반복적으로 코드를 잡고 한 곡 뚝딱 해치우신다. 

이 불안정한 5도는 반드시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앞뒤로 안정적인 코드들의 에스코트를 받는 느낌이다.
'너는 너의 소리를 내렴, 우리가 받쳐주고 있어'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 띙? 하는 코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코드를 치면, 희열이 느껴진다. 

느낌으로 말하면...
붓과 먹으로 난을 칠 때 살짝 힘을 빼면 난이 꺾이는 걸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게 진짜 어렵다. 근데 그걸 한 큐에 해냈을 때, 

그 꺾인 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충만함이 차오른다. 해본사람은 알꺼다..

그 꺾인 부분이 표현됐을 때 희열이란..약간 그런 비슷한 희열이랄까? 

심지어 에스코트해주는 코드들은 scale내에 존재하지 않는 음들로 이뤄져있다. 

철저하게 스스로가 가지지 못한 음들이 나의 불완전한 소리를 채워주는 것이다. 

팀플레이가 꽤나 잘되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코드 주행을 하고 있노라면,
시기 적절하게 튀어나오는 기막힌 친구들이 있다.
막 튀어나오는 애들이 아니고, 딱 저 불안을 해소해주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누군가에게 나도 4도(2도)나 1도처럼, 불안정한 5도를
서포트해줄 수 있는 코드가 되어본 적이 있는가. 

나 자체가 불안정한 5도여서,
너무 많은 4도(2도)와 1도를 만났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게도. 

다미주신경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계속 안정을 찾으려 애쓴다는걸 알았다.
이렇듯 우리는 불안정과 안정을 오고가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교감/부교감신경은 안정상태, 항상성을 유지하려 계속해서 활동한다. (생명활동에 진심이다) 

특히 사회적 연결이 잘됐을 때, 배 쪽 미주신경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배쪽 미주신경은 얼굴과 심장을 정밀하게 연결한다.
심장으로 가는 배쪽 미주신경 경로는 
눈, 귀, 목소리, 머리 움직이는 방향을 조절하는 신경과 함께 작동하기 때문.

그래서 배쪽 미주신경은 우리가 안전에 닻을 내리고 자기조절과 상호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다!

안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배 쪽 미주신경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배쪽 미주신경이 작동하는 그 본인만의 스위치를 알면 좋다.) 



내가 그 1/2/4도 들과 만났을 땐 아마
배 쪽 미주신경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 문득 떠올랐다.

왜 가만히 앉아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 

대화 도중 갭이 생겨도
머릿 속에서 '아..무슨말하지?' 라는 불안감이 전혀 들지 않고,
'아 맞다!' 하며, 끊임없는 대화주제가 쏟아져나오는 사람들. 

1:1로 만나도 전혀 부담이 없는 사람들.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이게 바꿔주는 사람들. 

내가 하고 있는 걱정거리가 전혀 해결하지 못할게 아니고,
어마무시하게 무서운게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 

나에게 늘 편안한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 

만나면 웃음밖에 안나오는 사람들.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 같은 사람들.

(만약, 이 글을 읽고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지금 당장 그 사람에게 연락해서 고맙다고 표현하자!
내가 가지지 못한 음들로
기꺼이 내 앞이나 뒤에 붙어,
나의 불안정한 부분을 해소해주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코드주행도 결국 '관계' 더라,

코드도 서로 대리코드가 되어주기도 하고,

다음 코드로 넘어갈 수 있게

기꺼이 스무스하게 연결되록 돕는다.

그러나 그들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생각해본다.


누군가의 불안정한 5도를 발견했다면,

서포트 해줄 수 있는 세컨더리 도미넌트가 되어주자 다짐해본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5도는 항상 1도로 가려한다.
그러나, 스스로 가지 못하는 상태라면, 도움이 필요 할 수도 있다. 
불안정함을 스스로 깨지 못하는 단계일 수도 있으니...


말 한마디라도, 커피 한 잔이라도, 음악 한 곡이라도, 따뜻한 손이라도

웃는 얼굴이라도 먼저 내보여보자. 


남들이 듣기엔 비록 완벽한 조화의 음들이 아닐지라도,
그사람만의 코드를 소리 낼 수 있도록! 

어쩌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는지 모르지만,
꼭 남기고 싶었다.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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