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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ish Jul 04. 2018

범죄의 표적이 되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우리가 간과하는 SNS의 영향력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면 어떨까? 그 이름에 걸맞게 "스마트하게" 우리의 일을 처리해주는 이 작은 기기에 우리는 일상의 꽤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산다. 당장 내 손에, 내 눈앞에 있는 이 작은 기기를 어딘가에 떨어뜨린다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핸드폰을 잃어버린다면? 분실된 핸드폰을 찾기 위해 시간을 쏟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약속 상대에게 전화를 걸 수 없어 난감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수고로움을 감당하지 않는다.  지갑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신용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을 결제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로 들어가 보자. 갤러리에 담긴 사진은 어떨까? 항공권 예매 때문에 여행사에게 보내기 위해 찍었던 "여권 사진" 혹은 컴퓨터나 인터넷뱅킹과 같은 시스템의 사용법을 몰라 자식에게 계좌송금을 부탁하기 위해 찍어 둔 "보안카드"가 유출된다면? 지극히 사적인 사진을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나의 인감으로 작용하는 "공인인증서"는 또 어떤가?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금융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그것도 벗겨먹기 너무 쉬운 타깃 말이다.

스마트폰 기기 자체의 금전적 가치를 떠나,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상황을 상상해보면 걱정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스마트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현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이 어떤 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다룬 소설이다.
 





한 남자가 택시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스마트폰 배경화면 속에 있는 스마트폰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을 보게 된다. 여자친구로 보이는 인물은 상당한 미인이었고, 그녀의 길고 탐스러운 검은 머리 남자의 욕망을 일렁거리게 만들었다. 이 남자에게 이 여자는 과분하다. 이 여자에게 접근하려면, 이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중 하나인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이 남자가 자신의 목적을 현실화 시키는데 그 과정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범인의 방법은 너무나 용이하고, 지나치게 효과적이며, 그것에 당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무모할 정도로 회의적이지 않다. 

범인은 여자가 올린 SNS 피드에 뜨는 "위치정보"로 여자의 거주지를 추정하고 친구 목록 속 이름을 이용해 "가짜 페이지"를 만들어 그 이름을 사칭하여 여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낸다. SNS의 영향력에 무지한 또는 그것을 과소평가한 개인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사진이나 정보는 개인의 자발성과는 무관하게 악용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진을 올린 장본인조차 자기가 별로 나쁜 짓을 했다는 자각을 할 수 없다는 점이야. SNS를 하는 당사자는 그 영향력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야."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본문 中 -

여자 역시, SNS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 공간의 위험성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친구 신청에도 선별적으로 대응했다.

분명 인터넷은 편리하지만 한 걸음 잘못 디디면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무장단체들이 온 세상의 젊은이들을 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자신의 페이지에까지 [친구 신청]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사미는 허둥지둥 그 외에 자신에게 신청한 '친구'들을 확인해 본다. 다른 '친구'는 일본인뿐이고, 대부분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뿐 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무서워져서 친구는 확실하게 아는 사람으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나아가 진짜 행세를 하는 것을 경계하고 프로필 사진에 얼굴이 올라와 있지 않은 것은 '승인'하지 말아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본문 中 -

여자는 자신이 조심성 있게 행동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충분하지 않았다. 범죄자들은 대개 우리의 생각보다 더 치밀하고 집요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범죄자에 놓인 덫에 속절없이 걸리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 분실"의 공포보다 "SNS 활동"에 대한 공포가 더 컸다. 나 역시 어떠한 접점도 없는, 얼굴도, 국적도, 나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친구 신청을 받은 경험이 있고, 지인들과 같이 찍은 사진에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그"되어서 다른 사람의 타임라인에 오른 적도 있다. ID 해킹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친구"가 누르는 "좋아요" 때문에  원치 않게 외설적인 사진이나 상업광고를 보게 된 경험도 있다.

한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된 사례가 있다. (출처 : 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캡쳐)


내가 경험해 본 일이, 범죄 방법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니 더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웠다. 나와는 별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으리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음에도 우리는 이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너무나 안일한 태도를 취한다. 작가는 이러한 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이제는 정말 이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어 이 소설은 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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