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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dit Apr 27. 2019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닌텐도가 유저를 모으는 방법

어린 시절 게임보이는 내게 가장 큰 보물이자 자랑이었다. 게임보이를 들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즐기기고 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다양한 PC게임을 하며 게임보이는 잊혀졌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예전보다 더 멋있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닌텐도 스위치

경계를 허물다

필자의 닌텐도 스위치

2017년. 최근 가장 신선하다고 느꼈던 제품과 가장 갖고 싶은 제품이 무엇인지 내게 묻는다면 나는 항상 닌텐도 스위치라고 대답하였다.

이 제품이 처음 공개가 되었을 무렵. 닌텐도는 나와 비슷한 세대들의 어린 시절 향수와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를 경험한 유일한 세대


나와 비슷한 세대인 85~95년생들은 소위 '끼인 세대'라고들 말한다. 학교는 한 반에 4~50명이 넘쳐났고, 교육 과열의 시작점이었으며, 스마트폰의 첫 시작을 같이 했으며, 취업난의 대명사인 세대이다.


또한 이후 세대들의 기본 교육인 코딩과 같은 차세대 기술 흐름 교육을 받지 못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대와 두려움 반으로 기다리고 있으며 위로는 고령화, 아래로는 저출산으로 가장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세대이다.


이처럼 많은 부담과 역경을 뚫고 가야 할 세대이지만, 우리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문화적 번영기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적절하게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세대는 이 '끼인 세대'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많은 아날로그, 디지털 문화 중 하나였던 '게임'에 대해 쓰고자 한다.

각자 경험한 문화에 따라 보이는 시각이 다르다.

사실 게임이라는 분야를 아날로그라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지 모르겠다. 게임 자체가 디지털 기기 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나누고자 한다.


우리 세대(85~95년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게임기와 함께 해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콘솔 게임기 중에 하나가 닌텐도 64이다. 이 게임기를 통해 마리오, 동키콩을 접했으며 나를 비디오 게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에 나는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세가 세턴을 받았다. 단순히 소닉을 너무 해보고 싶어서 산 게임기기인데 나중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선택 안 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 웃픈 기억이 있다.


누구나 플레이스테이션을 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는 친구 집으로 가서 게임을 하고 간식을 먹고 나가서 놀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기기 하나로 우리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11~12살 무렵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가 히트를 하면서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디지바이스가 유행이 되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의자 철다리에 게임기를 문지르고 배틀을 하기도 하고. 수업시간 몰래 디지몬에게 밥을 주고 똥을 치우다 선생님께 걸려 압수당하기도 했다. 들고 다니면서 모르는 친구들과 배틀을 하는 등 게임이라는 형식이 친구들을 사귀게 해 줄 수 있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같은 매체로 자리한 순간이었다.

어린 날. 부의 상징이었던 PS I_이미지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이후 온라인 PC게임(스타크래프트, 바람의 나라, 디아블로 II,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한국에서 콘솔 시장은 주류가 아닌 매니아 시장으로 전락했다.


세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였고 따지자면 굳이 콘솔기기를 사지 않아도 PC를 통해 콘솔 전용 타이틀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복돌(불법복제 게임)이다. 아쉬운 일이지만 흐름은 PC 시대로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들은 콘솔게임기기를 하나둘 놓아줬다. 친구들과 모여 옹기종기 콘솔게임을 하던 저마다의 향수를 간직한 채



콘솔 게임기의 향수를 가진 세대

돈을 쓰는 세대로 레벨 업하다


우리가 콘솔 게임기를 즐기던 시대들은 대부분 10대였기 때문에 콘솔게임기기를 살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다. 대부분 부모님들께 졸라서 게임기를 사고 게임 타이틀을 용돈 모아 사기도 버거운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콘솔게임기기가 다시금 부상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그 당시 콘솔 게임기에 대한 향수를 가진 우리 세대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가 되면서 자신을 위해, 자신의 옛 추억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콘솔 시장 트렌드를 이끈 PS4_이미지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이는 한국에서 PS4(플레이스테이션 4)를 필두로 콘솔 게임기의 바람을 불어왔다. 우리가 어릴 적에 돈이 없어 사지 못했던, 무척이나 가지고 싶었던 게임기를 위해 기꺼이 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서 콘솔 게임기의 온라인화도 한몫을 했다. 과거 닫힌 플랫폼이었던 게임기기가 유저들이 원하는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게 싱글 플레이와 더불어 다른 유저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게임사 자체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여 비로소 지금 시대에 맞는 사용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게임을 밖에서도 하기를 원했다. 물론 스마트폰, 닌텐도 3ds, PS Vita와 같은 휴대용 게임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높은 수준. 즉 PC나 콘솔 게임기에서 구동되는 수준의 게임을 원하기 시작했다.

3가지(TV, 테이블, 휴대)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변화를 불러오다


우리는 항상 콘솔 게임기를 할 때면 TV 앞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리고 밖에서도 게임을 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휴대용 게임기를 따로 들고 다니면서 게임을 했다.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 모두 다른 성격, 목표를 가진 제품이다. 당연히 게임의 타이틀도 다르고 사양도 다르다. 내가 콘솔에서 했던 플레이를 이어서 하지도 못하며, 휴대용 게임기에서 했던 플레이 역시 콘솔게임의 큰 화면에서 이어서 즐기지도 못한다. 이러한 점이 쌓이고 쌓여 이것은 결국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밝혀지지 않은 욕구(Unmet Needs)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룰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세상에서 닌텐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성공했다. 휴대용과 콘솔의 장점을 한 곳에 모아둔 제품을 탄생한 것이다.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의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라는 슬로건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닌텐도 스위치는 TV와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사용하다가 밖에 나갈 경우 휴대용 모드로 전환해서 게임을 즐기다 친구들을 만나면 조이콘을 하나씩 나눠 들고 테이블 모드로 전환하여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3가지 모드에서 우리는 PC나 콘솔게임의 타이틀 수준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닌텐도 스위치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다.


결국 닌텐도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닌텐도 스위치는 게임 시장 변화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주변기기를 활용하여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를 결합한 것만으로도 사용자 경험을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지만, 닌텐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우리가 어린 시절 게임, 놀이를 통해 얻었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한 것이다. 게임은 결국 놀이의 한 종류이다. 그리고 우리는 '놀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고 자연스럽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창구로 바라보았다. 혼자서도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즐기는 것. 그 모두를 품은 닌텐도 스위치는 결국 게임이 가져야 할 '본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 만든 제품이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닌텐도는 많은 주변기기를 제공한다. 필자가 가진 자동차 핸들부터, 테니스채, 파우치, 최근의 닌텐도 라보까지 여러 가지 주변기기를 선보이면서 보다 더 활동적인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주변기기들이 사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게임기의 애플이라고 했던가. 닌텐도 스위치 본체 하나를 사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닌텐도에서 발매하는 다양한 주변기기들을 찾아보게 된다. 골판지(라보)까지 사고 싶게 만들다니 참 여러모로 대단한 회사임에는 이견이 없다.(닌텐도 라보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vI6QzU8NXFI)


닌텐도 라보_이미지 출처: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만든다.


자신들의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인 조이콘을 활용하여 게임 속 세상을 현실과 결합하여 활용하는 발상은 매번 같은 플랫폼을 즐기던 우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나아가 미래 게임 세대가 될 어린아이들까지 자신들의 잠재 사용자로 끌어들였다.


대놓고 닌텐도 스위치는 가족용 게임기임을 강조했다. 가족과 같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내놓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제공했다. 이는 과거 우리가 어린 시절 닌텐도 64, 게임보이를 하면서 가졌던 닌텐도에 대한 향수를 지금의 아이들에게 불어넣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재 게임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을 타겟 군으로 잡은 것뿐만 아니라, 미래 자신들의 게임기를 사줄 미래의 사람들까지 고려하여 게임을 발표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사용자 경험을 파악한 동시에 미래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닌텐도 라보가 그러한 성격을 가진 제품군이며 최근에는 닌텐도 라보 VR을 발매하면서 보다 더 확장성이 높은 닌텐도 플랫폼으로 미래 세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마지막으로 필자 역시 닌텐도 스위치를 즐긴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닌텐도 스위치를 사용하면서 게임 중독이 될까 우려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PC 게임을 할 때보다 자유롭게 플레이를 하였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 이 스테이지를 깨야 해! 안 그러면 언제 다시 게임을 할지 몰라' 하는 과거의 PC게임을 하던 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플레이에 있어서 사용자의 자유도가 다른 게임기에 비해 급격하게 높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다.


이처럼 닌텐도 스위치의 많은 장점을 긴 글로 얘기하였지만 사실 지난 1년 동안 사실 경쟁작인 플레이스테이션 4에 비해 게임 라인업이 밀리는 것에 아쉬운 점도 많은 게임기임은 분명하다.

물론 젤다의 전설같이 소위 인생 게임이라 불릴 수 있는 게임을 스위치를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경쟁작인 PS4의 라인업을 보고 있자면 부러움의 대상으로 보기도 했다. 이에 더해서 국내에만 이상하리만치 늦게 제공하는 한글화와 실망스러운 운영 서비스 제공도 한몫을 했다. 닌텐도 스위치가 국내에 정식 발매한 지 2년이 다돼가서야 본체 한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닌텐도 스위치를 높게 평가하고 추천하는 이유는 향후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될 게임들이 많다는 것과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서비스 운영. 그리고 닌텐도가 추구하고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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