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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dit May 01. 2019

iPod. 애플의 새로운 시작

라떼는 말이야~ mp3란게 있었어

mp3 플레이어의 시대였다.

무거운 CD 플레이어 대신 사람들은 가볍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넣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를 선호하였고,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시장들은 무섭게 증가했다.

누구나 mp3 플레이어의 앞날은 승승장구할 것으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mp3 플레이어란 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쓰이지 않게 되었다.


iPod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다

mp3 플레이어는 곧 iPod이었다.

나는 애플 제품군을 선호하고 사용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애플의 컴퓨터 맥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이패드, 아이폰, 에어팟 등 내 모든 작업환경의 생태계는 애플의 제품군으로 되어있다.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많이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애플의 제품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어쩌면 나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제품들 중 가장 처음 접하였던 제품인 iPod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이팟 나노를 통해

혁신을 느끼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는 mp3 기기의 절대 강자가 있었다. 삼각기둥의 형태의 mp3를 필두로 디자인을 앞세운 목걸이형 mp3기기를 자랑하는 '아이리버'였다. 당시 256mb, 512mb는 엄청 큰 용량으로 인식되었고 삼각기둥 형태의 512mb를 가진 아이리버 mp3를 가진 나는 세상의 모든 곡을 담고 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같은 반 친구가 가져온 mp3기기에 흔히 말하는 문화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강한 문화충격을 준 그것은 '아이팟 나노 1세대'였다.

iPod 나노 1세대

mp3기기로써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저 단 하나의 휠로 전부 구현해두었던 것이다. 다른 mp3기기들은 더 많은 기능(예를 들면 라디오, 녹음 등)을 위해 더 많은 버튼을 제공한 반면에 아이팟은 음악기기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많은 기능을 간단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하였다. 더불어 누구나 갖고 싶게 만드는 심플하고 얇은 바 형식의 디자인도 아이팟을 대중의 머릿속에 인식하는데 한몫을 했다.


이 날 이후부터 아이팟은 내 고등학생 시절의 위시리스트가 되었다.

iPod 나노 2세대

곧이어 아이팟 나노 2세대가 출시되었고, 부모님을 졸라 겨우 내 손에 아이팟을 얻게 되었다. 이 아이팟 나노 2세대가 나의 첫 애플 제품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팟을 사고 곧바로 나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것은 바로 '아이튠즈'였다.

현재의 iTunes

아이튠즈,

아이팟에 날개를 달다

 

현재는 애플 생태계로 온 초심자가 아이튠즈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많은 정보가 나와있지만 당시에만 하더라도 아이튠즈는 모두에게 새로웠고 낯설었다. 구글도 낯설었던 시절 네이버 지식인에 많은 정보를 의지했는데 지식인에도 아이튠즈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었다.


그럴 땐 역시 무작정 아무거나 다 눌러보는 것이 정답이다. 나는 당시 아이튠즈에 있는 모든 버튼들을 하나하나 다 눌러보았고 아이팟을 산지 3일째 되는 날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을 넣고 내 아이팟에 음악을 넣는 '동기화'를 완벽히 숙지하게 되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아이튠즈에 익숙해지다 보니 새삼 이것보다 편한 플레이어는 없었다. 그 시절에는 소리바다, 벅스뮤직 플레이어가 우리들의 보편적인 뮤직 플레이어였는데 음악을 듣는 데는 편하지만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꾸미고 세세한 설정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불가능한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아이튠즈는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앨범 커버를 씌우고 하는 등 이른바 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플레이어'가 가능했다. 음악을 가수, 앨범별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이는 또 다른 플레이리스트였으며 정렬된 플레이리스트를 보고 있자면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iPod classic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 2가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애플의 플랫폼이 아이팟이 mp3 시장을 섭렵하는 혁신의 원인으로 자리한 것이다. 만약 애플이 아이팟만 사용자에게 제공하였다면 아이팟은 디자인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아이리버와 별반 차이가 없는 단순한 mp3 기기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튠즈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함과 동시에 애플은 mp3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하나의 통일화된 플랫폼을 제공하였다. CD 음악을 듣는 세대들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집, 정렬, 사용자화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니즈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 아이튠즈 때문이라도 이후에 자신들의 다음 mp3 플레이어가 '아이팟'의 선택지밖에 고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제품군으로

다양한 사용자를 확보하다


 나 역시 그러했다. 시간이 갈수록 2gb의 용량은 적게 느껴졌고, 나는 자연스레 아이팟 클래식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아이팟이 정해졌다. 80gb의 과도할 정도로 많은 용량은 나에게 행복감을 주었고, 나는 아이튠즈를 통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였던 나에게 이 당당하고 큰 아이팟 클래식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 귀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iPod shuffle

 그림을 그리다 아이팟 클래식을 물통에 빠뜨리는 불상사가 생겨났다. 얼른 꺼내 드라이기로 말리고 '그'를 소생시키려 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렇게 어이없게도 나의 귀중한 보물이었던 아이팟 클래식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아이팟 클래식을 떠나보냈지만 아이튠즈는 나의 컴퓨터에 남아있었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 이동하는 모든 시간 내 귀를 즐겁게 해 줄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학생이었던 나에게 새로운 아이팟을 살 돈은 없었고, 부모님께 아이팟 클래식을 고장 내버렸다는 말은 더욱더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길은 있다고 했던가. 나는 아이팟 클래식을 쓰면서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팟 셔플'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1gb의 적은 용량, 디스플레이, 휠 없이 버튼만 있는 조그마한 플레이어. 그렇지만 3만 5천 원이라는 가격에 나는 이 조그만 아이를 새로 영입하였다. 그리고 내 아이튠즈에는 아이팟 셔플이라는 내가 애정하는 곡만으로 엄선된 플레이리스트를 새로 만들었다.


불편함이 가득한 아이팟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쓰다 보니 생각보다 만족감이 엄청난 아이였다. 내 주머니는 무척이나 가벼워졌고 기기에 달려있는 클립 덕분에 떨어뜨릴 걱정도 하지 않게 되었다. 또 좋아하는 곡들로 엄선된 플레이리스트였기 때문에 랜덤 재생을 해도 다음 곡으로 스킵을 하는 일이 드물었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지만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엄청났다. 이때 나는 '가성비'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iPod touch

아이팟 터치

미래를 열다


아이팟 터치는 나의 마지막 아이팟이었다. 아이팟 터치는 터치스크린 자체만으로도 혁신 그 자체로 느껴졌다. 당시에 국내는 햅틱, 프라다폰 등과 같은 터치형 휴대폰이 있긴 했지만 터치의 방식이 압력을 통해 터치되는 방식이었던 반면 아이팟 터치는 너무나도 부드러운 감도를 자랑했다. 이것은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기 전 터치 스크린에 회의적이었던 내게 인식전환을 일으키게 한 경험이었다.


넓은 화면과 아이팟 클래식보다는 적지만 풍족한 용량인 64gb, 스피커 모드 등 모든 것이 기존의 아이팟에 비해 진화하였고 세련된 디자인은 덤으로 주는 혜택이었다. 국내에는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이라 아이팟 터치로 잠시나마 국내에서는 맛보지 못한 아이폰의 감성을 대신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였다. 이 아이팟 터치에 들어간 UI도 많은 사용자 경험을 반영하여 디자인된 것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 아이폰 편에서 다루게 하겠다.


iPod의 시대는 이제 iPhone으로 넘어갔다

아이팟에서

아이폰으로


이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아이팟 터치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포지션을 하나둘 넘겨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아이팟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아이폰이 있는 이상 굳이 별도의 mp3 기기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아스텔앤컨과 같은 하이엔드 포터블 mp3 기기가 아닌 이상 사실상 mp3 플레이어 시장은 이미 끝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애플이 있기까지 아이팟은 분명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이팟을 통해 애플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발매된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이른바 식전 요리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 애플의 음악 아이콘이 과거에는 아이팟의 모양으로 되어있었다. 그만큼 아이팟은 애플의 음악을 상징하는 매개체였으며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이제는 애플에서도 아이팟의 포지션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쉽게 잊히지는 않을 하나의 혁신이었다.


아이팟이라는 하드웨어와 아이튠즈라는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전 세계 뮤직 플레이어를 하나로 통합시킨 아이팟.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아이팟은 분명 혁신의 상징인 아이폰을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또 다른 혁신이었다.



애플 이야기_01: 아이팟. 애플의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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