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

by seoul

생각보다 어려운 일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생활이나 환경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 어떤 순서로 하루를 시작하는지, 피곤한 날엔 어떤 표정을 짓는지,
그 모든 사소한 패턴이 결국은 ‘우리의 언어’를 만든다.

어느 날엔 잠깐의 스치는 대화 속에서 말이 술술 이어지는 경험을 한다.
생각이 맞아떨어지고, 숨소리마저 가볍게 겹칠 때면
순간적으로 ‘아, 이건 인연인가?’ 하고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연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잠시 결이 맞았을 뿐, 결국은 다른 리듬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일 마주쳐야 하는 사람과도 대화가 단절될 때가 있다.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
그 찰나의 묘한 공기가 흐를 때, ‘아, 말이 안 통한다’는 절망이 스친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와 상대가 사용하는 단어의 기의(記意)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오래 해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간극은 생긴다.
경험의 층위, 생각의 방향, 감정의 해석이 다르면
같은 말을 해도 서로 다른 세계를 말하게 된다.
열 걸음 앞을 내다보는 사람이 현명해 보일지 몰라도,
눈앞의 일을 마주한 사람에게 그 대화는 공허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는 결국 삶의 결의 차이다.
아무리 단어를 맞춰 써도, 내면의 세계가 닮지 않았다면 이해는 불가능하다.
‘같은 언어를 쓴다’는 건 단순히 말이 통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서로의 세계가 잠시나마 닮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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