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미심쩍은 올 해의 콘테스트 수상식
산레모 음악 축제 (이탈리아어로 Festival di Sanremo)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도시의 경제와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1951년부터 매년마다 이탈리아 리구리아 주 산레모 시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노래 축제 겸 경연대회이자 시상식이다. 이탈리아의 다른 시상식과 달리 이전의 성공에 대한 상이 아닌 신곡으로 경쟁하며, 선곡된 곡들은 공식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지역 언어로도 참가할 수 있다. 장르는 팝, 포크송, 락, 클래식으로 다양하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세 곡이 차례대로 수여된다. 그중 최우승자는 이탈리아를 대표로 유로비전송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만큼, 남녀노소 모든 이탈리안이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음악 행사 중 하나이다.
여기서 잠깐,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란? 1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유럽 최대의 국가 대항 노래 대회이다. 놀랍게도 스위스의 유럽방송연맹의 수장이었던 마르셀 베장송(Marcel Bezençon)이 "이탈리아의 산레모 가요제에서 영감을 얻어" (웃프게도 최다 우승국은 스위스고 아직까지 이탈리아가 우승한 적은 없다.) 유럽 국가 간의 경쟁을 포맷으로 한 가요제를 제안해서 공식 채택 되었다고 한다. 1956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23년 공식 시청자 수는 약 1억 6,200만 명으로 세계적인 면모를 자랑하는 엄청난 행사이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배출한 (한국인이 알만한) 유명한 가수로는 ABBA이랑 셀린 디옹 등이 있다.
올 해에는 2월 6일부터 2월 10일까지 총 4일 동안 열렸으며, 그중 선별된 다섯 곡은 다음과 같다.
(제목과 가수 이름 순서대로 적었으며, 숫자 순서는 투표 수와 관계가 없음)
1. Tu no - Irama
2. Casa mia - Chali
3. La noia - Angelina Mango
4. I P’ ME, TU P’ TE - Geolier
5. Sinceramente - Annalisa
그중 안젤리나 망고 (Anglelina Mango)가 라 노이아 (La noia)로 2024년 산레모 뮤직 페스티벌의 수상을 하였다. 2024년 5월에 열릴 유로비전에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할리우드에는 마일리 사일러스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안젤리나 망고가 있다고 무방할 정도로 현재 이탈리아에서 제일 유명한 여자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녀의 부모님 두 분 모두 역시 유명한 가수들이었다. (실제로 심사하는 저널리스트가 "좋은 피는 역시 속이지 못하는군"와 같은 비슷한 평가를 할 정도이니, 뭐.) 과학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2014년 아버지가 콘서트 도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유 학업을 잠깐 중단하면서 노래에 빠져들어 가수로 진로를 바꾼 뒤 2020년에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그녀의 곡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지루함"이라는 뜻이다. 라틴풍의 팝인데, 마치 그녀의 노래 제목처럼 너무 무난한 나머지, 가사가 별다른 의미도 없고, 그렇다고 음악이 다른 쟁쟁한 유러피안 가수들과 경쟁을 벌일 만큼 이탈리아의 개성이 뚜렷하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내가 오늘 진짜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피 잘 받아서 쉽게 성공한 네포 베이비의 노래가 아닌, 모종의 이유로 안타깝게 2위를 한 이탈리아 래퍼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지리에 (Geolier). 실명은 엠마뉴엘레 팔룸보(Emanuele Palumbo)로 이탈리안 래퍼이다. 활동명 지리에는 그의 고향인 나폴리의 세컨드딜라노 (Secondigliano) 지역에 대한 속어에서 따와 악마를 뜻한다고 한다.
특히 I P’ ME, TU P’ TE는 산레모 페스티벌 역사 최초로 나폴리탄 방언으로만 작사했으며, 일렉트로닉 음악과 랩이 어우러진 사운드와 완성된 사랑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나폴리 문화로만 엮자면 마치 한국의 부산과 비슷하지만, 언어로만 따지자면, 공식적으로 나폴리 '방언'이 아닌 나폴리 '언어'로 지정될 만큼 언어 구조가 많이 달라서, 이탈리아 사람들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마치 제주도 사투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 또래 나폴리 친구들도 특별히 공부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간단한 나폴리 단어나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 뿐,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처럼 유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이 친구가 정말 미국에서도 유명한 나폴리 출신 가수들과 밀란 가수까지 데려와서 쟁쟁한 파트너들과 같이 끝내주는 노래들을 들고 와서 열창을 했지만,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대한 차별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정말 어마무시했다.
첫 번째, 노래 제목 "I P’ ME, TU P’ TE"는 나폴리 언어로 "이 프메, 투 프테"라고 읽어야 되는데, 망할 사회자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자기 멋대로 이탈리아 언어로 맘대로 바꿔서 "I per me, Tu per te"라고 소개해버렸다.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제목에서 "나를 위한 알파벳 i (문맥상 io로 '나'), 너를 위한 너"라고 의미도 제목도 틀리게 소개했다. 지리에 본인이 "이 작품은 나폴리와 나폴리를 산레모로 데려오는 것을 목표로 탄생했다"라고 직접 언급한 만큼 방언의 정확성과 강조성이 굉장히 중요한 노래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자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한다??
두 번째, 경연 중 밀란 출신 가수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대거 빠져나가는 대중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는 눈물을 삼키며 노래를 해야 했다. 오죽했으면 같이 노래하는 파트너가 노래 부르는 와중에 자신만 바라보고 노래하라고 제스처까지 했을까. 어떤 관중들은 노래하는 도중에 휘파람을 불렀다. 관객문화가 최악이다.
세 번째, 공식적으로 한 명당 5번까지 문자를 보내 투표권을 참여할 수 있으나, 모종의 이유로 에러가 떠서, 지리에 팬들만 유난히 중복 문자 투표를 할 수 없었다. 경연 최종 결과는 2등. (현재 이탈리아 유튜브 뮤직에서 지리에의 I P’ ME, TU P’ TE는 10 밀리언 조회수를 기록했고, 안젤리나의 La noia는 6.8 밀리언 조회수를 기록했다.) 따라서 나폴리 팬과 지리에 팬들 모두 이번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유튜브 뮤직에서 1등 하고 있는 그의 노래를 여러분도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링크를 남겨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on1NJ6D3co
I P’ ME, TU P’ TE - Geolier
Nuij simm doije stell ca stann precipitann
T stai vestenn consapevole ca tia spuglia
Pur o’mal c fa ben insiem io e te
Ciamm sprat e sta p semp insiem io e te
No no no comm s fa
No no no a t scurda
P mo no, no pozz fa
Si ng stiv t’era nvta
A felicità quant cost si e sord na ponn accatta
Agg sprecat tiemp a parla
Nun less pnzat maij
Ca all’inizij ra storij er gia a fin ra storij p nuij
O ciel c sta uardann
E quant chiov e pcchè
Se dispiaciut p me e p te
Piccio mo sta iniziann a chiovr
Simm duij estranei ca s’incontrano
E stev pnzann a tutte le cose che ho fatto
E tutto quello che ho perso, non posso fare nient’altro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e’te
Tu m’intrappl abbraccianm
Pur o riavl er n’angl
Comm m può ama si nun t’am
Comm può vula senz’al, no
È passat tantu tiemp ra l’ultima vot
Ramm natu poc e tiemp p l’ultima vot
No, no no no comm s fa
No no no a t scurda
P mo no, no pozz fa
Nun less pnzat maij
Ca all’inizij ra storij er gia a fin ra storij p nuij
O ciel c sta uardann
E quant chiov e pcchè
Se dispiaciut p me e p te
Piccio mo sta iniziann a chiovr
Simm duij estranei ca s’incontrano
E stev pnzann a tutte le cose che ho fatto
E tutto quello che ho perso, non posso fare nient’altro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te
I p’me tu p’te
Sta nott e sul ra nostr,
Si vuo truann a lun a vac a piglia e ta port
E pur si o facess tu nun fuss cuntent
Vuliss te stell, vuless chiu tiemp cu te
Piccio mo sta iniziann a chiovr
Simm duij estranei ca s’incontrano
E stev pnzann a tutte le cose che ho fatto
E tutto quello che ho perso, non posso fare nient'altro
I p’me tu p’te
I p’me tu p’te
[한글 번역] (오역 있을 수 있음)
나는 나, 너는 너 - 지리에
우리는 떨어지는 별 두 개
옷을 벗을 줄 알면서도 옷을 입어
너와 내가 함께라면 악도 우리에게 선을 행해
영원히 함께하길 바랐어, 너와 나
안돼, 안돼, 안돼 그걸 어떻게 해
아니, 아니, 아니 너를 잊으려고
지금은 아냐, 할 수 없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만들어내야 했을 거야.
돈으로 살 수 없다면 행복은 얼마나 들어?
난 얘기하는데 시간을 낭비했어.
나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야,
이야기의 시작이 이미 우리에게는 이야기의 끝이 될 거라고.
하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지.
그리고 비가 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은 나와 당신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우리는 낯선 두 사람의 만남이야.
그리고 나는 다음에 대해 생각했어.
내가 한 모든 일들,
그리고 내가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나는 나로, 너는 너로.
나를 안아 가두는 너.
심지어 악마도 천사였었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당신이 나를 사랑할 수 있겠어?
날개 없이 어떻게 날 수 있어? 아니.
지난번 이후로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어떻게 해
아니, 아니, 아니 너를 잊으려고
안돼, 안돼, 안돼 지금은 할 수 없어
우리에겐 이야기의 시작이 이미 이야기의 끝이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거야.
하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그리고 비가 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은 나와 당신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우리는 낯선 두 사람의 만남이야.
그리고 나는 다음에 대해 생각했지.
내가 한 모든 일들
그리고 내가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나는 나를 위해, 너는 너를 위해.
이 밤은 우리 둘만의 밤이야.
달을 원하면 내가 가져다가 가져다줄게.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넌 행복하지 않을 거야.
너는 모든 별을 원하지만 (나는) 당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래서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우리는 낯선 두 사람이 만나는 거야.
그리고 나는 다음에 대해 생각했어.
내가 한 모든 일들,
그리고 내가 잃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나는 나를 위해, 너는 너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