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에 중고서점에 다녀왔다. 수원역 알라딘 중고서점. 위층의 파스쿠치와, 수원역 특유의 그 퀴퀴한 냄새는,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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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서점'이 생각났다. 낙성대역 4번 출구에 있던 오래된 서점. 거기서 샀던 책 중 하나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박민규 작가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안 그래도 오래된 갱지 감성에, 무언가가 스며든 자국까지 더해져, 사실은 나 말고는 그 누구도 펼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 그 책. 지금은 그 오래된 서점 옆에 커다란 스타벅스가 들어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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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헌책방 '그날이오면'도 생각났다. 몇 년 전에 문을 닫네 마네 하는 소문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지도에서 여전히 검색이 되긴 된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에 둘러싸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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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여볼까?' 라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엉덩이와 발걸음이 가벼워졌던 예전이, 그 당연함이, 당연함이 아니었음을. 역시나 인간은 무언가를 소실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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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가 소실하지 않은 것들에게 집중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