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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서연 Jan 12. 2019

3. 아날로그의 나라, 쿠바

변해야하는 것과 변하지 않을 것에 대하여

쿠바의 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는 라파엘이라는 친구를 만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헤어질 무렵, 라파엘은 나에게 선물을 주겠다며 USB가 있는지 물었다. 쿠바음악을 넣어 줄테니 한국가서 춤을 연습해 오라는 것이었다. 핸드폰도 없는 애가 어떻게 음악을 넣어 준다는 거지, 의아했지만 마침 가지고 다니던 USB가 있어 그에게 건냈다. 

라파엘은 나를 가정집을 개조한 가게같은 곳으로 데려갔다. 거기에는 컴퓨터 두 대가 놓여있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는 곳이냐고 물으니 음악이나 영화를 옮겨주거나 간단한 프린트를 하는 곳이라고 했다. 라파엘은 나보고 너는 컴퓨터를 잘하니 쿠바에서 살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어떠냐며 웃었다. 물론 라파엘이 내가 컴퓨터를 하는 걸 본 적은 없다. 빠르게 핸드폰 타자를 치는 걸 보고 한국인들은 역시 똑똑하다며 감탄했을 뿐이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우리 차례가 되었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라파엘이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얼핏 살사, 룸바, 레게통 등의 단어가 들렸다. 남자는 고작 몇 개의 음악을 내 usb에 옮기고는 돈을 받았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쿠바에서 점점 지워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쿠바가 더 변하기 전에 여행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일정에 쿠바를 넣었다. 아날로그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대신 전화번호를 주고 받고 " 9시 대성당 앞 공원"등의 간결한 단어들의 나열로 약속을 잡는 경험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러나 몇 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원한다면 (돈이 있으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앞으로도 이 곳에서의 아날로그는 점점 옅어질 것이다. 그것을 안타까워해야할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컴타자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외우고, 노년층의 디지털 문맹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 아날로그, 옛날 감성 등을 운운하며 어떤 나라의 발전이 더디길 바란다는게 웃기게 느껴졌다. 쿠바는 앞으로도 빠르게 변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쿠바의 어떤 것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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