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부부의 자작캠핑카 타고 유라시아횡단 신혼여행기 13탄
3월 23일 횡단 12일차.(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날을 기점으로)
트럭카페에서 아침 먹는데 간밤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소심한 여행자로서 긴장될 수 밖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경찰의 검문이나 국경넘는게 까다로워질수도 있겠다.
우리는 오늘도 조용히 아침밥을 먹는 트럭 노동자들 사이에서 계란후라이 3개와 햄 세 쪽, 빵, 블리니, 홍차를 마셨다. 1인분 3천원 정도 된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언급에 대해… ‘니가 뭔데?’로 응수하며 우크라이나 한 짓(테러)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러시아는 얼마전 선거가 있어서 지지율 높이기에 전쟁이 동원되는 분위기다. 어디나 그렇지만 전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트럭카페의 아침
3월 24일 횡단 13일차, 크라스노야르스크 단상
참사가 난 다음날 오후 도시에 진입했다. 거리 전광판마다 추모 이미지가 올라와있다. 대번에 이 테러가 우크라이나 때문이라는 푸틴에 대해 러시아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폈다.
크라스노야르스크는 지금까지 지나친 곳 중 가장 큰 도시다. 예니세이강이 흐르고 중공업이 발달한 곳이라 한다. 큰 강이 흐르기 때문인지 전망 좋은 공원에 갔다가 내려와 차박지(렌타마트)로 향하는 강변 도로는 흡사 망원동 집으로 향하는 강변북로 같았다. 집에 가고싶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부쩍 집생각이 는 것도 같다.
강변북로?
전망보려고 왔는데 너무너무 추움
포트홀 천국. 도시로 들어오면 도로상태가 엉망이다. 얼마나 깊은 포트홀이 많은지 상상초월이다. 운행을 마치고나니 옷장 문짝이 충격에 열렸는지 약간 부서져서 나무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다. 여행 내내 캠핑카가 온전할까 걱정이다. 그나마 횡단 도로는 사정이 좀 낫지만 언제 뭐가 나올지는 예상이 안된다. 게다가 지금은 눈이 녹는 시기라 도로 곳곳이 진창과 물바다다.
3월 25일, 스톨비 산책 후 다시 길 위로.
마트 주차장에서 자고 일어난 오전엔 인근에 있는 ‘스톨비’라는 곳으로 간단한 트레킹을 갔다. 주말 오전이었는데 러시아 사람들도 등산하러 많이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 사이에 끼어 눈 쌓인 산길을 한동안 걸었다. 눈이 쌓여 높은 곳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 정도로도 아침에 배탈로 지친 심신을 깨우기 충분했다. 이러고 있으니 밴 라이프가 이걸까 싶다. 별일없이 하루가 간다 싶다. 주말 오전 이 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등산하는 여행자. 문득 북한산 진관사가 떠올랐다. 크라스노야르스크의 서울 싱크로율이 높은가?
이 도시는 포트홀만 아니라면 참 좋았다. 마트에 각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들이 즐비하길래 한 병 집어왔다. 안전한 차박지에서 한 잔 할것이다.
횡단 13일차에 주행거리 5천키로를 넘겼다. 크라스노야르스크를 떠나 다시 횡단도로로 진입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여행하지 않고 건너뛰기로 했다. 테러 이후 다소 경직된 분위기, 혹시 국경에서 어려움 등 걱정이 생겨서 러시아를 빨리 빠져나가려는 생각이기도 하고, 딱히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다음 행선지는 예카테린부르크의 루프탑 반야를 체험하고 유럽과 아시아의 지리적 경계석에 방문해보는 것이다. 2400키로 남았다!
시베리아의 하얀 눈밭 풍경이 계속된다. 반짝반짝하는 이유는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기 때문일텐데 이것이 시베리아의 진짜 아름다운 풍경이다. 다만 이 갈은 좀 지겹다. 단조롭기도 하고 우리도 좀 지친것 같다. 그치만 죽으란 법은 없다고…
눈이 번쩍 떠지는 맛이로구나, 카페 이름은 대략 저렇다
밥먹고나오니 꿀과 잼을 팔고 있다.
배가 고파서 급히 찾아 들어온 카페에서 너무 맛있는 식사를 했다. 여기가 한국의 동해반점 쯤으로 착각할 만큼 중국인 주방장이 만든 탕수육과 똠양꿍이 일품이었다. 여기와서 사먹은 것 중 제일 맛있던것 같다. 여행하다보니 똠양꿍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던 메뉴인데 진짜 여기꺼가 젤 맛있었다. 짬뽕같음. 입맛을 완전히 잃은 줄 알았는데 심폐소생을 시켜준 고마운 식당이다. 고마워서 얀덱스에 한국어 후기를 남겼다. 블라디보스톡 게하에 묵던 시절 2층방의 러시아살이 20년차 손님이 러시아 음식은 너무 기름져서 못먹을거라고 했을때만해도 코웃음을 쳤는데 그가 했던 말이 자꾸만 생각난디.
슬슬 잘 곳을 찾았다. 마린스크 길목의 트럭카페다. 목욕하고 나오니 석양이 멋졌다.
우리집 부엌창 뷰는 매일 바뀐다.